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장수(長壽) 독서동아리 ‘북티즌’]

“평생 책과 함께 노니는, 우리는 북티즌입니다”

지역내일 2019-06-28

파주출판단지가 들어서면서 책을 좋아하고 문화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일산 파주 지역에 모여 살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공공도서관이나 지역서점, 마을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많은 독서동아리들이 결성돼 있고 주제별 형태별로 다양한 모임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최장수 독서동아리는 몇 살쯤 됐을까. 우리 지역에는 36년간 운영된 독서동아리가 있다. 자타공인 최고령 독서동아리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며 수령(樹齡)이 깊어가는 독서동아리의 내공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다. 



책과 함께 노니는 사람들의 모임

북티즌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2년 5월 1일 ‘두레박’이라는 이름으로 새마을문고 소속 독서토론회로 창립되었다고 한다. 이후 1990년에 별도로 독립해 ‘북티즌’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북티즌(Booktizen)은 책(Book)과 시민(Citizen)의 합성어로 ‘책을 좋아하고 책과 함께 하는 시민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북티즌은 소설과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매월 한 권씩 선정해 전체 회원들이 책을 읽고 주재자가 선정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북티즌 회원들이 36년간 독서토론을 하면서 거쳐 간 책들만도 수백 권에 이른다. 


1년에 1번씩 인문학 답사여행 떠나

북티즌은 매년 1회 이상 독서와 연계된 인문학 답사여행을 떠난다. 책을 통한 간접적 경험에만 국한되지 않고 선정된 책과 관련된 지역을 직접 답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인문학적 교감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가 고향인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을 읽으며 제주도로 인문학 답사여행을 떠났다. 제주를 좀더 깊이 있게 알기 위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도편>을 함께 읽으며 제주 허씨와 제주도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올해는 이미혜 시인의 시집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읽으며 해남과 보길도로 남도 문화답사를 떠난다.  



별난독서캠핑장서 여름독서캠프 열어

북티즌 회원들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회원들이 입회하고 탈퇴했지만 과반수 이상이 30년이 넘은 회원들이다. 이들은 개인적인 독서 동아리 활동에 안주하지 않고 파주시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독서지도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워 왔다. 북티즌 회원들은 오는 8월 파주중앙도서관과 파주시 드림스타트센터, 책마중 봉사단과 함께 ‘독서캠프로 여름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캠프에서는 별난독서캠핑장에서 관내 초등학생 40명과 함께 캠핑장 주변 생태를 관찰하고 자연 먹거리에 대해 배우며 팀별로 음식에 관한 동화책을 찾아오는 등 재미난 독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인생 3모작으로 플레이북 협동조합 꾸려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책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북티즌 회원들은 인생 3모작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북티즌 회원들로 구성된 ‘플레이북 협동조합’이 그것이다. 북티즌 회원이자 플레이북 협동조합 대표이사인 김선희씨는 “정년퇴직 후에도 회원들끼리 북카페를 만들어 책과 더불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며 “회원들이 공동투자해 북카페 공간을 마련하고 카페 운영에 필요한 바리스타와 파티셰, 독서지도사 등 여러 자격증을 하나씩 갖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회장 윤현아 씨
피천득님의 <인연>을 읽고 북티즌과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어느날 내 삶 속에 찾아온 북티즌은 내게 어떤 인연이었을까? 북티즌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나일 것이다. 북티즌을 통해 정기적으로 다양한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하며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멤버들과의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 자리에 있어줄, 나의 영원한 벗 북티즌. 북티즌은 나의 운명이다.


회원 최은서 씨
살아오면서 사업 실패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북티즌은 내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돼주었다. 또 북티즌을 통해 소설책만 읽던 편식 버릇이 고쳐졌고 혼자였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게 되었다. 한달에 한번씩 만나 책 이야기를 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게 참 많은 시간이었다. 내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준 북티즌이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회원 윤인자 씨
이십 대의 어느날 친구 소개로 가입하게 된 독서토론모임 북티즌은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었다. 북티즌이 아니면 결코 읽지 못했을 많은 책들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고 소설 위주의 독서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권의 책을 같이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면서 그렇게 삼십년 세월이 지났다.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책이 있고 친구들이 있는 곳, 바로 북티즌이다. 


회원 이기상 씨
북티즌은 짜여진 틀과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대화해야 하는 공무원 생활에 숨통을 열어주는 활력제가 되었다. 내가 30년간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토론회를 통해 더 인간적이고 더 다양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서토론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고 사회에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고 소수의 의견을 포용할 수 있는 독서토론모임은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회원 신옥림 씨
우리는 역사와 문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물며 삼십여 년을 훌쩍 넘긴 독서모임 '북티즌'에서 얻은 깨달음의 역사는 우리의 삶 전체에 원동력이 되어 주었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독서를 통한 추체험은 우리에게 깊이 사고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내면의 성숙을 이끌어내었다. 오랫동안 이끌어 온 북티즌의 저력은 무엇보다 사람이 아닐까.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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