요리하며 재능 나눔 실천하는 ‘행복밥상 요리봉사대’

“따뜻한 밥상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출동합니다~”

계나연 리포터 2019-10-25

갈고 닦은 요리 솜씨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대접하고, 홀몸어르신의 생신에는 집을 방문해 소박한 잔칫상도 차려낸다. 요리 수업의 스승과 제자로 만나 재능 나눔 모임까지 결성하게 됐다는 ‘행복밥상 요리봉사대’. 어떤 값비싼 음식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정성 어린 밥상으로 이웃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봉사 현장으로 직접 찾아갔다.



요리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가 모여 만든 봉사 모임
‘행복밥상 요리봉사대(이하 봉사대)’ 회원들은 파주시 교육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요리 수업의 강사와 수강생으로 처음 만났다. 수강생들은 재능 기부를 해보자는 조리강사 안경희씨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고, 여기에 제과·제빵 강사인 김현숙씨가 동참하면서 모임이 꾸려졌다.
봉사대를 만나기 위해 야당4리 노인정을 방문한 날, 그곳은 마을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운정3동 자치위원회(위원장 방후언)와 파주시 자원봉사센터가 함께하는 ‘장수사진 촬영 및 행복밥상 차려드림’ 행사가 한창이었다. 곱게 단장한 어르신들이 촬영하는 동안 좁은 부엌에서는 전 부치는 소리가 고소하게 퍼지고 푸짐한 뷔페식 밥상이 뚝딱 차려졌다. 이 많은 음식을 언제 다 준비했냐는 질문에 봉사대를 이끄는 안경희씨는 “회원들이 요리 고수”라며 운을 뗀다. “한식부터 양식, 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까지 다 갖고 있어요. 메뉴만 정해지고 나면 일사천리로 요리를 완성합니다. 시간이 빠듯한 날엔 각자 요리를 하나씩을 만들어 오기도 하죠. 무엇보다 함께 봉사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손발이 척척 잘 맞는 것 같네요.”



함께 봉사하며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이 바로 ‘힐링’
오랜 시간 함께해온 베테랑 봉사대지만 밥상 차림에 있어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낯선 음식을 꺼리는 어르신들의 취향을 고려해 독특한 요리를 선택하는 일은 피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평범한 음식은 금물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기 쉽지 않은 메뉴로 소화가 잘 되는 요리를 선정하고, 어딜 가든 김치 맛을 기준으로 기본 간을 맞춘다. 화학조미료는 덜 쓰도록 하며 모든 재료의 신선도를 꼼꼼히 체크한다.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부엌이 좁아 애를 먹거나 더운 여름 냉방 시설이 없는 곳에서 불을 쓰며 요리를 하다 보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조리 공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봉사하며 얻는 보람과 즐거움 덕분에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김현숙씨는 “생일상을 처음 받았다며 고마운 데 줄 게 없다고 초콜릿 한 움큼을 주시는 어르신이나, 고마움을 나누고 싶어 기부를 시작했다는 어르신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김상옥씨는 “좋은 언니, 동생들과 만나 누군가를 위해 즐겁게 요리를 하고 수다를 떨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이게 힐링이지 별 건가 싶어진다”라고 말했다.    


 
파주에서 시작된 행복밥상 요리봉사, 고양시에서도 이어가고 싶어요
봉사대 회원들은 행신동, 풍동, 운정동, 금촌동 등 사는 곳이 다르고, 요리 강사, 어린이집 조리사, 간호사, 영어교사 등 직업도 제각각이다. 일과 육아, 살림을 병행하는 주부들로서 일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밥상 요리봉사대는 밥상 나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따뜻한 밥상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갈 예정이에요. 활동 범위를 더 넓혀 고양시에서도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미니 인터뷰


안경희씨(풍동)
오랜 기간 함께하다 보니 이젠 현장에서 눈빛으로 말해요. 불 담당, 쌈 담당, 설거지 담당 같은 것이 알아서 정해져요. 누군가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도 보람되지만 좋은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어 행복해요.


김현숙씨(행신동)
그저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 뿐인데, 좋은 일 한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도리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봉사 활동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지아씨(금촌동)
봉사한다며 현장에 오고 있긴 하지만 제 자신이 배우고 얻는 게 훨씬 많습니다. 여러 곳을 방문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 좋아요.


김상옥씨(운정동)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엄마가 봉사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뿌듯합니다. 봉사 현장에 따라 와서 맛살도 찢고, 두부 부침을 뒤집으며 일손을 도운 적도 있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유쾌하게 힐링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요리하고 싶어요.  


김채영씨(교하동)
솔직하게 말씀드려 봉사라는 생각보다 강사님과 언니들이 너무 좋아 막내로서 일손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나오고 있어요. 열심히 요리해서 대접한 음식을 드시고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시니까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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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나연 리포터 stormy1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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