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떠올렸는지 알 수 없지만, 기름에 지글지글 익힌 ‘전’은 비오는 날 먹고 싶은 주전부리로 손꼽는다. 부담 없이 한잔하고 싶을 때 찾는 곳도 바로 전집이다. 요리 과정은 간단하지만, 고기, 생선, 뿌리채소, 잎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의 활용으로 그 맛은 천차만별이다. 비오는 날이 아니어도 좋다. 고소한 냄새 솔솔 풍기는 우리 동네 전집에서 행복한 맛에 취해보자.
신정동 ‘솥뚜껑 녹두빈대떡’
바로 구운 전,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솥뚜껑 녹두빈대떡’은 신정네거리역 인근 작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집은 상호 그대로 묵직한 솥뚜껑위에 전을 올려줘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가게는 아담한 편. 출입문 옆 오픈주방에서 부지런히 전을 부치는 아주머니들의 정감 가는 모습과 가게를 가득 채우는 전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돈다. 자리에 앉아 모둠 전을 주문하니 먼저 아삭한 식감의 겉절이와 따끈한 어묵국수가 작은 공기에 담겨 나온다. 기본 상차림에 포함되는 어묵국수는 멸치로 우려낸 진한 국물이 입맛을 사로잡는데, 전집인지 국수 맛집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해 따로 팔지 않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솥뚜껑 녹두 빈대떡의 모둠전은 녹두전을 함께 맛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무쇠 솥뚜껑 그릇 가운데에 작은 크기의 녹두전을 놓고, 가장자리를 빙 둘러 야들야들한 두부전과 고소한 깻잎전, 산적, 메밀전병, 호박전 등을 보기 좋게 담았다. 다진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매콤한 맛의 김치 메밀전병도 별미이다. 전 외에 골뱅이 무침과 도토리묵, 김치찌개 등 맛깔스러운 안주요리를 판매한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 30분까지이다.
메뉴: 모둠 전 13,000원/ 옛날 녹두전 11,000원/ 육전13,000원/ 해물파전 11,000원/ 부추전 9,000원
위치: 양천구 중앙로 34길 27
문의: 02-2651-1007
화곡동 ‘희진포차’
입맛 당기는 안주, 두부김치와 모둠 전
곰달래길 맛집으로 이름난 ‘희진포차’는 목동사거리 근처, 화곡동 남부골목시장 가까이에 있는 실내포차다. ‘희진’은 주인장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호라고 한다.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양쪽 벽에 그려진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친절한 주인장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전하면서 먹음직스러운 그림으로 메뉴판을 대신한 이 일러스트는 주인장의 아들 친구가 그려준 것이라고. 대표 메뉴인 모둠 전을 주문하면 먼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부와 푹 익은 묵은지, 콩나물 냉국과 양파 장아찌가 상위에 차려진다. 주 메뉴가 나오기 전 맛보기로 내놓은 두부김치는 뜨끈하고 부드러운 두부와 묵은지의 조화가 입에 착 감겨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게 만든다. 감칠맛 나는 콩나물냉국도 속을 시원하게 채워준다. 모둠전은 김치전과 깻잎, 동태, 호박, 산전, 동그랑땡, 소시지 등 모두 일곱 가지인데, 푸짐한 양과 골라먹는 재미에 입이 즐겁고 마음도 넉넉해진다. 희진포차에서는 명절이나 제수용 전도 주문받는다. 안주로 좋은 치즈계란말이 역시 큼직한 크기에 놀란다. 밥과 술에 모두 잘 어울리는 매운 갈비찜과 닭볶음탕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이다.
메뉴: 해물파전 15,000원/ 모 둠전 20,000원/ 깻잎전 12,000원/ 동태전 12,000원/ 꼬지 12,000원
위치: 강서구 곰달래로 49길 11
문의: 02-2607-0477
문래동 ‘바로바로 전집’
바로 부쳐 바삭하고 깔끔한 전 한 소쿠리!
노부부가 운영하는 ‘바로바로 전집’은 문래역 7번 출구 바로 근처, 창작촌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바로’라는 재미있는 상호에서, 주문 즉시 손질해 부쳐주는 전의 맛이 어떨까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다. 가게는 오래된 건물을 살짝 개조했다. ‘전’이라는 글자가 쓰인 가게 앞 조명등은 밤이 되면 호젓한 골목을 더욱 운치 있는 모습으로 바꾸어줄 듯하다. 문을 여니 입구 맞은편을 차지한 주방이 훤히 보인다. 튼튼한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반듯하게 놓인 실내 벽에는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기발한 그림과 낙서로 표현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로바로 전집의 인기 메뉴인 모둠 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깨끗하게 부쳐 소쿠리에 정갈하게 담은 전이 상 위에 차려진다. 깻잎전은 다진 돼지고기를 깻잎 사이에 두툼하게 넣어 입맛을 사로잡는다. 촉촉한 새송이 버섯전과 자색 고구마전, 단호박전, 애호박전, 슬라이스 감자전, 매운 고추전, 동태전 등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전 종류로 소쿠리를 가득 채웠다. 이 집은 직접 기른 콩으로 만든 청국장과 매일 반찬이 바뀌는 점심 백반도 유명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 12시까지며, 주말은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문을 연다.
메뉴: 해물파전 15,000원/ 모둠 전 15,000원/ 녹두전 15,000원/ 동태전 10,000원/ 호박전 9,000원
위치: 영등포구 도림로 440-7
문의: 02-2677-3177
마곡동 ‘두전’
다양한 전 요리, 점심메뉴와 도시락도 인기!
마곡나루역 인근에 자리 잡은 ‘두전’은 정식 메뉴로 간단한 모둠 전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열면 가수 김광석의 노래가사가 적힌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 구석에는 악보와 기타도 놓였다. 깔끔한 매장과 세련된 인테리어는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나 가족외식을 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두전’은 두루치기&모둠 전 하우스라 하여 두루치기와 모둠 전을 주 메뉴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두루치기와 모둠 전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두전세트’는 가성비가 좋은 푸짐한 구성으로 사랑받는 메뉴다. 이 집은 신선한 재료는 물론, 조미료의 사용을 줄이고 대부분의 양념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메뉴마다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주문 즉시 만들어지는 전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식사메뉴로 나오는 두전 정식은 반숙 달걀을 올린 밥과 전 다섯 가지, 제육볶음, 국,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한 돼지고기 김치전 및 수육과 메밀전도 인기다. 두전 도시락에는 정식과 같은 메뉴를 담았다. 운영시간은 평일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오후 5시 30분)며,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한다.
메뉴: 두전정식 7,900원/ 모둠 전 20,000원/ 돼지고기김치전 12,000원/ 두전세트 37,000원/ 두전 도시락 7,900원
위치: 강서구 마곡중앙로 161-8, 103호
문의: 02-6989-8270/ 일요일 휴무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