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 뮤지컬 닥터지바고

세기를 뛰어넘는 운명적인 러브스토리

이지혜 리포터 2018-03-15

공연일자: 5월 7일까지
공연장소: 샤롯데씨어터(잠실)
공연문의: 오픈리뷰 1588-5212

지난 2월 27일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공연이 시작됐다.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조승우, 홍광호 두 배우의 열연으로 아시아 최초 공연되었다. 러시아 혁명과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대서사시.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숨 막히는 사랑이야기가 다시 한 번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절박한 시대 상황 속에 핀 단단한 사랑의 힘
유리 지바고는 러시아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8세에 고아가 되어 명망 높은 그로메코 가에 입양된다. 천성이 훌륭한 것인지, 양부모님이 훌륭한 것인지 지바고는 훌륭한 의사이자 시인으로 성장하고, 남매처럼 자란 토냐와 결혼한다.
지바고처럼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라라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며 러시아 고위 법관인 코마로프스키와 원치 않는 관계를 계속하며 성장하게 된다. 현실에 대해 환멸을 느끼지만 딱히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결국 또 한 번의 해가 바뀌기 전날 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라라는 무도회장으로 코마로프스키를 찾아가 총구를 겨누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곳에서 처음 만나는 지바고와 라라.
이후 러시아는 격변의 시간을 지나게 된다. 마치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을 더 깊고 더 절절하게 만들려는 듯 극단으로 치닫는 러시아 혁명의 역사. 무대 위 음악, 조명, 영상은 모두 러시아의 광활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을 담아내는 데 열중한다. 2012년 <닥터 지바고>가 원작의 내용대로 역사적 배경을 충실하게 담아내려 애썼다면 2018의 <닥터지바고> 무대는 그런 상황 속에서 지바고와 라라의 감정이 얼마나 더 절절하고 간절해지는 지를 표현하는데 맞춰졌다.



선택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의 혼란스러운 시대이지만 지바고는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성실하고 선량한 지식인의 모습이지만 어쩐지 그는 극악한 시대에 자신의 가족조차도 지킬 힘이 없어 보인다. 저마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열심히 삶을 살아내지만 혁명과 사회주의 의미도 퇴색되고 끝내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도 끝을 맞이한다. 사랑도, 인생도, 일도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던 시대. 거창한 이념이나 사상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만큼 공허해 보인다.    
원작자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소설 『닥터 지바고』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되지만 정치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수상을 거부했다. 윤동주가 일제의 눈을 피해 조국에 대한 마음을 별에 담았듯 보리스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에 조국 러시아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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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리포터 angus7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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