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결정된 일본여행.행선지는 도쿄나 오사카처럼 화려하거나 붐비는 대도시가 아닌 일본 남쪽지방 카가와 현의 조용한 소도시인 다카마츠시 주변을 둘러보는 소박한 코스로 딸과 함께2박3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다.사누키 우동 산지로 유명한 카가와 현은 어디를 가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우동가게가 쉽게 눈에 띄었고,다카마츠시 인근에 위치한 나오시마 섬은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었다.
다카마츠시,인근 관광 위한 거점 도시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카가와 현을 즐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유명한 곳을 위주로 둘러보는 코스였다.사누키 우동의 산지로 유명한 카가와 현의 중심지는 다카마츠시로 육로로는 고토히라,바닷길로는 인근의 ‘아트 아일랜드’로 불리는 나오시마,데시마,쇼도시마 등의 섬을 둘러볼 수 있는 거점 도시다.
인천공항에서 한 시간 반이면 자그마한 다카마츠 공항에 도착한다.다카마츠 공항 입국심사대를 빠져 나오자 우동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유명한 사누키 우동의 산지답게 다카마츠 공항청사 1층에는 작은 우동가게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그곳에서 늦은 아침으로 새우튀김을 얹은 가케우동을 시켜 허기를 달랜 후 공항 리무진을 타고 다카마츠 시내로 향했다.
시내 주요 지점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 무료 티켓이 관광객에게 제공되고 있어 편하게 숙소로 갈 수 있었다.호텔에 짐을 맡긴 후 우리는 곧장 섬 전체가 아트 그 자체라는 나오시마 행 페리를 타기 위해 다카마츠 역 인근의 다카마츠 선착장으로 서둘러 갔다.
섬 자체가 예술인 나오시마의 미술관 순례길
예정대로라면 이튿날 아침 일찍 둘러보기로 했던 나오시마.다음 날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당장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필코 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나오시마 행 페리에 올라탔다.운 좋게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 행 배가 출항을 앞두고 있어 왕복 티켓을 끊고 바로 탈 수 있었다.시원하게 바다 물살을 가르면서 달리는 배 안에서 느긋하게 망망대해인 태평양을 바라보다 보면 한 시간도 채 안 돼 나오시마 섬에 도착한다.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할 만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곳으로 유명하다.아니나 다를까 항구가 보이기 시작하자 익숙한 커다란 땡땡이 무늬가 들어간 호박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내리자마자 선착장 입구에서 나오시마쵸영 버스와 무료 셔틀 버스를 번갈아 타면서 섬 투어를 시작했다.버스를 타고 섬에 있는 베넷세하우스,이우환미술관,츠즈지소,지중미술관을 순례했다.각 미술관마다 관람료를 받고 입장을 해야 해서 입장료도 만만치 않았지만 아트 여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두렵지도 않았다.미술관과 미술관 사이는 걸어가기에는 좀 멀고 그렇다고 자전거로 가기에도 생각보다 불편해 당일 마지막 배를 타고 다시 돌아오기에는 순환버스가 차라리 편했다.
그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지중미술관으로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을 지하로 구성한 특이한 구조의 미술관이다.지중미술관 입구까지는 ‘모네의 정원’이 재현된 작은 연못이 있는 정원을 오솔길처럼 걸어가야 한다. 아직은 덜 따가운 5월 초의 햇살을 즐길 여유가 있어 사진도 찍고 좋았다.하지만 지중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으로 건물 입구부터 사진 촬영 자체가 금지되어 있어 아쉬웠다.섬 내부를 순환버스를 타고 돌다보면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지중미술관이다.다른 곳에서는 거의 손님들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해신 있는 고토히라 궁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
첫날에 현대 예술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예술의 섬을 구경했다면 둘째 날은 오래된 아름다움과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전통이 엿보이는 온천마을 고토히라를 방문했다.그곳은 다카마츠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오래된 마을이다.
일본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고토히라역에 도착한 뒤 걸어서 해신을 모시고 있는 신사를 방문했다.
‘사누키 곤피라상’이라 불리는 바다의 신을 모시고 있는 고토히라궁을 가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정상인 오쿠사까지 약1,368개의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일본도 역시 골든 위크로 불리는 연휴기간이라 각지에서 몰려든 일본인 관광객들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내려가는 계단 모두 혼잡하기 짝이 없었다.게다가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길이라 그런지 가벼운 복장에 나무 지팡이까지 동원한 관광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본궁은785계단이 위치한 곳으로 대부분의 관광객이 참배를 마치고 돌아간다.
고토히라역에서 고토히라궁으로 가는 길목에는 오래된 우동가게마다 손님이 줄을 서 있었으며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기념품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도 펼쳐졌다.길목을 벗어나 계단 초입까지 우동학교가 있어 이곳이 우동 산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자연의 웅장함과 일본정원의 멋 모두 갖춘 리츠린 공원
조용하다 못해 한적하게 느껴지는 다카마츠 시내는 순환버스만 타도 금방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온다.다카마츠시는 그만큼 자그마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리츠린 공원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이 있다.코토히라시에 다녀온 뒤 다카마츠역에서 택시를 타고 서둘러 도착한 리츠린 공원에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옛 귀족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뱃놀이 접수는 아쉽게도 이미 마감이 됐다.그래도 딸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면서 일본 정원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자연의 웅장함이 조화를 이룬 절경은 아쉬운 대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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