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아이의 미래는 내 손에 달려있다고 믿는 학부모가 많은 것 같다. 필자도 학생의 장래는 학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식의 미래는 부모가 제시는 할 수 있지만 결정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 시냇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이치와 같다.
목표 달성 교육법
물론 요즘 학부모들 중 일부는 말에게 주사를 놓으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참 드물 것이다.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는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이다. 그녀는 2011년 중국식의 엄격한 자녀 훈육방식을 강조한 <호랑이 엄마의 군가>라는 책을 통해 엄격한 방식으로 자녀를 명문대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추아는 두 딸에게 전 과목 A 학점 취득을 명령하고 자녀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강요하는 교육법을 행했는데, 큰딸 소피아가 2011년 하버드대와 예일대에 동시 합격하면서 그녀의 교육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교육법이 과연 바람직한지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런 훈육법은 마치 아이 일생의 목표가 좋은 대학,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고, 그 대학과 학과는 부모님에 의해서 미리 결정이 되어 있으며 자녀들은 마치 말처럼 끌려가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녀들에게 창의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그러면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필자는 기획을 부모가 하되, 결정은 자연스럽게 자녀들이 하게끔 유도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현 정부가 요구하는 중학교 자유학년제 도입의 취지라고 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학교에서는 자유학년의 취지를 살린 체험활동과 진로컨설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진로 체험 프로그램
미국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례로 유아기부터 가족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중학생이 되면 봉사 영역이 더욱 다양해져 클럽활동에 자원봉사가 필수로 동반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니어 장학생 멤버(California Junior Scholarship Federation)가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교 성적뿐 아니라 10시간 이상의 커뮤니티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봉사활동은 학교 내 행사 도우미와 같은 활동을 비롯해 도서관 숙제 도우미, 이벤트 보조, 행사 안내, 환경 이벤트 보조, 스포츠 리틀 코치, 수영 대회 보조, 마라톤 행사 도우미, 베이비시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하여 참여가 가능하다.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학생 스스로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는 것보다 물건 파는 게 더 재미있었다거나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하는 일이 맞더라는 등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게 된다. 학교와 시에서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자원봉사 기회는 커뮤니티 참여라는 주목적은 물론, 적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된다.
교육구와 시에서도 직업인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몰랐던 직업 세계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캘리포니아의 한 중·고등 교육구는 미 항공우주국인 NASA여성 과학자들과 만나 강연도 듣고 과학 체험도 하는 기회를 열어준 바 있다. 또 중학생을 위한 서머스쿨을 여는 교육구는 여름방학 동안 영화, 기타 연주, 방송, 영양, 과학, 로봇 등의 무료 클래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관심 분야를 체험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직업과 직결된 것이 대학 전공인데, 자신에게 적합한 학과를 찾는 중고생들에게 지역 커뮤니티 대학에서 학과를 소개하는 커리어 전람회를 개최한다. 조리, 용접, 유아교육, 사진, 건축 등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진출할 수 있는 직업 분야를 설명해주는 자리로 실습하는 과정과 장비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교육부가 항상 교육모델로 제시하는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진로탐색을 위해서 봉사, 체험, 고등교육기관 전공체험 활동을 통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일을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나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선발집단인 특목고나 전국권 자사고 진학을 생각해보라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한다. 이들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생기부 관리와 자소서 작성이 필수이다. 생기부 관리를 위해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의 책을 읽고 하는 와중에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게 되면 이런 내용들을 자소서에 넣을 수 있다. 적성 찾기 작업을 교육부에서 주도적으로 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힘들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특목고 입시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자. 이러한 적성 찾기가 곧 특목·전국권 자사고 입시이다. 중3때 내가 특목고를 가기 싫으면 지원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특목고를 가기 위해 이렇게 활동하고 노력한 것은 평생을 거쳐 자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경험은 남 주는 게 아니다. 결국은 학생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목동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
김진호 소장
문의 02-2643-2025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