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은 직접 해본 사람들만이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부족한 여가 시간을 쪼개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봉사활동의 진가를 맛본 사람이라면 봉사 점수나 시간을 초월해 봉사 자체의 기쁨과 보람을 놓칠 수 없다고들 한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홀로 고립되기 쉬운 시절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하도서관 청소년 자원봉사모임 ‘심(心)봉사’를 만나 ‘봉사로 함께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음씨 좋은 청소년 심봉사들의 모임
공공도서관이 많은 파주, 그중에서도 교하에 위치한 교하도서관은 주말 오후가 되면 시끌벅적 사람들로 붐빈다. 어린이 자료실과 문헌정보실 사이에 위치한 1층 로비에서 교하도서관 청소년 자원봉사모임 ‘심봉사’의 봉사 활동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매월 2째주와 4째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보드게임 분과 청소년 봉사자들이 게임 테이블을 설치해 도서관에 놀러온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 삼매경에 빠진다. 가족단위로 찾아온 이용객들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자원봉사자들에게 게임 설명을 들은 뒤 보드게임을 즐긴다. 친구들끼리 찾아온 아이들에게는 봉사자들이 게임 설명과 게임 세팅을 해주고 혼자 찾아온 아이들에게는 게임 상대가 돼주기도 한다.
보드게임 활동이 끝나는 오후 4시에는 어린이 자료실 이야기방에서 자원봉사자 형과 누나들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마당이 열린다. 예쁜 종소리가 울리면서 책 읽어주는 시간을 알려오면 이번에는 꼬마 친구들이 하나둘 이야기방으로 모인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서너 권 골라 재미있고 실감나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나면 그날 읽은 책의 독후활동 시간으로 이어진다. 도서관에 비치된 색연필과 종이로 그림책 속 주인공을 그려 보기도 하고, 삐뚤빼뚤 솜씨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기도 한다. 이용객들로 북적거리는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이번에는 놀이분과 봉사자들이 진행하는 놀이교실이 열린다. 그때그때마다 다양한 놀이 주제를 기획해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절기에 맞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말 연시에는 새해맞이 우체통을 만들기도 한다.
함께여서 좋은 마을 공동체 가치 깨달아
공공도서관은 지역주민들에게 책을 매개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지원해주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의 청소년들에게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7년째 운영되고 있는 심봉사는 책 읽어주기 분과와 놀이 분과, 보드게임 분과 등 3개 분과로 운영되고 있는데 지역주민들에게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 이들을 찾는 이용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교하도서관 정보봉사팀 신규정 팀장은 “예전에는 책 정리나 청소 같은 보조적인 업무를 봉사자들에게 맡겼다면, 지금은 청소년 봉사자들이 도서관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자원봉사활동으로서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어요. 또 청소년 봉사자들이 도서관에 와서 또래친구나 동생들, 어른들을 만나면서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분과 활동이 자원봉사 동아리로 이어져
심봉사의 봉사 활동 중 보드게임 분과는 자원봉사 동아리로 이어지고 있다. 보드게임 분과 특성상 보드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심봉사 보드게임 분과는 1년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데, 보드게임 분과에서 반년 이상 적극적으로 활동한 청소년들은 봉사 동아리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보드게임 봉사 동아리는 매년 새로 모집되는 분과 봉사자들을 교육하고 보조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보드게임 봉사 활동의 경우 매회 50명~80명씩 이용객들이 몰리기 때문에 분과 봉사자들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할 때도 있다. 봉사동아리 회원들은 보드게임 활동이 열리는 날이면 교하도서관을 찾아 분과 봉사자들을 돕고 있다.
교하도서관 심봉사 상반기 봉사자 모집해
교하도서관 심봉사는 오는 2월 2일(토)에 2019년도 상반기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청소년 50명 내외로 파주시 도서관 회원에 한해 중학생 40명, 고등학생 10명이다. 분과별로는 책 읽어주기 분과 15명, 놀이 분과 15명, 보드게임 분과 20명을 모집한다. 책 읽어주기 분과와 놀이 분과의 봉사자는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간 활동하며 보드게임 분과는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1년간 활동한다.
미니인터뷰
박영준(교하고 1학년) 학생
처음에는 봉사시간을 채우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함께 하면서 봉사활동이 참 즐겁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참 귀엽고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쳐주는 일이 즐거워요. 봉사는 겉으로는 남을 도와주는 일인 것 같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힘들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참 좋은 경험이기도 하고 제가 즐거워지는 일이예요.
황익하(교하고 1학년) 학생
중1 때부터 지금까지 보드게임 봉사를 해왔는데 무엇보다 이 활동이 재미있어요.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고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경험이 돼 장래에는 선생님을 진로로 고민해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주말에 집에 있으면 할 일이 없어 핸드폰이나 영화를 보게 되는데 교하도서관에 나와서 보드게임 봉사를 하니 훨씬 즐겁고 의미도 있어요. 저는 앞으로 고2 때까지 꾸준히 심봉사 동아리를 할 생각인데, 이곳에는 재미있는 취미생활이 있고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요.
조현비(두일중 3학년) 학생
저는 2017년에는 책 읽어주기 분과에서 활동했고 2018년에는 보드게임 분과에서 봉사하고 있어요. 어린 아이들을 만나는 게 재미있고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좋아요. 심봉사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 중 매우 만족스러운 활동입니다. 정기적인 봉사활동이 있고 체계적이며 무엇보다 동네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라 더욱 좋아요. 무엇을 할지 봉사단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저희들끼리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느껴져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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