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분당에서 재미있는 박물관을 발견했다.
기원전에 만든 흙 피리부터 지금의 바이올린과는 너무도 다른 초기 바이올린, 그리고 우리나라 해방 이후에 한국인이 만든 최초이자 마지막인 수자폰 등 재미난 이야기들을 간직한 악기들을 전시한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이 그곳이다.
2000년부터 사비를 들여 모아온 1000여점에 이르는 악기와 악보, 그리고 오래된 악기 부품 등을 전시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악 경험을 선사하는 신재현 관장을 만나보았다.
헝가리 유학에서 방문한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어
합창지휘와 음악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헝가리 코다이 국제 음악 교육원에서 유학을 한 신재현 관장은 어느 날, 동네의 작은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별 기대감 없이 방문한 작은 규모의 동네 박물관이었지만 다양한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던 그곳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신 관장은 회상한다.
“박물관이라면 엄청난 유물들이 있는 곳만을 상상했던 저에게 동네의 작은 악기박물관은 놀라움 그 자체였어요. 작지만 재미난 것들이 많아 좀 더 가깝게 음악을 느낄 수 있었던 그곳의 감동을 잊지 못해 그때부터 언젠가 문을 열 악기박물관을 위해 악기들과 희귀한 악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답니다.”
신 관장은 우리나라에 악기박물관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그날 이후 우리나라에 악기박물관을 개관하겠다는 꿈을 갖고 준비를 시작했다.
악기박물관이 아닌 음악박물관을 개관하다
유학에서 돌아 온 이후에도 여러 악기들을 수집하기 위해 노력을 해 오던 신 관장에게 우리나라 최초의 악기박물관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다양한 악기들을 갖추고 남양주에 문을 연 악기박물관을 방문한 이후에 악기박물관이 아닌 음악박물관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신 관장은 털어놓는다.
“음악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꿈꿔왔는데 오래 전의 클라리넷과 색소폰 등 관악기, 바이올린과 첼로 등 현악기 등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악기박물관으로는 한계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악기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악박물관을 준비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때부터 오페라, 대중음악, 뮤지컬, 연극과 영화, 그리고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관심을 갖고 음악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박물관이면서 다양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을 구상해 비로소 ‘오르페오 음악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문을 연 박물관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눈으로만 악기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신 관장이 직접 들려주는 악기에 얽힌 이야기들과 연관된 그림과 영화, 그리고 직접 연주해 들려주는 오랜 악기들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또한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이 도서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자료를 찾아 찾는 경우도 많다.
음악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신 관장은 이곳 박물관은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우선 음악으로 위안 받고 자신의 생활을 재창조할 힘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박물관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고 말한다. 또한 만 4~5세 즉 6세에서 7세까지는 음감이 발달하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다양한 예술적 체험으로 음악적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른의 옷을 어린 아이에게 입힐 수 없듯이 악기도 어른의 악기를 어린 아이들이 잘 다룰 수는 없어요. 때문에 보다 쉽게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합리적인 음악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음악교육을 전공한 신 관장은 3줄로 개발된 우쿨렐레와 무지개 오카리나를 개발해 교사들을 비롯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음악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예술과 문화는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요. 이런 예술의 장점을 잘 개발해 통일이 된 이후에는 남북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음악과 미술 체험으로 편견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발전된 음악박물관을 구상 중입니다.” 이렇듯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신 관장의 설명에 우리나라 음악 교육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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