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의 ‘효자동 요리연구소’는 궁중요리 및 폐백, 이바지 음식, 한식 디저트 등을 만드는 전통요리 공방이다. 서울 종갓집 궁중요리 전문가인 이상균 강사는 뛰어난 실력으로 우리 요리의 맥을 이어갈 뿐 아니라 어렵게만 느껴지는 전통요리를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준다. 효자동 요리연구소 이상균 강사를 만나 우리 음식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궁중요리 전문가가 전하는 자연의 맛
지난 봄, 양평역 인근 골목길에 작은 요리 공방이 문을 열었다. ‘효자동 요리연구소’라고 적힌 입간판을 보고 고개를 돌리면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공간. 문과 공방 사이로 나풀거리는 흰색 광목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서니 달콤하고 쌉쌀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효자동 요리연구소의 이상균 강사가 진행하는 한식 디저트 클래스가 있는 시간. 작업실을 가득 채운 향내의 주인공은 바로 수삼정과(水蔘正果)이다. 꿀과 물엿 등으로 윤기 나게 조려낸 수삼을 가지런히 펼친 후 유기농 설탕을 골고루 묻혀내는 작업이 한창인데, “인삼 뿌리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아기 다루듯 해야 한다”라는 강사의 주문에 수강생의 태도가 사뭇 진지해진다. 완성된 수삼정과를 시식해보니 쫄깃한 식감에다 꿀과 물엿의 달콤한 맛, 잔잔하게 입안을 휘감는 인삼 특유의 향이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흔히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간식으로 강사가 영국에서 직접 사왔다는 홍차와 함께 먹으니 궁합이 좋다. 이상균 강사는 “수삼정과뿐 아니라 호두정과, 사과정과 등 우리 한식 디저트가 커피나 홍차와도 잘 어울린다”라고 설명했다.
효자동 요리연구소의 이상균 강사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강사와 한국의집 강사, 한식레스토랑 및 한식디저트카페 고문을 역임한 궁중요리 전문가로 세계음식박람회 문화부장관상 수상, 궁중요리 부문 금상 수상 등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공방을 열기 전에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를 다니며 한식 레스토랑과 카페 컨설팅에 주력했다. 양평동에 자리 잡은 공방에 굳이 효자동이라는 상호를 붙인 이유는 그가 4대째 효자동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서울 종갓집의 정갈하고 세련되며, 담백한 맛을 전수하고 있는 이 강사는 “서울식 요리는 어렸을 적,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익혔으며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40년 가까이 돼간다”며 “우리 전통의 맥을 잇고, 젊은 세대와 세계인에게 한국의 맛을 부지런히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품격 있는 요리 다양하게 선보여
효자동 요리연구소에서 만드는 전통요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통해 쉽게 맛볼 수 있다. 모두 이상균 강사가 하나하나 직접 만든 음식으로 떡 케이크와 떡, 한과, 수제청, 폐백이바지 음식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수제청은 꿀과 유기농 설탕만을 이용, 과일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모양 역시 살아있어 주문이 많은 제품이다. 한과세트는 인삼, 도라지, 사과, 비트, 당근, 금귤, 우엉 등의 정과와 참깨, 흑임자, 호두강정, 잣박산, 유과, 산자, 호두곶감말이 등을 맛볼 수 있는데 신선한 제품을 개별로 포장해 상자에 가지런히 담아준다. 노방보자기와 노리개를 선택하면 품격 있는 선물로 더할 나위 없다. 명절에는 전 과정을 손으로 빚은 전통식 꽃송편(석작)의 인기가 좋다. 간식과 한 끼 식사로도 그만인 증편 샌드위치와 찹쌀과 콩 종류, 연근, 연자육 등 국내산 재료로 단아하게 만든 연자 연잎밥도 맛볼 수 있다. 신부 엄마의 마음으로 준비한다는 폐백이바지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우리 음식
효자동 요리연구소의 클래스는 한식 디저트 반, 떡 케이크 반, 증편 샌드위치 반, 전통 음식 반, 찬 만들기 반, 시즌 특강, 폐백이바지 전문가 과정 등으로 나뉜다. 내용을 살펴보면, 유자주머니, 구절판, 육포, 두텁봉우리떡, 꽃산병, 한과, 정과 등의 특별한 수업이 눈에 들어온다. 시즌특강에서의 다양한 김치수업 중에는 효자동 가정식 김장김치를 배울 수 있다.
이상균 강사는 “전통요리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며 “다소 까다로운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수강생들이 부지런히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전수를 잘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미니인터뷰
궁중요리전문가 이상균 강사
요리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지만, 미적 감각이 있어야 빛을 발한답니다. 배치나 포장 등,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도 함께 익힌다면 훨씬 좋습니다. 저 또한 15년간 꽃꽂이를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지요. 정성과 배려의 문화 엿볼 수 있는 우리 음식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소영 수강생
평소 한식 디저트에 관심이 있던 차, 이상균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전통식으로 요리를 하고 가르친다는 것에 믿음이 갔고요. 요리를 배우는 것도 즐거웠지만 선생님이 전하는 음식에 관한 문화와 예법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늘 배운 수삼정과는 집에 가서 한 번 더 연습해볼 생각입니다.
이미영 수강생
남편이 소음인이라 인삼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삼정과를 직접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막상 수업에 참석해보니 정과에 이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에 놀랐어요.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선생님이 차근차근 잘 설명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과와 함께 맛보라고 내주신 홍차, 얼 그레이의 향도 정말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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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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