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개인방송 전성시대다. 아마추어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 송출하는 개인방송은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감을 얻고 있다. 2018년 문화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별이 빛나는 고양FM’은 미디어를 통해 세대 간 공감과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어르신&청년 협력 프로젝트다.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어엿한 우리마을 공동체 라디오 방송으로 자리 잡은 '고양FM'. 방송으로 활기찬 노년을 즐기는 꽃중년 진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양시 어르신과 청년 ‘세대잇기 프로젝트’
지난해 4월, 덕양구청에서 지역 어르신과 청년이 마을 미디어 활동가로 첫발을 내딛는 발대식이 열렸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화예술교육에 앞장서온 문화교육공동체 ‘더불어꿈’은 어느새 청년으로 성장한 청년 활동가들의 재능기부를 발판 삼아 ‘별이 빛나는 고양FM(이하 고양FM)’을 기획했다. 서재남 더불어꿈 대표는 “60대 이상 어르신과 60대 이하 청년이 모여 세대를 초월한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고양시 거주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지만, 특히 소외된 이웃과 독거 어르신을 우선 선발했다. 이들이야말로 소통의 매개체인 미디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모인 구성원들은 공동체 라디오 제작을 목표로 차근차근 교육과정을 밟아나갔다. 워크숍, 현장체험, 라디오제작교육을 거쳐 11월에 4개의 프로그램을 편성, 고양문화원에서의 공개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껏 꾸준히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어르신의 숨은 재능과 끼 무장해제
기획 회의와 그룹별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한 결과, 고양 FM의 기둥인 4개의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시 낭송과 음악으로 추억을 소환하는 ‘시와 음악사이’, 어르신 패널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생생한 지역이야기 ‘고양따라 이야기따라’, 어르신의 지혜와 따스한 일상의 이야기로 행복한 오늘을 응원하는 ‘오늘도 좋은날’, 수필 낭독 방송 ‘베리굿타임’이 그것이다.
고양FM에서 총 기술 지원을 맡고 있는 하재환 국장은 “방송을 거듭할수록 어르신들의 숨은 재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지금껏 어르신 고유의 연륜과 자원이 표출될 마땅한 창구가 없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움에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장년세대의 재능과 지혜를 담아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양FM은 한 달에 두 번 녹음되며, 팟캐스트 어플 ‘팟티(www.podty.me)’와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덕양구에 위치한 ‘더불어꿈’은 개인 라디오방송 시설을 고양시민에게 오픈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개인 라디오 방송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참여 문의 ‘더불어 꿈’ 031-926-2303
‘시와 음악사이’
시동무, 음악친구와 함께하는 집밥 같은 방송
진행자: 이철훈/ 고정패널:공소자
중저음의 편안한 음성으로 ‘시와 음악사이’를 진해하고 있는 이철훈씨는 ‘고양FM’의 간판스타다. 교직 생활 은퇴 후 라디오 방송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철훈씨는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했다. 소설을 써본 경험을 살려 문학작품, 그중에서도 시를 읽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와 음악사이’를 시작하게 됐다.” 매회 1편의 시, 2곡의 음악을 들으며 패널 공소자씨와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로 방송을 이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청취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이철훈 진행자는 새해 첫날 낭독한 윤동주의 ‘서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라디오 방송은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지만 시작해보니 해볼 만 하다며, ‘마음먹고 용기 내라’고 조언한다.
진행자 이철훈씨를 도와 맛깔 나는 진행을 돕고 있는 패널 공소자씨는 “우리 방송은 시를 멀리하는 현대인에게 한 편의 시와 함께 달콤한 휴식과 여유를 선물한다. 청년과 어르신을 잇는 중간세대로서 보다 많은 사람이 ‘고양FM’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양따라 이야기따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고장 이야기보따리 방송
진행자: 김기문/ 패널: 지역 어르신(주제별 섭외)
계획도시 일산은 빠른 시간 산업화, 도시화되며 지역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에 옛 고양의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을 통해 고장의 유래와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이 ‘고양따라 이야기따라(이라 고따이따)’의 기획 의도다. ‘고따이따’의 진행자 김기문씨는 “예컨대 ‘화정’이라는 지역명이 ‘꽃우물’에서 따왔다는 것을 패널 어르신을 통해 알게 됐다”며 “회의를 통해 주제가 정해지면 어르신들이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제가 자극 받고 있다”고 말한다. 라디오 방송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어르신들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심어 주는 셈이다. 간혹 계획한 스크립터를 잊고 즉흥적으로 멘트를 이어가는 방송사고(?)가 터지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우리 고양FM의 매력요소란다. 서재남 대표와의 친분으로 ‘고따이따’ 진행을 맡으며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김기문씨는 “요즘 젊은 세대의 방송 채널 유튜브를 활용해 지역 민원과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미디어야 말로 행복한 노년을 돕는 매개체”라고 조언한다.
‘오늘도 좋은날’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는 감성 추억여행 방송
진행자: 박경수/ 고정패널: 바다할머니, 자전거아저씨, 잘생긴미녀, 백합할머니
“내일만을 위해 사셨던 어르신들에게 ‘오늘도 즐겁자’라는 다짐으로 ‘오늘도 좋은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진행을 맡은 박경수씨는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며 방송으로 전해지는 패널 어른들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듣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다. “무척 더운 여름날은 ‘나만의 더위 이겨내는 노하우’ 낙엽이 지는 가을날엔 ‘첫사랑 이야기’ 등등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롭게 각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과정에 힘을 싣고 있다”며 “처음에는 소극적이고, 쑥스러워하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라디오 방송의 치유력을 실감했다. 책이나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산지식을 얻을 수 있는 황금 같은 방송이다”고 전했다.
서재남 대표(문화교육공동체 ‘더불어꿈’)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는 ‘더불어꿈’은 청년 세대의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중장년층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10대들의 전인교육에서 미디어의 힘을 체감하고, 이것을 지역 어르신에게도 적용해 보고자 시작했습니다. 노인 우울증과 고독사가 일상이 된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 매체는 노인을 양지로 이끄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역의 뜻이 합쳐져 지역 어르신의 활력이 되고 있는 ‘고양FM’을 보며 공동체의 힘을 실감합니다. ‘고양FM’은 고양시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열린 소통 매체입니다. 많은 분의 참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재환 국장
‘고양FM’에서 기술 지원을 맡고 있고, PD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나 청취자 입장이던 중장년층, 어르신에게 미디어 제작 교육은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시작 사인을 무시하거나, 주제와 관련 없는 즉흥 멘트를 하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방송사고지요.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과 방송으로 활기를 찾는 모습을 볼 때면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이 사업을 처음 기획한 서재남 대표님이 참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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