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파주지역 대입 수시합격자 릴레이 인터뷰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운정고 허동건 학생]
부족함을 하나씩 채우다 보면 완벽에 다가갑니다
흔히 우리는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문제 발생에 대해 불평하는 마음이 앞선다. ‘문제 없이 매끈하게 살아갈 수 없나?’ ‘남들은 다들 잘해 나가는데 유독 내게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며. 완벽에 가까운 결실을 거두는 사람은 문제 없이 살아온 사람일까, 수많은 문제를 하나씩 풀어내며 살아온 사람일까. 당연히 후자일테다. 결과는 눈에 보이지만 과정은 눈에 띄지 않는 법. 오늘 직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과 발전을 일궈온, 우리동네 운정고(교장 최광보) 허동건 군을 만나 ‘서울대 의예과와 경찰대에 동시 합격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소아정형외과 의사를 꿈꾸며 이번에 서울대 의예과에 일반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매우 좋아해서 다치는 일이 많았고 병원에도 자주 실려다녔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구름다리에서 놀다 떨어져 팔을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를 치료해주셨던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제 기억에 오래 남아요. 제가 팔을 못 쓰게 될까봐 무서워서 떨고 있을 때 그 분은 다정하면서 확신 있는 말씀으로 저를 다독여주셨어요. 그때부터 제 마음 속에는 소아정형외과 의사가 돼서 그 분처럼 환자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났습니다.
◆서울대 일반전형에 합격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고교 시절 내내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이어갔던 성적 그래프가 면접위원들에게 인상적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1학년 때보다는 2학년, 3학년으로 가면서 성적이 상승했고, 학기별로도 1학기 때보다는 2학기 때 더 올랐어요. 또 어떤 시기에는 수직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저 나름으로 노력했던 방법들이 있고 그러한 노력들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경찰대에도 합격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저희 반 전체 학생들이 경찰대에 지원을 했어요. 수시 전형의 연습이 되라는 취지였는데 1차 필기 시험과 2차 체력 검사 3차 면접을 거치면서 경찰대학교에 합격했어요.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던 터라 체력 검사도 무사히 마친 것 같아요. 당시 교관님의 말씀을 들으며 경찰이라는 직업에도 큰 매력을 느껴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제가 어려서부터 꿈꿔온 것은 소아정형외과 의사였기 때문에 의대 진학쪽으로 결정하게 됐어요.
◆내신과 수능을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지?
운정고는 내신 시험을 수능 형식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내신 공부가 곧 수능 대비가 돼요. 가끔 타 학교 친구들이 내신과 수능을 따로 공부해야 해서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특히 고3 때는 단순 암기식 시험이나 수능시험과 다른 범위로 내신 공부를 해야 할 때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과탐Ⅱ 과목으로 생물2를 선택했는데 생물2가 고3 때 처음 배우는 과목이라 준비할 기간이 짧아 좀 힘들었어요.
공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결국 효율적인 시간관리 같아요. 제 경우에는 시험 전 2~3주 동안 공부 계획을 잡는데 시험치기 직전의 집중력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범위가 정해진 시험에서는 이걸 공부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계획한 뒤 공부가 딱 끝나는 시점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계획을 잡습니다. 그러면 느슨해지거나 공부한 것을 잊어먹지 않을 수 있어요. 또 저는 잠깐이라도 운동을 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좋았어요. 쉬는 시간에 달려가서 농구공 3번 던지고 교실로 돌아오더라도 그렇게 했어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알려주세요
1학년 때는 내신이 1.4등급이었고 2학년 때는 1.08등급, 마지막으로 3학년 때에는 1.0등급을 받았어요. 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 효과가 있어서 마지막까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대 일반 전형은 내신과 자소서, 면접이 들어가고 수능 성적은 반영되지 않지만 합격자 발표가 수능 시험 이후에 나기 때문에 수능 시험까지 열심히 임했어요. 수능 성적은 과탐Ⅰ인 화학1에서 2점짜리 문제를 하나 틀리고 다른 영역에서는 모두 만점을 받았어요.
◆ 비교과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저는 진로에 부합하는 비교과 활동을 계획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그때 그때 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 중심으로 동아리를 했어요. 1학년 때는 ‘과학과 수학이 하나되는 동아리(과수원)’에서 멘토 멘티 활동을 했어요. 또 당시에는 의료전문변호사에 관심이 생겨서 자치법정 동아리 ‘로(Law)랍다’에서 활동했어요. 거기서 의료사고를 낸 의사로서 피고인의 입장에 서 보았는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기회가 됐어요. 2학년 때는 책을 통한 과학 공부의 한계가 느껴져서 교과서 속의 과학실험을 직접 해보는 과학탐구 동아리에 참여했어요. 자율동아리였는데 다양한 과학실험을 직접 해볼 수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됐어요. 3학년 때에는 ‘생활 속의 수학반’과 의학동아리 ‘운정 아스클레오피스’를 했어요. 수학 동아리에서는 의료기기에 응용되는 수학의 원리에 대해 연구했고 의학동아리에서는 사람과 양의 뇌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어요. 3D프린터를 통해 신체 장기를 출력하면서 면밀히 살필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제가 운동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1~2학년 때에는 농구부와 탁구부에서 부장을 맡아 열심히 운동했어요. 농구는 쉬는 시간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공을 던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탁구는 순발력이 필요한 운동이라 순간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수험생이 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고3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수능시험 100일 전쯤 운동하다가 팔을 크게 다쳤는데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또 담임 선생님(이재규 교사)은 월급을 타시면 반 전체 학생들에게 순대국을 사주시면서 늘 ‘으샤으샤’ 힘을 주셨어요. 되돌아보면 고등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친한 친구들과 운동을 하면서 함께 공부를 했던 게 저에게 큰 힘이 됐어요. 또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도 참 보람된 일이예요. 비교과 활동을 할 때도 진로에 도움이 된다는 의무적인 생각보다는, 나의 관심과 부족함을 채워간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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