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 성인 연간 독서량은 약 60%. 성인 10명 중 4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멀리하게 되면서 우리 곁에 동네 서점들도 덩달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몇몇은 문을 닫기도 하고, 또 몇몇은 다양한 변신을 통해 적극적으로 변화의 파고에 맞서고 있다. 이들은 저자 낭독회 및 강연회, 글쓰기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손짓을 한다. 동네 책방이 사라진 거리를 상상하는 일은 참 우울한 일이다. 이젠 그들의 노력에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우리동네 터줏대감 책방 ‘후곡문고’
일산 서구 주엽동에 위치한 후곡문고는 지난 2002년 문을 열은 이래 현재까지 벌써 16년째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학원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손님 중 상당수가 참고서를 찾는 이들이지만 후곡문고는 다양한 종류의 비문학, 문학 작품들을 꾸준히 구비해 지역민들의 독서 문화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서 손님들이 많이 줄어 든 것은 사실입니다. 대부분이 참고서를 찾지만 그래도 일반 서적을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책을 판매하는 곳뿐만 아니라, ‘책을 함께 읽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곡문고 대표 김남인씨의 이야기다. 후곡문고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는 대표적으로 ‘와바글 책친구’와 ‘마터니티’가 있다.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와바글 책친구’는 어린이 책 읽어주는 모임으로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 전문강사와 함께 진행한다. 학부모 독서동아리 ‘마터니티’는 주부들이 모여 책을 읽고 전문 강사와 함께 육아와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음악 프로그램인 ‘르네상스’는 일종의 특별한 클래식 연주회다. 책을 읽고 관련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데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남인씨는 “고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매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책을 판매하는 사람으로서 지역민들의 독서문화 확산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치: 일산 서구 일산로 577
연락처: 031-925-4300)
책을 처방해 주는 시인이 주인인 ‘책방이듬’
지난해 가을 호수로에 문을 연 책방이듬이 지역에서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아마도 책방 주인의 특이한 경력 때문일 것이다. 책방이듬의 주인은 다름아닌 우리 문단에서 가장 핫한 시인 김이듬씨이다. ‘표류하는 흑발’ 등의 저자 김씨가 운영하는 책방에는 다른 책방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풍경이 종종 펼쳐지는데 그 것은 책방을 찾은 이들에게 김씨가 직접 독서 상담을 해준다는 것이다. “어떤 책을 골라 봐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계실 때가 있습니다. 제 할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이 될만한 책을 권해주는 것이지요”라고 김씨는 말한다. 책방이듬의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달 2~4회 황석영씨를 비롯한 유명 작가 또는 지역 문인들의 낭독회를 열어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낭독회 말고도 시창작교실, 와인강좌, 사진촬영수업 등을 열어 책방으로서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작은 학교 또는 사랑방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4월에는 김이듬 시인이 직접 나서 시 창작 교실을 열 예정으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나’란 주제로 열릴 이번 시 창작 교실은 오는 3일부터 매주 화요일 7시에 시작하며 모두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책방이듬은 카페도 겸하고 있다. 시인이 직접 내려 준 구수한 커피 또는 와인, 한 잔 시켜놓고 서가에 꽂힌 책을 꺼내 읽어보는 일. 책방이듬만이 줄 수 있는 작은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위치: 일산 동구 무궁화로 삼성메르헨하우스 1층
연락처: 031-901-5264
‘한양문고’
한양문고는 지역에서 제법 규모가 큰 서점이다. 일산 동구(마두점)와 서구(주엽점)에 각각 위치해 있는 한양문고는 다양한 강연과 프로그램 운영으로 우리 지역에서는 이미 평생 학습장 이상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마두점은 ‘트래북스’1호점을 표방하고 여행 컨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트래북스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함께 읽고 국내외 여행을 기획하는 한편 다양한 여행 아카데미 강좌를 함께 듣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주엽점은 유명 작가들을 섭외 강연회를 꾸준히 마련하는 한편 그림책 함께 읽기 모임, 그리기 강좌, 다큐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위치: 주엽점 일산 서구 중앙로 138 마두점 동구 중앙로 118
연락처: 031-919-9511(주엽점) 031-905-0700 (마두점)
소박한 동네책방을 추구하는 ‘미스터 버티고’
미스터 버티고는 문학 전문 책방이다. 신현훈대표는 “일산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을 서점에 자주 초대해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며 “문학 전문 서점이자 주민들과 작가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신대표는 은희경 작가 낭독회 등 지역 문인들의 낭독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자신의 꿈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스터 버티고는 오는 4월 현재 강송로에서 백석역 인근 벨라시타 쇼핑몰 지하 1층으로 책방을 이전한다. 신대표는 “매장 규모가 세 배 이상 증가하지만 대형서점과는 다른 특색 있는 동네 책방으로 기존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다 놓을 예정이다. 지역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일이 경제적인 면에서 쉽지는 않지만 보다 넓은 곳에 마음껏 책을 진열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연락처: 031-902-7837
김유경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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