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책 읽어주는 아버지 되다!
파주 지산초등학교(교장 유영기)에는 매주 목요일 아침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머니들 사이로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황재인양의 아버지 뮤지컬 배우 황만익씨다. 어머니들 위주로 구성된 학부모 동아리에서 아버지가 홀로 버틸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제가 뮤지컬 배우다 보니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어요.”
책 읽어주기는 감동을 주고받는 일
황만익씨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교실은 한편의 연극 무대 같다.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하는 모습도 새롭지만 책 읽기 전 아이들과 함께 날리는 오프닝 멘트도 신선하다. 황씨가 ‘이야기 속으로’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미리 약속한 듯 ‘고고고’를 외치며 귀를 쫑긋 세운다. 그는 15분 남짓의 짧은 시간 중에도 아이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한 권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책을 읽어주는 행위를 통해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고 마음속에 희망을 품을 수 있어서 이 일이 참 보람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위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현재 대학로에서 국민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주인공 동욱 역을 맡고 있는 황만익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제가 하는 뮤지컬은 대부분 성인극이라 아이들에게 아빠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어느 날 딸아이가 제게 ‘아빠는 배우라면서 왜 우리가 볼 수 있는 공연은 안 해요?’라고 묻더군요. 그 말이 제게 가슴 깊이 남아 그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노력의 결과 그는 엠마 왓슨이 주연한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 한국어 더빙판에서 야수 역할을 맡아 대사와 노래를 연기했다. 지산초 독서도움회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온 황만익씨는 아버지들이 학교에 재능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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