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꿈의학교는 경기도 내 초·중·고 학생 및 학령기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꿈꾸고, 질문하고, 스스로 기획하는 학교 밖 교육활동이다. 올해 총 1,140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그중 학생이 주인으로 우뚝 선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는 현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모범사례다. 학교 교장 또는 교사가 돼보고, 학생도 돼보며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가는 꿈짱들의 배움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그 두 번째 순서는 ‘꿈꾸는 부엉이들’이다.
도시 동물 지킴이 10명의 여중생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지혜의 여신 아테네를 도운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한다. 그런 부엉이를 닮고 싶은 10명의 학생들이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꿈꾸며 뭉쳤다. 관심을 두고 주변을 살피면 도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세상의 주인인 양 멋대로 자연을 훼손하며 동물의 보금자리를 파괴해 왔다. ‘꿈꾸는 부엉이들(이하 부엉이들)’은 도시가 지금껏 사람의 편의만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동물이 살기 좋은 도시를 고민하던 중 하굣길에 마주친 길고양이에 주목했고 그들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길고양이가 ‘부엉이들’이 꾸려갈 꿈의학교의 길잡이가 된 셈이다.
고양이 쉼터 방문해 구체적 활동 모색
길고양이의 생태를 알아보기 위해 길고양이 쉼터 ‘오묘한 공작소’를 방문했다. 먼저 고양이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청소 봉사를 시작으로 함께 놀아주기, 고양이 장난감 캣닢 인형 만들기를 하며 길고양이와 친해졌다. 최하양 학생은 “보호소 20여 마리의 길고양이 중 많은 수가 사람을 피해 숨어있었다”며 “학대당한 기억으로 사람을 피하게 된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쉼터 봉사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개선에 도움이 됐다. 장은비 학생은 “용돈을 모아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사줬는데 계속 먹이를 받아먹게 되면 야생에서 살아갈 생존본능을 잃게 된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쉼터지기의 설명을 경청하고 길고양이를 관찰하며 ‘부엉이들’은 길고양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공방에서 야외 고양이 쉼터 만들어 기증
도시 환경 안에서 사람과 동물(자연)의 공존을 실천하는 건축사례를 강의를 통해 들으며 ‘부엉이들’은 실제적인 결과물을 얻고 싶었다. 자유토론 끝에 야외 고양이 쉼터를 목공으로 직접 만들기로 합의했다. 2인 1조로 팀을 나눠 목공방에서 고양이 쉼터 제작에 착수했다. 윤다연 학생은 “간단한 목공작품을 만들어 실력을 다지고 둘씩 힘을 합쳐 나무 고양이 쉼터를 만들었다. 톱질부터 페인트칠까지 어른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만들다 보니 작품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이 간다”며 “이곳에서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 편안하게 쉬어갈 길고양이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완성된 5개의 고양이 쉼터는 ‘고양시캣맘협의회’와 상의 후 적당한 장소에 배치할 예정이다.
무분별한 학대 줄이려면 부정적 인식개선 필요
언론에 심심찮게 소개되는 길고양이 학대 사례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구애 행위의 일종인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이웃과 마찰을 빚는 대표적 원인이다. “시끄럽다고 공공기관을 통해 항의하는 건 그나마 점잖은 경우다. 당장 불편함을 없애려고 고양이 사료에 고춧가루나 염산을 섞어 해를 가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근시안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또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TNR을 제시한다. TNR(trap-neuter-return)은 인도적으로 포획한 길고양이를 중성화 수술 후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활동이다. 김지윤 학생은 “활동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캠페인을 계획 중”이라며 “저희의 활동을 소개하며 느낀점을 나누고 TNR을 홍보하면서 동물이 행복한 도시는 당연히 사람에게도 이로운 곳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김지윤 학생(신일중 3)
아는 만큼 보인다고 도시동물에 관심을 갖자 생각보다 많은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번 활동이 길고양이 보호 활동에 한정됐다면 다음에는 다양한 종류의 도시동물을 다양한 각도로 돕고 싶어요.
배지연 학생(서정중 3)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소중한 생명이므로 한 번 입양하면 끝까지 책임지는 책임의식이 꼭 필요합니다. 길고양이 보호 활동 뿐만 아니라 유기동물 방지 캠페인도 하고 싶어요.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했다면 더욱 큰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아요.
윤다연 학생(백마중 2)
처음에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목공방에서 차근차근 고양이 쉼터를 만들어가며 생각에만 그쳤던 계획이 하나씩 실현되는 값진 경험을 했어요. 우리의 조그마한 실천이 사회와 이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꿈의학교를 통해 알게 됐지요.
장은비 학생(백신중 3)
고양이 쉼터 ‘오묘한 공작소’ 봉사활동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아요.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돌보고 입양을 돕는 이런 쉼터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고양시와 상의해서 동물권 강화를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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