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싫어하는 공부라는 말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공부라는 말은 2,500년 전에 공자가 처음 만들었다. 공자가 세상을 떠난 후, 제자들이 스승의 말을 엮어 만든 『논어』의 첫 문장을 보면 ‘학이시습(學而時習)’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배우고 늘 그것을 익힌다는 뜻이다. ‘학이시습’의 줄인 말이 바로 ‘학습’이다. 그러므로 공부라는 말을 만든 이는 공자이다. 공자는 최초로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며, 신분차별이 매우 심했던 시대였으나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나이와 출신을 따지지 않고 가르쳤다. 공자는 3,000명이나 되는 그의 제자들에게 ‘배워서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을 뿐 아니라 ‘학습’이야말로 기쁜 일이라고 했으니 그가 얼마나 배움을 즐기는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자가 말한 공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험 성적을 올리거나 어느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하는 공부, 또는 어떤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공부와 사뭇 다르다. 그는 ‘자신을 위한 공부’인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가장 이상적인 공부로 삼고 ‘남을 위한 공부’인 위인지학(爲人之學)을 하지 말라고 했다. 남을 위한 공부를 하지 말라는 의미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남의 기준에 얽매인 공부를 하지 말고 자신의 성숙을 위한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배우고 늘 그것을 익힌다면 기쁘지 아니한가? 멀리서 배움의 길을 함께 할 친구가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럼 시험을 위한 공부와 생각을 위한 공부는 무엇이 다를까? 시험을 위한 공부는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그야말로 시험 끝나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공부이다. 생각을 위한 공부는 공자가 말한 대로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연연해하지 않는 참다운 공부’이다. 공자는 그 당시의 왕이나 권력자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인물이다. 그가 살던 때는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시대였으니 공자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질문이나 해법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는 자신이 말한 대로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2,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인기를 누리는 선생님이다.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은 특별한 방법으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꽤 유명한 학교이다. 4년간 오로지 100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게 공부의 전부라고 한다. 물론 그들이 읽어야 하는 책의 목록을 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하루에 읽어야 할 분량이 대략 300페이지가 넘는 정도라고 하니 ‘제대로’ 공부를 시키는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세인트존스 대학의 필독서 100권을 보니 1학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 플라톤의 <향연>, 니코마스의 <산술론>,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등을 읽는다. 그리고 2학년은 단테의 <신곡>,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몽테뉴의 <수상록>, 셰익스피어의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등을 읽는다. 3학년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는다. 그리고 4학년은 괴테의 <파우스트>, 다윈의 <종의 기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하이데거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등을 읽는다.
세인트존스 대학의 필독서 100권 중 일부를 소개하는 까닭은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게 수업의 전부인 그 대학의 졸업생들이 세계 각국에서 인정받는 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이 대학의 공부야말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생각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에 다니는 4년 동안 책을 통해 단순한 지식만을 얻는 게 아니라 사고력을 키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졸업 후 자신의 활동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지닌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은 아닐까싶다. 대학만 가면 인생의 종점에 다다르는 게 아닌데도 부모들은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대학만 가라고 아이들의 등을 떠민다. 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자습서를 안겨주며 위인지학만을 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깐 숨고르기를 하며 생각해 보자.
박은경원장
박은경의파워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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