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양천구 캣맘’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캣맘들이 SNS 밴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더 나아가 길고양이를 향한 사회 인식개선을 위해 고민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올해도 맹추위가 예상돼 길고양이에게 견디기 힘든 계절이 돌아왔다. 좋은 일임에도 이웃의 눈치를 보며 몰래 다니거나, 구조해야 할 고양이가 늘어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질 때, 함께 부딪혀보자고 힘을 뭉친 용감한 사람들이다.
SNS 밴드 개설해 연대 시작! 함께 힘 모으기로
현재 36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강서구 양천구 캣맘’ 밴드는 리더 김현정씨를 통해 지난 2016년 개설됐다. 밴드가 만들어진 후, 길고양이의 밥자리 제공을 비롯해 구조와 치료, 임시 보호 등을 개인적으로 해오던 캣맘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리더 김현정씨(화곡동)는 “3년 전, 굶어 죽기 직전의 고양이 두 마리를 구조해 키우게 되면서 캣맘 활동을 시작했다”며 “밴드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교통사고로 다친 고양이를 구조하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안락사해야 한다는 말을 먼저 들었어요. 골절수술비만 3백만 원 이상이 나왔죠. 동물구조 단체에 연락을 취해도 도와주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들은 조직적인 활동 대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을 우선시한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함께 힘을 모았다. 지난해 겨울, 신정동 재개발 지역에 남은 고양이 수십여 마리를 구조해 중성화하고 다른 장소로 보낸 일은 잊지 못할 연대의 시작이다.
감동과 눈물이 있는 생생 현장 이야기
캣맘으로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사건을 만나는 일이 잦다. 무료급식소 안에 눈도 뜨지 않은 새끼고양이를 엄마고양이 몰래 가져와 버리는 사람들, 어린 고양이 목에 줄을 매 끌고 다니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며 속이 까맣게 상한다. 이웃들 몰래 숨어서 밥을 주고, 때로는 힘겨운 실랑이를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캣맘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많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은 급식소가 있는 장소와 밥 주는 회원들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오랫동안 활동한 회원들 역시 동네 길고양이의 가족관계나 성격을 줄줄이 꿴다. 가끔 감사선물을 준비해오는 길고양이도 생겼다. 장경자씨(신정동)는 길고양로부터 ‘쥐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 담았단다. 고양이와 대가족을 이룬 회원도 있다. 곽현주씨(등촌동)는 “임시 보호 고양이를 포함해 50여 마리의 고양이를 키워요. 탯줄이 달린 채 버려진 새끼를 구조하고, 가족은 다 데려오다 보니 점점 늘어났어요”라며 웃었다.
길고양이 쉼터를 운영하는 임정아씨(신월동)는 “작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람사랑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양이가 지나는 화단에 뾰족한 이쑤시개를 여럿 꽂아놓은 아저씨가 있었지요. 이웃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박미선씨(화곡동)는 구조한 새끼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에 대해 잘 알게 됐다고 한다. “체온 유지와 인공수유, 트림, 배변 유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답니다. 그전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일이죠.”
길고양이 향한 부정적 인식 개선해나갈 터
캣맘 밴드의 장기적인 목표는 길고양이를 대하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길고양이 급식소 관리를 어르신들에게 맡겨 일자리를 창출해보자는 제안도 그 중 하나다. 고양이를 돌보면서 애정을 주게 되면 학대가 사라지고, 치매나 우울증 같은 사회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길고양이 TNR(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 중성화 수술 후 풀어주는 활동)은 신중한 고민을 거친 후 시행하고 있다. 치료가 급선무인 고양이나 임신과 수유 중인 엄마고양이, 너무 어린 고양이는 제외한다. 반려동물 그림 그리기, 디자인 소품 판매 등 예술가 회원들을 잘 활용해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공연예술학과 교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정씨는 이웃과 아이들의 인식개선 교육을 위한 뮤지컬공연을 준비 중이다. 뮤지컬을 통해 사람과 길고양이가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공연을 후원하고 싶은 이들이나 함께 활동하기 원하는 캣맘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 강서구 양천구 캣맘 밴드/ 김현정: 010-3795-0563
김현정 리더(화곡동)
생명사랑 프로젝트와 길고양이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할 계획입니다. 일이 잘 진행된다면 길고양이는 물론이고, 그동안 고양이와 함께 상처받았던 캣맘들의 마음도 위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장경자 회원(신정동)
주인이 이사를 가고 난 뒤, 버림을 받은 고양이를 돌보면서 캣맘이 됐어요. 좁은 공간에 기어들어 가 밥을 주는 일이 자주 있어 허리가 아프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고양이들을 보면 보람이 더 크답니다.
박보경 회원(신정동)
한 마리, 두 마리 입양하다 보니 길고양이 가족이 어느새 4마리로 늘어났답니다. 고양이를 더 알고 싶어 동물행동상담사 자격증도 땄고요. 무엇보다 밴드를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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