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중심의 핵가족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1년에 한두 번 부모님 집을 찾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가끔은 자식과 손자손녀를 거느리고 함께 여행하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진다. 팔순 노모가 선택한 여행지 베트남 하노이로 3대가 함께 여행을 떠났다.
큰 화폐 단위, 풍부한 자원, 저렴한 물가
인천 국제공항에서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남짓, 기내식으로 식사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이거나 영화 한 편을 보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이다.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하자 신속한 입국절차(무비자)에 이어, 공항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는 커다란 삼성 광고판을 보자 베트남과 한국의 친밀감이 확 다가온다.
베트남의 화폐는 ‘동’이고 화폐단위는 어마어마해 1만동이 우리 돈으로 500원이 채 안 된다. 노이바이 공항 환전 창구에서 100달러짜리 한 장을 내놓자 무려 230만동 정도를 수십 장의 지폐로 바꿔준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에서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를 지불할 때 미리 잔돈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계산이 상당히 복잡하다.
택시비는 워낙 저렴해 가까운 거리는 우리 돈으로 천 원 남짓이고, 제법 먼 거리를 가도 1만원을 넘기 어렵다. 그렇지만 카드 결제가 안 되는 택시가 대부분이고 운전사가 잔돈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타기 전에 미리 잔돈을 준비하지 않으면 요금보다 팁을 더 줘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거리에 택시가 많고 소형 택시에 여럿이 타도 전혀 싫은 눈치를 주지 않아 교통은 꽤 편리하다.
쌀, 채소, 과일 등 먹거리와 자원이 풍부하고 인력도 많다 보니 물가가 상당히 저렴하다. 서울 연남동에도 입점해 있는 하노이의 ‘콩카페’에서 음료 5잔을 주문하자 우리 돈으로 약 1만원, 서울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쌀국수, 분짜, 해산물 요리, 서양식 등의 음식도 모두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다음 베트남 여행은 먹방 여행을 생각해봤다.
베트남 영웅의 위상 체험한 바딘 광장과 호치민 생가
하노이에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바딘 구역에 있는 ‘바딘 광장’이다. 여의도 공원이 광장이었던 시절의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시내가 복잡한데 비해 드넓은 광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1945년 9월, 베트남의 혁명가이자 정치가인 호치민이 이 광장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베트남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고 하니 베트남 역사상 의미 있는 곳이 아닐 수 없다. 광장 중앙에 있는 건물은 호치민의 사후 그의 영묘가 세워져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곳으로 내부 관람은 불가능하고 경비도 삼엄했다.
인근에 있는 노란색 건물인 주석궁은 울창한 초록빛 나무들과 잘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바로 옆에는 호치민이 1969년까지 실제로 거주했던 생가가 남아 있는데, 소박한 집무실, 침실, 서재 등을 보며 일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끝까지 검소하게 생활한 지도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젊음이 넘쳐나는 오토바이 천국 ‘호안끼엠 호’ 주변
하노이는 곳곳에서 호수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이다. 크고 작은 호수가 무려 300여개에 달한다. 롯데타워 65층의 전망대에 오르니 곳곳에 펼쳐진 호수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호수가 하노이 중심에 위치한 ‘호안끼엠 호’다.
우리 일행은 오픈된 스트리트 카를 타고 호수 주변의 거리와 복잡한 시장 거리를 돌아봤다. 호수 남쪽으로는 넓은 거리에 서양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제법 깔끔하고 럭셔리한 풍경이 펼쳐진다. 반대로 북쪽으로는 우리의 남대문 시장이나 정비되기 이전의 청계천 거리가 연상될 만큼 복잡하고 정신없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호안끼엠 호’ 주변은 스트리트 카로 30여 분만에 베트남의 신·구 문명과 현지인들의 생활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명소이다.
30세 이하의 인구가 60%에 달한다는 베트남은 확실히 젊음의 나라이다. 남녀노소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거리에는 온통 오토바이가 넘쳐나는데 특히 젊은 남녀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어린아이를 앞에 태우고 가는 오토바이를 보는 것도 흔한 일이다.
차선도 없고 신호도 없는 도로를 수많은 오토바이와 자동차, 거기에 관광객들의 스트리트 카까지 합세해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나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과속하는 사람은 없어 보이지만 위험천만해 보이고 극심한 배기가스도 감수해야 한다. 한 바퀴 돌고나니 팔순 노모는 ‘나는 이런 데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한 마디 하신다.
바다에 펼쳐진 자연 비경 ‘하롱베이’
하노이 관광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인 ‘하롱베이’다. 하롱베이는 인천공항에서 아직 직항이 없어서 하노이를 거쳐 투어버스로 3~4시간 이동해야 한다. 도로가 좋지 않고 속도 제한이 있어서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교통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하롱베이는 꼭 둘러봐야할 만큼 비경을 자랑했다.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하자 30여 명이 탈만한 아담한 유람선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15명 정도가 타고 여유 있게 출발했다. ‘하롱’이란 지명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바다 위에 솟아 있는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섬과 석회암 기둥들로 이루어진 바위들이 바다의 풍광과 어우러져 지명만큼이나 신비한 경관을 자아냈다. 대부분의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유람하면서 선상에서 맛보는 신선한 회와 해산물도 별미였다.
유람선에서 내려 스피드 보트로 갈아타고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바다 위를 달리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스피드 보트에서 다시 뱃사공이 노를 젓는 쪽배로 갈아타고 ‘항루언’으로 들어갔다. 항루언은 작은 보트만 드나들 수 있는 터널과 같은 동굴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한가운데 바다가 들어와 있고 우뚝 솟은 바위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천연요새와 같았다.
땀 흘리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 티톱섬(러시아 우주비행사의 이름을 따온 섬)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과 케이블카를 타고 조망한 야경 또한 잊지 못할 한 장면이다. 현재 ‘하롱베이’는 느림과 빠름의 미학이 교차하고 있었다.
섬 하나가 아름다운 리조트 ‘빈펄 리조트’
하롱베이에서 숙소로 정한 ‘빈펄 리조트’는 3대 가족 여행에서 힐링의 시간을 준 아름다운 곳이었다. 숙소가 섬에 있어서 육지에 있는 프런트 데스크 하우스에서 체크인을 한 후 다시 셔틀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중간에 외출하거나 쇼핑하기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번화가에 있는 호텔과 달리 조용하고 쾌적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룸과 수영장을 바라볼 수 있는 룸으로 나뉘어져 있어 어떤 룸을 배정 받더라고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넓고 쾌적한 룸, 아름다운 실내외 수영장, 깔끔하고 다채로운 메뉴의 뷔페 조식 등 여행객이 피로를 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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