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군부대 내부 고발로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고양동 군부대 기름 5톤 유출사고. 대규모의 기름이 부대 밖으로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비록 지난해 10월 발생한 사건이지만 그 규모가 5톤이며, 유출된 기름의 처리 과정이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사후 처리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출량도 확인 안된 채 마무리된 1차 검사
지난해 10월 25일 벽제하수처리장(벽제수질복원센터∙일산 동구 지영동)은 모처에서 오수관을 통해 흘러 들어온 기름으로 처리장에서 냄새가 발생하자 고양시측에 이의 조사를 긴급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해당 기름이 고양동 군부대에서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기름 유출 경위 및 현황 등을 확인해줄 것을 군측에 요청했다. 이에 군부대측은 자체 조사를 마친 뒤 이틀 뒤인 27일 유류 유출 조치결과 등을 시측에 문서로 통보했다. 고양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유류 조치 결과 및 계획서를 받았으나 ‘군부대내 자체 처리 작업을 마쳤다’는 간단한 의견과 함께 관련 사진을 전달 받았다. 유출된 기름의 양 및 처리 과정에 대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며 “군측의 보고대로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군부대 조사와 별도로 부대로부터 유출된 기름이 벽제하수처리장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이 일대를 점검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당시 기름 유출 사고의 규모와 처리 과정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채 매듭지어졌던 것이다.
군부대서 어떻게 기름이 샜는가?
해당 기름 유출 사고가 뒤늦게 세상 밖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달 부대 내 내부자의 고발로 가능했다. 군 내부 고발자는 언론 제보를 통해 “지난해 10월20~25일까지 닷새 동안 약 5,600리터 기름이 군부대에서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고양시는 해당 사고를 재조사키로 하고 지난달 16일 군부대 인근 오수 및 우수관로를 확인하는 한편 군부대내 현장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는 군부대내 유류탱크에서 이음새 부분이 파손된 것을 확인하고, “유출된 기름이 오수관을 통해 벽제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해당 군부대를 ‘물환경보전법’(제15조 1항 공공수역에 특정수질유해물질(석유제품 및 원유 등)을 유출하거나 버리는 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위반 여부가 확인될 경우 유출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한편 군부대측은 사건 발생 석 달 만인 지난달 중순께 내부자의 고발 직후 “부대에서 모두 5,600리터의 기름이 유출됐으며, 이중 2,785리터는 자체 수거했고 나머지 2,815리터는 수거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기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군부대가 밝힌 대로 2,815리터의 기름이 닷새에 걸쳐 외부로 유출됐다면 유출 경로에 따라 공공수역 또는 토지 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유출된 기름이 전량 오수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유출되었다면, 당시 하수처리장에 이상징후가 포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양시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하수처리장에 모이는 오수는 주로 생활하수로, 기름이 흘러 들었다면 오수와 섞여 있었을 텐데 당일 냄새는 났지만 기름띠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실시간으로 환경부에 하수처리장 TMS(BOD, COD 등)수치를 전송하는데 정상이 아닐 경우 과태료 부과하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었고 당일 오수는 정상적으로 하수 처리되었다. 만일 2,800리터 상당의 기름이 실제로 유입되었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벽제하수처리장은 인근 지역 오수를 정화 처리하는 시설로서 이곳에서 정화된 물은 공릉천으로 바로 방류, 한강으로 유입된다. 벽제하수처리장과 별개로 공릉천 수질 오염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공릉천은 수질 검사 대상 구역이 아니라 당시 측정치를 확인할 수 없다”고 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말했다.
토지 오염에 ‘무게중심’
고양환경운동연합 이영강사무국장은 “기름이 200리터만 하천에 흘러 들어와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로 기름띠가 형성된다. 군부대가 수거하지 못해 오수관을 통해 배출됐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름의 양이 2.8톤이라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군측에 당시 사용했던 기름제거 흡착포의 수량을 공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이와 함께 군부대 유출 기름 중 일부가 토지를 통해 스며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이국장은 “현재 환경전문기관과 함께 군부대 일대 토양 검사 대상 지점을 조사 중이다. 해당 지점 선정 작업이 완료 되는대로 이 일대 토양오염 안전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일 조사를 통해 기름이 토지에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지하수 오염 등 인근 지역 토양 환경에 대한 역학조사가 불가피해진다. 한편 시는 현재 해당 사건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군 검찰단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유경리포터 moraga2012@gma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