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다양하고 진지한 관심사를 반영해 운영되는 학생자치활동의 영역에 속한다. 학교별로 정규동아리와 자율동아리를 합쳐 100개 이상의 동아리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학생들이 꿈꾸는 진로와의 적합성이 높은 동아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리를 통해 미래의 직업인이 되어보고 다양한 체험과 실습을 통해 진로에 대한 고민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 지산고등학교 영화제작동아리 ‘작은극장’을 만나 ‘예비 영화인으로서 열정을 꽃 피우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영화를 향한 열정으로 뭉친 아이들
파주 지산고등학교(교장 고주석)는 2016년에 개교해 올해로 3년차 된 신설고교이다.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경륜 있는 동아리는 아니지만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으로 모인 학생자율동아리 ‘작은극장’이 있다. 작은극장은 올초 동아리를 조직한 뒤 경기문화재단에서 고교 동아리를 지원하는 사업에 공모해 당선됐다고 한다. 동아리 부장 양의열 군(2학년)은 “영화제작지원금 100만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영화를 제작하고 연말에 상영회를 하는 것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말했다.
멜로물과 공포물 두 편의 단편영화 제작해
작은극장에서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과 배우를 꿈꾸는 학생, 연출과 촬영, 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두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멜로물과 공포물 두 편을 제작하기 위해 9명의 동아리 회원을 두 팀으로 나눠 각기 시나리오 작성부터 연기, 촬영, 영상편집 등의 작업을 수행했다. 11월 영화 상영회를 앞두고 상영 공간 섭외와 포스터 제작까지 마무리했다. 회원 신아연(1학년) 양은 “새벽 2~3시에 시작해 밤 12시까지 작업하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 날씨에 힘겨운 작업을 하면서도 행복하다고 느꼈다”며 “지금 경험하는 이 일이 내가 꿈꾸는 길이 맞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겪으며 경험과 과정의 중요성 실감해
작은극장의 영화제작 도전기는 어른의 도움 없이 온전히 학생들의 자립 활동으로 진행됐다.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가 아닌, 하나에서 열까지 학생들 스스로 길을 찾아나가야 했다. 예산에 맞는 촬영장비업체를 찾아가 장비를 대여하고 촬영 장소를 섭외했으며, 두 편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카메라 촬영과 영상 편집, 연기와 분장, 소품 준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생들의 손으로 일구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와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오디오 녹음이 잘못돼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대여 장비가 없어서 재촬영이 힘들었던 회원들은 고민 끝에 제작방향을 바꿔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했다. 양의열 군은 “몇 개월간 영화 제작을 하면서 영화라는 결과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또는 촬영 전후에 이뤄지는 사람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산고 하면 떠오르는 명물 영화동아리로 성장하고파
이제 갓 첫 발을 디딘 지산고 영화제작동아리 작은극장은 신참 동아리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제작과정을 거치며 단편영화제작이라는 미션을 마무리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동아리지만 후배들이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이어받아 몇 년 후에는 지산고 하면 떠오르는 명물 영화동아리가 되고 싶어요.” 1년 간 지난했던 동아리 활동을 되돌아보며 작은극장 회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미니인터뷰
부장 양의열(2학년) 학생
생기부 자체보다는 단순히 영화제작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원래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교 졸업제에서 영화 한편을 만들면서 영화감독을 꿈꾸게 됐어요. 처음에는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욕만 있었는데, 작업을 마무리하는 지금 돌아보니 결과물 자체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처음에는 기술적인 것만 중시했었는데 나중에는 기술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것을 배웠어요. 대학을 가든 사회에 나가든 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해 봤다는 것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노시완(2학년) 학생
영화동아리를 홍보하는 부장 의열이의 진지한 모습에 꽂혀(?) 동아리를 시작했어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영화를 좋아했어요. 동시에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미대 진학과 영화 사이에서 고민을 해왔어요. 제 스스로 영화와 미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길을 고민해보니 영상디자인이라는 길을 찾았어요. 영화 작업을 하면서 영화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찍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또 제 고민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어요.
신아연(1학년) 학생
중3 때 드라마 PD로 진로를 정하고 진로에 맞춰 영화동아리에 들어왔어요.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막상 동아리에 참가해보니 생각보다 실제적인 활동을 하게 돼서 좋았어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장비를 빌려 촬영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마음에 와닿는 게 많았고 만족감도 컸어요. 촬영 기계를 만지면서 앞으로 더 발전해야겠다는 각오도 했고요.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의 매력도 알게 됐고 다른 가치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저는 영화과나 연출영상과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김서현(1학년) 학생
중학생 때부터 드라마 작가를 꿈꿨고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장래희망이지만 어디서 쉽게 접하거나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게 많지 않던 차에 영화동아리가 생겨서 주저하지 않고 들어왔어요. 저희들끼리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하면서 제가 쓴 글이 장면화되는 걸 보니 매우 뿌듯했고, 앞으로 시나리오를 써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저는 극작과나 문예창작가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서 누구든 들어오고 싶은 동아리로 만들고 싶어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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