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는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외치지만, 우리는 과연 잘 놀고 있는 걸까. 놀아보지 못한 우리들의 놀이문화는 주점과 노래방에 갇혀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고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산 라틴댄스동호회 ‘라틴어반(LATIN URBAN)’은 살사와 바차타를 통해 제대로 노는 게 어떤 건지 몸소 보여준다.
일산 라페스타, 살사·바차타 전문 동호회
‘가성비로 치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취미생활도 돈 없으면 못 하는 세상이 돼 버렸지만 ‘라틴어반’ 회원들은 가성비도 최고, 운동 효과도 최고, 건강관리에도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댄스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만, 라틴댄스, 그중에서도 살사와 바차타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일산에 많지 않다. ‘라틴어반’은 살사와 바차타 강습반을 운영하고 연습 정모(정기모임)를 통해 동작을 연습하면서 자연스레 친목을 도모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 오후 9시에 시작하는 정모파티는 입장료 만 원만 내면 누구든 댄스파티의 일원이 될 수 있다. ‘라틴어반’의 동아리장 우주로사는 “댄스학원은 강습이 끝나면 그냥 가버리는데 저는 그런 면이 아쉬워서 동호회를 조직하게 됐다”며 “재능기부로 저렴하게 춤을 배우고, 댄스홀은 언제든 춤을 추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건전한 친목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틴어반’이라고 소개한다.
열린 마음과 매너만 있으면 누구든 O.K.
‘춤은 처음인데 몸치, 박치도 괜찮나요?’ 라틴댄스를 권하면 이구동성으로 묻는 질문이다. 동아리장 우주로사는 “동작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된다”며 “춤은 초급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드리니, 조급한 마음과 걱정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즐기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또 댄스는 사람과 사람이 몸짓으로 소통하는 곳이므로 남녀의 신체접촉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다거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기본적인 매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남녀의 신체접촉을 성적 행동으로만 단정 짓는데, 댄스를 통한 자연스러운 접촉은 보다 성숙하고 건전한 성문화에도 도움이 된다. 댄스 전에 음주하지 않는 것은 물론,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쌓이면서 세련된 매너가 자연히 몸에 밴다.
살사 어렵고, 바차타 야하다는 건 편견
방송을 통해 접하는 라틴댄스는 동작이 어렵고, 다소 야하게 비친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초급코스에서 기본 베이직과 턴 동작을 익히면 누구든 부담 없이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다. 바차타는 다소 수위가 높은 동작도 있지만, 막상 배우고 나면 그리 신체접촉이 많지 않다. 그저 라틴댄스는 야한 춤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막상 제대로 배우면 생각이 바뀐다. 무엇보다 라틴댄스의 가장 큰 매력은 정형화되지 않은 동작에 있다. 큰 패턴 안에서 본인이 창작해서 풀어내는 과정에 따라 각자의 춤사위가 다르다. 자연히 두뇌훈련이 되고, 반사신경과 순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댄스파티로 놀고, 기부파티로 이웃사랑 실천하고
지난 5월에는 2019 원댄스(ONEDANCE) 자선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동호인들이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 판매해서 마련한 수익금 70만 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전액 기부한 것이다. 동호회 아이디 나비는 “단순히 즐기는 취미활동에 그치지 않고, 라틴댄스가 매개가 되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10월에는 동호회 1주년 기념공연을 준비 중이다.
위치 일산동구 무궁화로 20-38 로데오탑 305호 파티클럽 라시타
문의 010-7376-3546 http://cafe.naver.com/latinurban
<미니 인터뷰>
동아리장 우주로사
저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거창한 이념을 라틴댄스를 통해 실천하고자 ‘라틴어반’을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일산이 라틴댄스 콘텐츠의 중심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원대한 꿈도 꾸고 있지요. 댄스가 개인의 취미, 여가활동에 그치지 않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가정의 자녀가 우리 사회의 행복한 일원으로 성장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더 나아가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라틴음악과 라틴댄스를 통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라틴어반’ 동호인들과 건전한 댄스문화를 정착시키고, 좋은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김상용 회원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작하게 됐지요. 젊은 사람들만 배울 거라는 생각에 처음에 많이 망설였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마냥 즐겁습니다. 이곳은 나이 불문하고, 사회적 지위도 내려놓고 오로지 댄스로 관계를 맺는 곳이기에 편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마음을 열고 용기를 낸다면 누구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댄스입니다.
김민정 회원
중남미문화를 공부하다 자연스레 라틴댄스를 익힌 23년 경력자입니다. 라틴댄스는 동작에 얽매이기보다 음악에 맞춰 흥겹게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다 보면 리듬 감각을 익히게 되고 틀에 갇히지 않은 라틴댄스만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 라틴댄스를 추면서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전영주 회원
문화센터에서 라틴댄스를 배우다 살사댄스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시작했어요. 유연성에도 좋고, 몸매 유지는 물론,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어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동호회 회원들과 댄스라는 공통소재로 교류하니 가족 이상의 끈끈한 유대감이 생깁니다.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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