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가족사랑 충만한 곳, 상록한정식

“은인이신 손님, 정성을 다해 정갈하게 모신다”

박향신 리포터 2018-04-04

때때옷을 입고 늙은 부모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는 사자성어 반의지희(斑衣之戱). 그 의미를 깨달은 환갑잔치에 다녀왔다. 며느리에 손자까지 본 주인공은 구순을 넘은 양가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이 삼배를 드린 후, 직접 쓴 감사의 시를 읽은 후 두둑한 봉투까지 부모님 앞에 내밀었다. 눈물과 웃음이 범벅된 가족행사를 경건하게 이끈 상록한정식 이치훈 대표는 “환갑은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첫날, 새 돌상을 받으며 생명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제대로 효도하지 못함에 용서를 구하며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삼배를 드리라”고 말했다.
효와 가족사랑에 잘 어울리는 상차림은 어찌나 정갈하고 하나같이 맛을 살려냈는지, ‘여행이나 다녀오지 무슨 잔치?’라는 처음생각이 정말 무색했다.



소통, 이날이 아니면 언제 하시겠나?
이곳에서 진행되는 가족행사는 분위기가 좀 특별하다. 누구네 집 큰아들 또는 며느리나 사위 등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멍들었던 작은 회포들을 훌훌 풀어내는 시간 때문이다. 특히 자식농사를 위해 인생을 건 부모님에 대한 효의 가치를 깨닫고 가족의 존귀함을 진하게 느낀다.
“회갑을 폄하하지 말라. 또 돌잔치를 아이자랑이나 오락처럼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은혜와 생명에 감사하는 인륜지대사인 것이다.”
이 대표는 구 단원미술관 옆에 있던 단원한정식을 이곳 경기테크노파크로 옮기고, 전통적인 의미를 담은 가족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임상과 상차림 사회자 진행이 모두 무료지만, 그 값어치는 상당하다.



한정식,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제대로 나지!
야채마다 색이 살아있고 촉촉한 잡채가 맛있어 무안함을 무릅쓰고 ‘한 접시 더’ 받아 호로록 먹었다. 하지만 곧 후회. 세 가지 전과 삼합, 갈비구이 끝도 없는 맛의 향연을 즐기려면 조금씩 천천히 이곳에 흐르는 가야금 반주에 맞추어 먹는 것이 좋다.
녹두죽부터 시작해 흑임자샐러드 구절판과 나물 그리고 후식까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 그야말로 참 맛나다. 맑은 해물지리탕 요리중간에 나와 시원하게 입을 적혀줘 새로운 맛을 다시 즐기는 중요한 역할도 해준다.
이 대표는 “상록상에 올리는 활어회는 날이 더워지면 자칫 불안할 수 있다. 값은 좀 비싸지만 맛이 좋고 안전해 직접 문어를 공수해 쓴다”며 돌문어 숙회를 권했다. 문어는 클수록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어르신들에게도 좋다는 설명이다.



손님, 내 삶에 은인에게 어찌 소홀하겠나?
계절에 맞는 새로운 메뉴는 없을까? 이 대표는 단호한 답으로 그의 음식철학에 대해 말했다.
“어설프게 할 것이면 시작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지금 하던 것부터 제대로 완벽하게 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잡채가 제대로 된 맛을 내려면 각 재료마다 조리시간과 온도가 달라야 하고 시간에 맞춰 여러 손님 앞에 내는 타이밍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계절에 맞는 새로움을 전하는 이 대표만의 방법은 메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철에 맞는 재료를 공수하는 것.
“내 오늘도 아침 일찍 가락동 시장에 다녀왔다. 오늘은 고들빼기가 아주 좋더라. 김치도 담고 나물로 쓰려고 달래와 냉이 등 봄나물과 함께 장만해 왔다.”

종류에 따라 전문적으로 취급해 물건이 최상이고, 30%이상 저렴하니 가지 않을 수가 없단다. 이곳 임대료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고 전문도매시장을 찾아 돈을 절약해야 인건비와 직원복지비용이 높은 시대에 식당을 잘 유지하고 서비스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40여년 식당을 운영하며 이제 이곳은 진정한 맛과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을 모시는 나의 성전(聖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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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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