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파주지역 수시합격자 릴레이 인터뷰 ④|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한 운정고 이혁준 학생]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코스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지역내일 2018-02-02

어떤 이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지만 개개인에게 펼쳐지는 마라톤 코스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정해진 코스 대로 달리는 삶은 편할지 모르나 어쩐지 획일화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가끔은 갑갑함을 주기도 한다. 사람마다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의 마라톤 코스는 어느 골목길에서 꺾이기도 하고 삼거리에서 갈라지기도 하며 심지어는 역주행할 때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길 모퉁이를 돌자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의 치즈가 쌓여 있는 정거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시입학 전형에서는 정답처럼 짜여진 스펙을 쌓은 학생들만 합격할 거라 생각하지만 가끔은 용기 내어 던져본 도전장 하나가 인생을 새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수의사를 꿈꿨지만 어엿한 육사생도가 된 운정고 이혁준 군을 만나 ‘삶의 가능성과 그의 차분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수의사를 꿈꿔 왔어요. 중학교 때에는 근처 동물병원에 어렵사리 연락해 자원봉사를 할 정도였어요. 동물병원에서 봉사하면서 수의사들의 생활과 직업에 대해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에는 해부학동아리 ‘리사’에서 활동했는데, 인간과 유사한 새끼 돼지를 대상으로 해부학 프로젝트를 발표했어요. 그만큼 제 꿈은 수의사에 맞춰졌고 얼마 전까지도 그 꿈을 위해 준비해왔습니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지난 여름, 고3으로서는 참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저는 육군사관학교 수시전형 소식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어요. 9월부터 있을 대학 수시전형을 미리 연습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요. 흔히 사람들은 마음에 부담이 생기면 실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잖아요. 저도 마음의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육사 전형을 준비하면서는 부담이 크지 않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부담 없이 도전한 육사 전형에서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육군사관학교 수시 우선선발 전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육군사관학교는 수시모집으로 선발인원의 60%를 뽑고 정시에서 35% 내외, 특별전형으로 5%내외를 선발해요. 저는 수시모집 중 일반우선 전형에 지원했는데,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어요. 1차 시험은 수능방식의 시험으로 국어, 영어, 수학 필기시험을 봤고 2차 시험은 1박 2일 동안 면접시험과 신체검사, 체력검정을 해요. 신체검사는 합불제로 합격, 불합격 여부만 판정하고 체력검정에서는 오래달리기(남자 1.5km, 여자 1.2km)와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가 있어요. 면접시험은 학생부와 외적 소양, 약술시험, 독서기록, 준장님과의 대화 등 여러 항목이 있어요. 저는 준장님과의 대화 때 1대1 인터뷰를 했는데, 제 마음속으로는 ‘이분들을 다시 못 볼 수도 있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한 육사에 합격한 비결은?
수의사를 꿈꾸면서 다른 분야의 진로를 많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육사에 지원하면서 제 마음 속에 있는 지원 동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저는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비판이라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만큼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한 애정이 컸고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더욱 잘 지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육사 자소서에는 제가 그간 수의사를 꿈꾸며 열심히 활동한 이야기도 썼는데, 그러한 열정과 노력을 오히려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평소 공부방법은?
지금 되돌아보면 공부는 남들이 말하는 방식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고3 올라가서 처음 150일 동안은 3~4시간만 잠을 자면서 공부했어요. 그런 생활을 몇 달 하다보니 공부 효율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어요. 잠을 지나치게 적게 자는 건 저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수면시간을 더 늘렸더니 공부 효율은 높아지고 집중이 더 잘 됐어요. 고3 동안 PC방은 완전히 끊었고요. 


◆과목별 공부방법은?
국어는 심찬우 강사님의 해설강의를 들으며 글을 유기적으로 보는 법을 깨달았어요. 9월 전후로 국어 공부에 감이 잡히면서 점수가 안정화됐어요. 과탐 중에는 물리Ⅰ과 지구과학Ⅱ를 선택했는데 과탐Ⅱ과목은 서울대를 준비하면서 선택했어요. 되돌아보니 과탐Ⅱ과목은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아요. 과탐Ⅰ은 학생들의 성적 스펙트럼이 넓어서 조금만 공부해도 1등급을 받기 쉽지만 과탐Ⅱ는 실력파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라 좋은 등급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요. 영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표 영어로 배웠는데, 영어 원서와 DVD를 보면서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중학교 때는 시험 영어를 위해 학원에 다녔는데 텝스를 준비하면서 웬만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 가서는 실력 유지 차원에서 혼자서 공부했고요. 과탐 과목은 인강으로 공부했는데 인강 사이트에서 오프라인 수험생 콘서트가 있으면 신청해서 유명한 강사님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어요. 


◆내신과 수능 성적은?
운정고에는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서 내신을 잘 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제 내신은 2점대 후반이었고, 수능 시험 성적은 국어 1등급, 영어 100점, 수학 3등급, 과탐Ⅰ(물리)은 1등급, 과탐Ⅱ(지구과학Ⅱ)는 3등급이었어요. 물리1은 45점으로 1등급을 받았는데, 지구과학Ⅱ는 43점으로 3등급을 받았어요. 과탐Ⅱ는 만점이 아니면 1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고3이 되는 후배들에게 조언은?
평소 저희 부모님께서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돌아간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면서 먼저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후배들이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즐거움보다는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어요. 또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플래너로 작성하면서 체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는 수의사를 꿈꾸며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그동안 제가 쌓아온 자질을 통해 육군사관학교 입학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어요. 수험생 후배들도 삶을 정해진 대로만 제한하지 말고 좀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여러분 인생에 있을 다양한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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