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도구 학문이다’
이 말은 국어를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말이다. 국어를 해야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반대로 국어를 못하면 다른 과목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그런 국어를 영역별로 나누어 각 영역에 맞는 공부 방법을 한 번 찾아보기로 하자.
제 1탄 가성비 갑 ‘문법’ 깨기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문법 너무 어려워요’라는 볼 멘 소리다. ‘우리말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늘 쓰고 있는 말인데 왜 거기에 원칙을 부여하는 것인지, 그냥 쓰면 안 되는 것인지...‘등등의 우는 소리를 누르며, 문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당성을 부여하며 수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법만큼 충성도가 높은 과목과 영역이 또 있으랴 싶을 만큼 문법은 공부한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선 그 양을 보자. 개념과 규정을 다 묶어 엮어보아도 얇은 책 한 권을 넘지 않는다. 그것을 정리하고 기본 문제 풀고, 기출 문제 풀면 그 범위를 절대 넘어서지 않는 것이 문법이다. 또, 수능에서는 무려 다섯 문제나 출제된다. 뿐만 아니라 작문영역과 비문학에서 문법 능력을 기본으로 하는 문제가 각각 한 문제씩 출제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문법은 일곱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일곱 문제를 책 한권을 완벽히 공부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 영역인가?
문법은 크게 음운론, 형태론, 의미론, 문장론과 고전문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음운론에서는 자음과 모음의 체계, 자음과 모음의 환경에 따른 변동, 그에 따른 발음 규정을 공부하면 된다. 음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음과 모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그 특성 및 그에 따른 변화 양상을 이해하면 된다. 단순히 암기로 이 영역을 해결하려면 응용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양한 음운 환경에서 자음과 모음의 어떤 특성으로 인해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지 이해하기를 진심으로 조언한다.
두 번째로 형태론은 학생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영역 중의 하나이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이 낯설게 보이고, 그것들을 쪼개고 붙이는 다양한 형태들을 보면서 거부감을 앞세우는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단어를 바라보는 습관 때문이다. ‘하나와 두리가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라는 문장의 형태소 분석을 시켜 보면 많은 학생들이 ‘떡볶이’를 분석하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친숙한 ‘떡볶이’가 ‘떡’, ‘볶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볶이’는 다시 ‘볶-’, ‘-이’라는 형태소로 분석하여, ‘떡볶이’는 단일어와 파생어가 결합된 합성어라는 것까지 이끌어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히 암기한 형태소에 대한 개념을 실제 문장이 주어졌을 때는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장과 단어를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까지 나누는 꾸준한 연습을 해 보자. 그러면 형태론 완성!
세 번째 ‘의미론’이다. 국어사전과 함께 출제되는 경우가 많은 이 영역은 자기의 어휘력을 국어사전과 대결하고자 할 때 실수를 한다. 주어진 사전의 정보로만 문제를 푼다면 실패하지 않는다.
네 번째 ‘문장론’이다. 어쩌면 형태론보다 더 어렵게 느끼지만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늘 쓰는 우리의 일상언어이다. 문장의 구성, 문장 표현을 정리하면 정말 얼마 안 되는 양이다. 정리하고 스스로 예시 문장을 만들어 보고, 보는 문장마다 분석해보자,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쉽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각 영역에서의 고전 문법이 있다. 고전 문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은 중세국어와 관련한 문제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국어 지식을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영역이다. 현대어 풀이가 다 되어 있는 고전 문헌이 주어지니까 현대국어 지식을 탄탄히 쌓으면 그만인 영역임에도 낯설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역이다. 낯설어 하지 말고 친숙하게 현대어 풀이를 보면서 앞서 공부한 각 영역을 적용하면 된다. 최근 들어 현대국어 문법 중 중세와 근대국어의 영향을 끼친 부분들과 그 흔적이 남은 어휘들에 대한 출제 빈도가 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은 반드시 챙겨보자.
이상 문법 학습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는데, 문법은 길게 늘여서 할 공부가 아니라 단기간에 전 영역을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든 개념들이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인데, 각 학년 초 문법의 전 영역을 공부한다면 내신에도 수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자, 당장 문법을 시작해 보자.
김현미 원장
다올국어학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