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일이 어느새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수험생 학부모들도 가슴을 졸이는 시기다. 수능 당일 아이가 열심히 공부한 만큼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모르는 문제는 잘 찍어서 정답을 맞혔으면 하는 요행도 바라게 된다. 이렇듯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는데, 과연 입시를 치렀던 선배 맘들은 어땠을까? 수능 당일 경험담을 들어봤다.
Case 1
교회로! 성당으로! 사찰로!
종교는 달라도 수능 시간표에 맞춰 합격 기도
아이가 수능 고사장으로 들어간 뒤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 ‘기도’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는 수험생 학부모들이 많다. 교회로, 성당으로, 사찰로 들어가 수능 시간표에 맞춰 기도하는 모습도 수능 당일 이색 풍경 중 하나다. 종교는 달라도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에는 기도만 한 게 없다는 것이다.
☞ 선배 맘 조언① “저는 수능 시간표대로 시험 시간엔 기도하고 쉬는 시간엔 휴식을 취하며 수능 패턴대로 기도했어요. 그런데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이 끝나고 다른 수험생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이가 1교시 시험만 보고 수능 고사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국어영역을 망쳐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나 봐요. 그때부터 함께 기도하던 엄마들은 남 일 같지 않아 더 마음을 졸였죠. 기도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했는데 오히려 그 전화로 인해 다들 흔들렸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수능 당일 마음 다스리기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가 낫지 않을까 싶어요.”
Case 2
고생한 아이를 위한 이벤트 준비
수능 고사장 앞에서 LED 글씨로 시선 집중
수능공부로 힘들었을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학부모도 있다. 평상시 쑥스러워 잘 표현하지 못했다면 이날만큼은 ‘그동안 고생했다, 애썼다’는 마음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험이 끝난 뒤 이벤트를 보고 피식 웃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차분하게 준비한다면, 수능 당일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 선배 맘 조언② “저는 A4 용지에 한 글자씩 프린트해서 종이 현수막을 만들었어요. ‘애썼다, 아들! 우윳빛깔 OOO, 사랑해요 OOO’라고 말이죠. 그런데 아이가 제2외국어 시험을 보느라 늦게 끝나다 보니, 주위가 어두워서 글씨가 잘 안 보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남편과 둘이 스마트폰 LED 전광판 앱을 다운받아 글씨를 입력해 현수막을 대체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반짝이 LED 글씨를 보며 웃기도 하고, 자기에게 하는 얘기처럼 감동받기도 하더군요. 지쳐서 걸어 나오던 아들도 LED 전광판을 보더니 박장대소하며 다가와 저희를 끌어안더군요. 힘든 수험생활이었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Case 3
산책하거나 가벼운 산행
복잡한 마음 다스리는 힐링 트래킹
수능 고사장 입구에서 아이와 헤어진 뒤 ‘공허하다’는 수험생 학부모도 종종 보게 된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서 ‘이게 뭐라고 그동안 지지고 볶고 힘들었나’ 싶어서 허탈하다는 것이다. 이럴 땐 적당히 몸을 움직여주어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선배 맘 조언③ “집 근처에 산이 있어서, 아이를 데려다준 뒤 집에 와서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늦가을 산행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차츰 산을 오르면서 숨도 차고 땀이 나다 보니 오히려 아무 생각이 안 나더군요. 그저 빨리 정상에 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어요. 정상에 도착해 아이와 똑같이 싼 수능 도시락을 먹으며 차분하게 생각하다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어요.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집 주변을 산책하거나 가볍게 운동을 하며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Case 4
수험생 맘들의 마음은 다 똑같아
친한 사람끼리 모여 카페에서 담소
수능 날 아침, 아이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엄마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로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은 강심장 엄마라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이럴 땐 마음 맞는 수험생 엄마들끼리 만나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속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때론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 선배 맘 조언④ “아이를 수능 고사장에 데려다준 뒤 주책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마음이 좋지 않아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인근 카페에서 만나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죠. 처음에는 저만 이렇게 마음이 무겁나했는데, 듣고 보니 다들 똑같은 마음이더라고요. 그동안 맘고생 했던 얘기를 하며 서로에게 ‘재수 없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고 나니, 오히려 힘이 났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Case 5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쇼핑이든 문화생활이든 원하는 하루 보내기
수능 날 온종일 마음을 졸이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신경 쓰지 말자는 학부모도 있다. 적어도 수능 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저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셈 치고, 원하는 것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자는 것이다. 근심걱정으로 불안하게 기다리기보다는 오히려 의연하게 보내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얘기다.
☞ 선배 맘 조언⑤ “전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수능 시험을 보러 들어갔으니 종일 불안해 봐야 득이 될 게 없잖아요. 그래서 수능이 끝날 때까지 평소 하고 싶은 일을 했죠. 쇼핑하면서 그동안 고생한 아이에게 줄 선물도 고르고, 시험이 끝나고 함께 저녁 먹을 음식점도 예약하고. 그렇게 바삐 보내다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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