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기에 자신의 세계를 작품에 온전히 담아내는 걸까? 그들의 작업실에는 어떤 꿈과 어떠한 감정들이 숨 쉬고 있을까?
예술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공간이자 때로는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실험의 장으로서 끊임없이 진화해 온 창조적인 장소, 그 곳의 문이 활짝 열렸다.
G-오픈스튜디오 ‘옆집에 사는 예술가’는 경기문화재단이 경기지역 미술작가들의 작업을 보다 밀도 있게 소개하게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안성, 화성 등 65곳 89명의 경기지역 미술작가의 작업실과 작가를 소개하며 3천여 명의 도민들과 소통했던 옆집예술이 올해는 안산의 열 두 작가를 찾는다.
끝이 없는 예술가의 길을 엿보다
지난 9월 8일, ‘옆집에 사는 예술가:안산편’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안예환, 정운기, 박신혜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안예환 작가의 작업실은 상록수역 인근 상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산에서 출생해 동덕여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안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선인장, 비어있는 달. 우주, 버드나무 등의 형상으로 표현한다. 반짝이는 하늘과 바다, 텅 빈 보자기에는 우리들의 인생이 담기고, 선인장에는 작가의 험난한 삶과 생명력에의 강한 의지가 중첩됐다.
안 작가는 “아버지의 반대가 오히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며, 안정적인 미술교사의 삶을 뿌리치고 끝이 없는 길로 들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숙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올해 회갑을 맞는 작가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다시 시작하는 한 살이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관객들은 격려와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멀고도 가까운 ‘옆집 예술가’에게 인생을 배우다
손에 접이식 의자를 든 참가자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에 위치한 평전 먹그림 연구실로 이동했다. 목은산 정운기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붓을 잡기 시작해 평생 오롯이 문인화(文人畵)를 그려왔다. 그러던 그가 2010년 이후 문인화의 격조와 정신성을 한국의 현대적 조형 감각을 추가해 자기의 세계를, 삶의 찰나를 드러낸다. 잔가지로 이루어진 나무의 형상이 아련한 균열과 여백으로 모였다 흩어지며 달항아리가 된다.
중앙동에 작업실을 둔 박신혜 작가는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독일 헤쎈주 주립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으며, 10년간의 유학생활을 정리한 이후 안산에 터를 잡았다. 독일에 거주하는 동안 많은 것이 변해버린 한국 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바다였고, 이후 그가 일관되게 표현해 온 주제는 바다다. 풍경으로서의 바다가 아닌, 인간이 침범할 수 없는 힘과 생명을 가진 태곳적 바다를 그린다.
의정부에서 온 이화준 씨 가족과 일산에서 동료와 함께 참여한 김종운 씨는 옆집 예술 프로그램 마니아로 3년째 만나고 있다. 대안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히 다닌다는 이화준 씨는 “정운기 작가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에서 가는 길이 틀리다 맞다가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라는 말에 용기와 확신을 얻었다”고 했고, 취미로 유화를 그린다는 김종운 씨는 “작가들의 작업과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회화, 도자,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나다
옆집에 사는 예술가 안산편에서는 회화, 도자,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9월 15일에는 김현철, 이동수, 김지영(영케이) 작가, 10월 6일에는 이미선, 하진용, 정철규 작가, 10월 13일에는 김세중, 양쿠라, 이연실 작가의 작업실을 투어한다. 참가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며 10월 13일 프로그램은 신청이 완료됐다.
11월 16일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네트워크파티가 진행되며, 이날부터 30일까지 단원미술관 전시실에서 참여 작가들의 작업과 프로그램 과정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를 연다.
단원미술관(031-48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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