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휴가를 맞춰 남편, 아들과 함께 후쿠오카로 향했다. 1시간 여 만에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대기하고 있는 택시의 긴 행렬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을 타려했던 계획을 뒤로하고 우리는 빠르고 친절한 일본 택시의 유혹(?)에 못 이겨 택시에 몸을 실었다.
후쿠오카 타워와 모모치 해변
숙소는 지하철 나나쿠마선 ‘야쿠인오도리’ 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한쪽에는 방과 거실 다른 한쪽에는 주방, 화장실, 욕실, 세탁실이 구분돼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소형 아파트였다. 다음날, 시내 관광을 위해 지하철역으로 나가 발권기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하얀 제복을 입은 직원이 다가와 사용법을 친절하게 일러준다.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본어‧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4개국 언어가 가능했고 구간에 따라 가격이 모두 달랐다.
우리는 1일 패스권을 끊고 지하철 여행에 나섰다. 지하철 탑승구나 안내표지판에도 우리말이 적혀 있어 큰 불편함이 없었다. 첫 목적지는 후쿠오카 타워와 그 옆에 자리한 모모치 해변. 타워 앞 광장에서는 때마침 특산물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행사가 한창이었다. 나무그늘에 앉아 장어덮밥으로 점심을 대신한 후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로 올라갔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북쪽으로는 모모치 해변을, 남쪽으로는 후쿠오카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다음은 모모치 해변공원. 1989년에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박람회를 위해 1982년부터 해안가 일대를 매립(흙으로 채움)해 완성한 인공 해변이라고 한다.
‘다자이후’ 찍고 텐진역에서 맛집 탐방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 위치한 ‘오호리 공원’에 들렀다. 공원 대부분이 큰 호수로 이뤄져있고 호수 중앙의 3개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공원에는 3,000여 그루의 버드나무와 운치 있는 산책로, 숲, 일본식 정원이 갖춰져 있다. 공원은 휴일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고 공원 호숫가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는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로 만석이었다.
이튿날, 텐진역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관광도시 ‘다자이후’로 향했다. 다자이후역에서 ‘다자이후 천만궁’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아기자기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로 즐비했다. 그런데 즉석에서 만드는 모찌 가게들이 어림잡아 10여 군데나 있음에도 가격은 모두 개당 120엔이다. 단합이라도 한 것일까?
학문의 신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를 모셔 놓은 ‘다자이후 천만궁’은 입시철이면 합격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입시철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빌고 있었다.
텐진역으로 돌아왔다. 하카타역과 함께 후쿠오카의 가장 큰 복합환승센터 중의 하나인 텐진역은 지하철, 기차, 버스터미널, 백화점, 쇼핑가, 호텔, 오피스 등이 한곳에 몰려있다. 특히, 남북으로 길게 뻗은 360미터의 유럽 풍 지하 쇼핑가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강남의 삼성역도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된다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유후인’ 노천탕에서 힐링을 만끽하다
텐진역 주변을 산책하다가 유명한 라멘집인 ‘이치란’에 들렀다. 먼저 자판기로 주문을 하고 면발의 익힘 정도 등을 체크한 다음 칸막이가 설치된 좌석에 앉아 기다리면 매장 안쪽에서 직원이 라멘을 올려놓고 간다. 생각보다 짠맛이 강해 기껏 줄서서 기다린 보람은 ‘사요나라’였다. 다음은 인근의 하카타역. 이곳 역시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식당들이 밀집돼 있어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귀국 전날, 온천마을인 ‘유후인’에 가기 위해 니시테츠 텐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하카타역과 후쿠오카 국제공항을 거쳐 3시간 가까이 달린 끝에 유후인에 도착했다. 유후인은 고급스러운 료칸들과 그림 같은 긴린코 호수로 유명한 곳이다.
온천 이용시간이 오후 3시면 마감된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당일 온천이 가능한 ‘무소엔’으로 갔다. 고즈넉한 산중턱에 자리한 이곳은 여탕, 남탕, 가족탕 등으로 구분돼 있고 무엇보다도 1인 요금(1시간 기준)이 700엔으로 가성비가 좋다. 노천 가족탕은 아담하면서도 깔끔했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운하를 연결해 만든 ‘캐널시티 하카타’
온천을 마치고 유후인 역으로 돌아와 시내 관광을 했다. 저 멀리 붉은빛의 ‘유후다케’ 산이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유후다케를 바라보며 길을 걷다 보니 그 유명한 유노추보거리가 나온다. 길 양쪽에 늘어선 기념품 가게와 캐릭터 숍, 그리고 금상고로케, 롤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의 맛집들을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자유여행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여유였다.
저녁 늦게 텐진역에 도착해 다시 택시를 타고 후쿠오카의 대표 쇼핑몰인 ‘캐널시티 하카타’로 향했다. 운하(캐널)를 중심으로 호텔, 공연장, 영화관, 레스토랑, 전문매장, 쇼룸 등이 모여 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홀로그램과 분수 쇼가 펼쳐졌다. 화려함의 절정이었다.
아쉽게도 마지막 날은 왔다. 아침마다 마주치던 ‘야쿠인오도리’역 직원과 작별의 눈인사를 나누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나갔다. 공항으로 가려면 어차피 텐진역에서 환승해야 해서 우리는 그곳에서 2시간 정도 머물기로 했다. 가게마다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도시락 전문점 앞에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도 그들 속에 섞여 전통 일본 요리도 맛보고 지인들에게 줄 선물도 골랐다. 꿈같았던 4박 5일 간의 여정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Tip 후쿠오카 주변의 가볼만한 곳
▶구루메 : 신칸센으로 17분, 니시테츠 전차로 30분. 옛날부터 ‘구루메가스리(붓으로 살짝 스친 것 같은 무늬가 있는 천)’의 산지로 유명하다. 주변 지역은 농산물의 집산지이며 구루메 성(城)을 비롯한 신사, 사찰 등의 유적이 많다.
▶야나가와 : 텐진에서 니시테츠 전차로 48분. 배를 타고 수로를 도는 강 놀이로 유명하다. 배에서 보는 경치는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해줄 만큼 평화롭다. 독자적인 전통과 식문화 등 ‘수향의 도시’만의 깊은 역사와 사계절을 즐길 수 있다.
▶이토시마 : 지하철 텐진역에서 지하철+JR지쿠히선으로 30분. 후쿠오카시에서 차로 30분이면 풍부한 자연과 만날 수 있다. 섬 주변 해변 가에는 석양 명소와 예쁜 카페들이 모여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이토시마산 야채와 생선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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