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과 마음이 한 끼 맛있는 음식으로 회복될까? 봉사단체 총무를 맡고 있는 지인에게 ‘어르신들 모시고 근사한 여름보양식 대접하기 좋은 곳’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맛은 물론 건강과 영양 챙기고 한가롭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알기에 맛 집을 찾아 나섰다. 한적한 산자락을 끼고 자리한 양상동의 ‘장어여’ 김성운 대표는 “여름보양식으로 장어가 최고”라며 “살아있는 싱싱한 생물장어를 실컷 먹는 것도 지친 여름을 이기는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장어에 물 좋은 활어회까지 서비스로 나온다니, 회식장소 일번 후보로 올려놓고 조곤조곤 탐색을 시작했다.
활(活)-생기가 돌다
맛은 생기에 나오는 것일까? 밭에서 금방 뽑은 열무로 담은 김치가 유난히 맛이 있듯 수산물은 살아있는 맛을 느끼기에 가장 민감한 음식이다. 이곳 ‘장어여’의 맛은 생기에서 시작하고 생기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김 대표는 “냉동이나 수입 장어는 써 본적이 없다. 양념 없이 구어 드리는 이유도 원 재료가 싱싱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5년째 수산물 유통하고 있다. 넓은 마당에 있는 수조가 설치된 특수차는 항상 시동이 켜 있어 어디든지 싱싱함을 배달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장어여의 서비스가 남다를 이유도 유난히 가격변동이 심한 수산물을 그날그날 도매로 취급하는 주인장 덕에 가능한 일이다.
직(直)-싱싱한 이유
“나는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 싱싱한 바닷장어 구어 먹으며 컸다. 그리고 수산물 유통을 오래 하다보니 이제는 육안으로 색깔보고 살집을 만져보면 좋은 상품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은 장어백화점이라 해도 좋겠다. 통영에서 직접 올라오는 자연산은 바닷장어와 양식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민물장어가 크기별로 쓰임새에 따라 준비되어 있다.
맛을 느끼는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느끼한 맛이나 장어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면 바닷장어가 좋고, 풍천(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지역)지역에서 양식되는 장어는 가시가 별로 없고 지방함량이 높아 지친 여름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싱싱한 게장과 세꼬시회 참소라 등 싱싱한 사이드 메뉴가 풍성해 혹시 장어를 탐탁해 하지 않는 사람과 동행해도 좋겠다.
정(情)-인정이 넘치다
“지금 이때 먹어라! 바닷장어는 3분의 2정도만 익혀 기름기가 남아있을 때 먹어야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다.” 참숯에 두툼한 장어를 굽던 김 대표는 리포터에게 질문 그만 하고 ‘지금 먹으라’고 재촉했다. 먼 바다에서 잡히는 대물장어는 횟감용이기 때문에 날로 먹어도 좋지만 겉만 살짝 익히고 속은 회처럼 부드럽게 먹는 것도 한 방법이란다. 호기심 많은 리포터는 겉만 노릇하게 굽고 속은 살짝 익은 대물장어 맛에 도전했다. 부드럽고 순수한 감칠맛이 집에 오도록 입안에 남아 자꾸만 침이 고였다. 대물장어는 잡히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 미리 예약해야 하고, 값은 조금 비싸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맘먹고 장어만 먹으로 오는 경우가 많단다. 한 점이라도 맛있게 먹이려는 주인장의 정 때문인 듯 하다.
애(愛)-그저 건강하자
값이 꽤 있는 편이라 딘체회식으로는 부담스러운 탓인지, ‘장어여’를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가족단위다. 사실 장어의 성분을 알고 보면 참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장어에 많이 들어있는 뮤신성분은 피부 탄력과 성기능 향상에 좋고,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A도 풍부하다. 공부하는 자녀를 위한 뇌기능 향상에 좋은 DHA나 레치산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김 대표는 “허약한 체질이나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너무 자주 먹는 것도 좋지 않고, 가끔 오셔서 맛있게 기분 좋게 먹고 그저 건강하면 좋겠다”고 담백하게 말했다. 생기 가득한 음식과 대접하는 이의 정성이 무한리필되니, 입맛에 맞는 이들에겐 보약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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