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신입생들 사이에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하림 교사. 학기 초에는 학급과 수업 분위기 장악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담는다. 6년째 1학년을 꾸준하게 가르치고 있는 그는 신입생을 진정한 배재인으로 다듬어 가며 아이들과 친밀하고 재미있게 소통하고 있다.
아이들의 선한 눈빛, 뜻이 통하는 진심에 감동해요
“배재고에 6년간 재직하며 아이들에게서 사춘기 남자 녀석들 특유의 냄새가 나는 줄 전혀 모르고 지냈어요. 운동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와도 마냥 예쁘고 교실 한가득 아이들이 담겨 있으면 참 뿌듯하고 귀엽지요. 바깥 활동을 함께 하며 30명이 넘는 아이들과 나가 놀다 보면 저와 아이들이 똘똘 뭉친다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교생 실습을 마친 후 마지막 수업이 그를 교사의 길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1달 동안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던 아이들에게 마지막 수업에서는 반말로 누나처럼 인생 선배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서 수업을 진행했다. 공부에 대한 태도, 열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아이들의 눈빛에 감동하고 마음이 통하며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
김하림 교사는 2013년 배재고에 부임한 이후로 줄곧 1학년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배재고가 자사고 지정 취소 등의 이야기가 새어 나오고 미달 사태도 벌어지고 반 학생들이 전학을 자주 가는 시련을 거치며 그는 교사로서 더욱 단단한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많이 떠나보내며 교사로서 참 힘든 시기였지만 오히려 마음을 더 굳건하게 하고 강해졌지요. 좋은 선생님의 자세는 아이들에게 기본 규칙을 준수하도록 잘 가르치고 스스로 교사로서 지킬 건 제대로 지켜가며 학생들이 교사에게 진정성 있게 예우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터득해 나가고 있습니다.”
매년 개성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큰 행복이죠
김 교사는 신입생들을 만나는 일이 참 재미있다. 매년 학기 초마다 ‘내 아이들’을 새롭게 만나 1년간 합을 맞춰 나가는 일이 보람차다. 중3을 마치고 입학 전 배재고에 들어 온 아이들은 중학교에서 선배로서의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학년의 자세가 나온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배재고의 교복을 정식으로 입고 나면 다시 풋풋하고 서툰 신입생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말수도 없던 녀석들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교가’로 하나가 되고 끈끈한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지요. 전통에 대한 자부심, 층층이 쌓여 있는 선배들에 대한 예우, 전학을 가는 학생이 없는 것도 교사로서 큰 즐거움입니다.”
김 교사는 배재고 제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레 야구광이 되었다. 아이들과 소통도 야구를 통해서 많이 한다. 여선생님이지만 운동을 좋아해 아이들과 함께 소통이 잘 되어 따르는 학생들도 많다. 학생들을 혼낼 때도 이치에 맞게, 눈물이 쏙 빠질 만큼 따끔하게 혼을 낸다. 충고를 할 때도 진정성을 담아 사춘기 남학생들이 납득할 만큼 이해시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을 것을 나눠주며 기분을 풀어준다.
“남학생들이라 뒤끝이 없지요. 많이 혼나고 나서도 먹을 것을 나눠주면 씩 웃으며 기분을 풉니다. 남고에서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여선생님,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지내보니 친근하고 다정하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합니다.”
전원 상담신청 하시는 학부모님들과의 소통도 소중해요
올해 맡은 1학년 학급은 학부모들이 전원 상담신청을 했다. ‘아이가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요’,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고교생활을 더 잘할까요?’ 등등 학부모들이 학교와 아이에 대한 궁금증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다. 김하림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1년간 학생을 관찰한 부분과 학생에게 필요한 부분을 조목조목 모두 적어 빨간펜으로 표시까지 해가며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이들도 ‘빨간펜’으로 강조된 자신에 대한 부분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
“자사고의 성격에 맞게 아이들, 학부모님과의 눈높이 상담이 소중합니다. 인성과 생활 규칙 준수, 교사와 학생 간 예의와 배려를 강조하지만 진로진학도 함께 안고 가야 할 부분이지요.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고 생활기록부를 진솔하게 쓰는 일, 아이들 각자 생활기록부에 누락되는 부분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또 중요한 제 일이지요. 학생들을 늘 꼼꼼하게 살피고 놓치는 부분을 짚어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점이 교사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김 교사가 매년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학급 밴드는 인기가 많다. 해외수학여행을 갈 때도 탐방 코스별로 깊이 있게 문화 이해와 체험활동 등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사전준비를 치밀하게 한다. 이동하는 코스별로 다양하게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밴드에 올려 학부모들이 안심하며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아이들의 활동영상과 사진을 가득 담으면 서로 추억할 부분이 참 많지요. 집 떠난 아이들이 해외수학여행을 안전하게 하는 모습, 농촌봉사활동이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사진에 담고 함께 공유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우리’라고 느끼며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평생을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행복하게 소통한 어머니가 멘토라는 김하림 교사. 그의 꿈도 배재고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과 살갑게 소통해 나가며 배재고 학생들이 건강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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