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어느 마을축제에서 ‘해늘과 함께하는 청소년 참정권 바로알기’라는 제목으로 캠페인 활동 중인 고등학생들을 만났다. 청소년 참정권을 설명하고, 간이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권을 행사해 보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이러한 활동을 기획, 진행한 고양시학생회장단연합회(이하 고학연) ‘해늘’을 만나보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청소년의 바람과 요구가 녹아있다.
고양시 학생회 임원들로 구성된 최대 연합동아리
‘해늘’은 ‘해처럼 늘 밝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로 4기수를 맞은 ‘해늘’은 지난해 2학기에 새로 구성된 각 학교 학생회 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일산동구, 일산서구, 덕양구 세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회 임원 200여 명이 활동 중이며 올해 3월 발대식에 14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학업과 학교 행사 등 바쁜 일정 중에도 1달에 1번 토당청소년수련관에서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부천학생회장단연합회 ‘크레셴도’와 협업 체결
올해는 특별히 ‘해늘’에게 의미 있는 해다. 지난 3월 고학연 ‘해늘’과 부천학생회장단연합회 ‘크레셴도’가 MOU(업무협약)를 체결, 타 지역에서 시도된 바 없는 지역 간 네트워킹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행한 경기도 학생회장단 교육에서 만난 이들은 ‘지역 간의 연계를 통해 학생자치를 더욱 활성화시키자’라는 의견에 뜻을 함께했다. 부회장 홍승우 학생은 “지역 활동에 내실을 기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전국적으로 학생자치에 대한 의지를 뻗어 나가고자 했다”며 “고양시와 부천시가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로 한 달여의 준비 끝에 3월 말 두 지역 학생회 협업이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모든 과정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뤄낸 결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모의 교육감선거, 청소년정책제안 등 교외활동에 열정
“생활기록부에 기록 안 돼 아쉽”
‘해늘’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한다’는 목표를 갖고 충실히 활동해 왔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천시와 연합, 온라인 모의투표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지방선거는 청소년의 참정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해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회의를 거듭하고 의견을 모아 세 가지 모의투표를 실시했다. ‘선거연령 인하 찬/반’, ‘찬/반 이유’, ‘우리 손으로 뽑는 교육감’이 그것이다. 회장 김원희 학생은 “실제 투표소를 똑같이 재현한 오프라인 투표로 계획했지만, 캠페인 행사도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 지침으로 무산됐다”며 “하지만 온라인으로라도 선거연령 인하에 대한 당사자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경기도 교육감을 직접 뽑아보며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성과를 전했다.
고양시장을 직접 만나 청소년정책을 제안하고 전달한 사례도 있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마련한 아동·청소년 권리교육 수료 후, 토론을 통해 청소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책을 만들었다. ‘해늘’의 의견은 대표의견으로 채택, 고양시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플래카드 등으로 제작한 청소년 정책은 고양시 교육정책 입안에 큰 역할을 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중산고 전예준 학생은 직접 피부로 느끼는 고충을 전하며 친구들의 의견을 대변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폐지된 후, 사설 독서실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은 공부할 적당한 공간이 없어요. 이런 학생들을 위해 고양시 관내 시립 도서관 열람실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이용시간도 확대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해늘’을 비롯한 교외 연합 동아리들은 왕성한 활동으로 청소년 권리 증진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토당청소년수련관 정길수 팀장은 “교외활동이 생기부에 기록되지 않아 학생회 활동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
회장 김원희 (행신고 3)학생
‘학교와 학생 사이의 즐거운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학생회의 매력에 빠져 입학하자마자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교내 급식의 만족도를 높인 일입니다. 학생급식대표단을 조직, 급식 설문지 항목을 구체화해 심도 있는 의견을 수렴했지요. 학생회가 설문지를 취합해 급식실에 직접 전달, 의견교환이 원활해지니 급식의 질은 자연히 높아졌어요. 지금은 ‘밥 맛있는 학교’로 불린답니다. 대학에 가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여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솔한 정치가가 되고 싶어요.
부회장 홍승우 (백신고 3)학생
지난해 학생회 일원이 되어 ‘제1회 백신 가을음악회’를 개최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내 예체능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은 반면, 교내 문화 활동과 행사가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학생들이 지금껏 익힌 재능을 맘껏 뽐낼 기회의 장을 마련한 음악회가 좋은 호응을 얻어 보람을 느꼈어요. 저는 사회복지학과나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해 소수의 의견을 전하고 일을 하고 싶어요.
정길수 (토당청소년수련관 교육사업부)팀장
청소년들의 역량이 무척 뛰어나서 저는 옆에서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안, 기획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제가 많은 것을 배웁니다. 현재 고양시는 다양한 교육정책과 복지지원사업이 진행 중인데 실제적 수요자인 청소년의 입장을 ‘해늘’이 대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련관에 와서 우리 아이들이 굶지 않고 배 불리 먹으며, 그들의 목소리를 소리 높여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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