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수시합격생 인터뷰
서울대학교 의예과 두장호 학생(단대부고 3)
“늦게 시작한 공부, 장기려 평전으로 의사의 꿈 키워”
두장호 학생(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3, 졸업 예정)은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일반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합격했다. 서울대 외에도 고려대, 경희대,아주대 의예과에 모두 합격한 두장호 학생의 특별한 수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업 전환점>
중3 때 뒤늦게 시작, 공부 참맛 깨닫다
두장호 학생은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소감으로 먼저 ‘굴곡진 성적’에 얽힌 후일담을 언급했다.
“1~2학년 때 몇몇 교과목은 ABC반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당시 저는 B반에서도 75% 정도로 하위권이었죠. 그렇게 공부대신 PC 게임에 푹 빠져 있었는데, 아무리 게임을 많이 해도 실력이 노력에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그때 불현듯 ‘최소한 공부는 노력에 비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중3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죠.”
마음을 다잡고 처음으로 매달린 과목이 수학이었다. 수학 문제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풀어야 해서 마치 게임 장르와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서 ‘공부의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중학교 수학은 고교 수학과 연계된 단원을 함께 공부했고, <수학의 정석>을 5번 반복해서 풀며 무서운 기세로 공부에 빠져들었다.
<진로 탐색>
수학 교사에서 의사로 진로 변화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고1 때 수학교사를 꿈꾸게 했다. 그러던 중 고2 때 읽은 <장기려 박사의 평전>이 진로의 전환점이 됐다. 교육과 의료라는 두 가지 관심사를 두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자아성찰을 하게 된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돈 없는 환자가 찾아왔을 때 병원 뒷문을 열어준다거나 현 의료보험 시스템이 맨 처음 국가적으로 시행된 게 아니라 민간에서 시작돼 국가가 받아들였다는 점 등입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기려 박사를 통해 의사의 꿈을 꾸게 되었죠.”
<전공 탐구>
시행착오 겪었던 탐구 활동
두장호 학생은 100세 시대에 걸맞게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교내 탐구대회 주제를 모색했다. 고2 때 외할아버지께서 투병하다 돌아가셨던 아픔을 곱씹으며 성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만성질환과 노인질환의 해결책을 고민했다.
“이 두 질환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비만입니다. 저는 사람의 체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장내 세균에 주목했습니다. 사람마다 장내 세균의 분포 비율에 따라 흡수하는 영양소가 달라진다는 EBS 다큐멘터리를 본 뒤, 대변에서 세균을 배양하는 실험을 했었죠. 결과요? 음, 실은 예측했던 거와 달라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논문을 검색해 원리를 찾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끝에 실험 대상자의 생활 방식이 다르다는 점과 같은 조건을 만들기 위한 통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대상자의 연령에 따른 변수가 있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러한 경험은 더 깊이 있는 전공 탐색의 계기가 되었다.
<전공 심화>
독서를 통한 전공 심화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과 의사의 길에 대한 고민은 독서를 통해 해결해나갔다.
과학에서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는 패러다임에 모든 사례들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을 가졌다. 예컨대 우열의 법칙이라는 중심 패러다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 유전이라는 변칙 사례가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지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과학 혁명의 구조>를 읽고 과학자의 입장에서 변칙적 사례를 어떻게 이해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변칙적 사례들이 있더라도 패러다임을 의심할 만큼 큰 예외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패러다임을 유지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를 바탕으로 생명과학Ⅱ에서 배운 ‘센트럴 도그마’의 원리와 이에 부합되지 않는 바이러스의 사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민한 끝에, 바이러스는 센트럴 도그마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바이러스의 독특한 특성(RNA만 존재)으로 역전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이래서 예외를 인정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해보며, 제 나름의 의문과 궁금증을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두장호 학생은 이 외에도 여러 책을 읽었다. 미래의 인간 생활을 담은 <인간은 필요 없다>를 읽고 인공지능은 인간에 대한 데이터 학습일 뿐 노인의 만성질환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의학의 미래는 곧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독거노인 도우미와 소외 계층 반찬 봉사, 농촌 화훼농가 일손 돕기 등의 봉사활동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통과 공감’에 대한 고찰을 통해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었다는 두장호 학생의 꿈이, 서울대 의예과 합격과 동시에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저의 학생부는 의예과를 목표로 한 전략적 스펙과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저는 중학교 때까지 공부에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죠. 지극히 평범한 저도 의사의 길에 첫발을 내디뎠으니 후배들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Tip 서울대 자기소개서 독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수학자들이 고군분투하며 천천히 단서를 찾아나가는 것처럼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좌절감이 생기더라도 계속해서 하다보면 될 것이라는 희망가 위로가 된 책
<장기려 평전> 장기려 박사의 삶 속에서 환자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며 의사의 꿈을 꾸게 만든 책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인간이 콜레라 질병에 대응하며 면역력을 갖추고 점진적으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역사 속에서 의학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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