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의 무대는 독특하다. 전면 벽은 무대 장치 대신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극의 흐름을 돕는 영상이 흐르고, 무대 위 양쪽으로 ‘나비석’을 만들어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를 넘나들며 연기하도록 했다. 배우들은 무대 양쪽에 설치된 나비석과 앞쪽 객석까지 염두에 두며 공연을 펼친다.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나비석의 관객들은 저절로 극 속의 배우가 되어 위안부로 끌려가고, 만세 운동에 참여하고, 전쟁 후 재판의 배심원이 되고, 끝내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가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되어 격동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체험한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준비되던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투자자와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하마터면 관객들을 만나지 못할 뻔 했다. 하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은 포기하지 않고 똘똘 뭉쳐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나비석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무대 변화다. 극이 담고 있는 현대사만큼 극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 또한 치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75년부터 소설가 김성종이 6년간 연재하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1991년 MBC에서 TV드라마로 제작되어 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했던 <여명의 눈동자>.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슬픈 사랑의 역사를 써야만 했던 여옥, 대치, 하림 세 주인공이 이번 뮤지컬 무대에도 오른다.
(일제의 지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던 1944년. 조선인 학도병 ‘대치’와 일본군 위안부 ‘여옥’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키워가지만 전쟁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사이판으로 끌려온 여옥을 만난 하림은 임신 중인 그녀를 보살피며 정을 느끼고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해방 후 만나게 된 세 사람. 세 사람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은 또다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우린’ 무대의 시작과 끝에 여옥이 들려주는 대사다. 그 시대에 어떤 선택을 하면 함께 있을 수 있었을까? 어떤 선택을 하면 고통을 피할 수 있었을까? 어미와 아들이, 연인이, 친구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죄일 수 있을까? 조국을 잃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 정답과 오답이 있을 수 있을까? 시대의 열기에 쌓여 신념과 감성의 소용돌이를 겪어내야 했던 아까운 청춘들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기며 무대 위를 덮는다.
●공연장 : 디큐브아트센터
●공연기간 : ~ 2019년 4월 14일
●문의 : 1588-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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