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공감쉼터’에서 기부까지….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북카페에서 음료를 판매한 금액이 모두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돼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오전 신정2동에 위치한 공감쉼터 북카페 작은도서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년 수익금 500만 원을 기부하는 행사가 열렸다. 오롯이 자원봉사자들로만 운영되는 이곳에서 기부까지 하게 된 사연을 들어보자.
소외된 공간이 떠오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신정2동 서울신목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공감쉼터’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흰색 바탕에 어우러진 빨간 문이 흡사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20여 년간 분진과 소음을 일으켜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던 고물상 자리였다. 양천구는 고물상을 이전시키고 주민들이 책도 보고 차도 마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감쉼터’를 만들었다. 고물상이 있던 자리가 카페로 바뀌니 ‘공감쉼터’는 이 동네의 랜드 마크가 됐다. 하교를 기다리던 엄마들이 추위와 더위를 피해 이곳에 모였고,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단지 내에서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주민들에게 ‘공감쉼터’는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카페를 오픈하는 동안 오롯이 20명의 자원봉사자의 봉사로만 운영된다. 봉사자들은 지난해 카페를 시작할 때 회의를 거쳐 아이스커피와 테이크아웃을 과감히 없애 주변 상권과 환경보호에 앞장섰고, 좋은 원두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파악해 질 좋은 커피를 단돈 천 원에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원두커피와 핫초코, 이렇게 단출한 메뉴로 수익을 내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운영비를 제외하고 수익금 전액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공감쉼터’ 자원봉사자 서인숙 회장은 “좋은 원두를 싸게 사서 질 좋은 커피를 천 원에 판매할 수 있었다”며 “1년 동안 500만 원을 벌어서 저소득 청소년 등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양천사랑복지재단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더 특별하게
‘공감쉼터’ 자원봉사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더 좋은 카페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회의를 한다. 이웃 주민들이 즐겁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시즌에 맞게 카페를 꾸미자는 의견도 내고, 봉사하면서 주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건의 내용을 나누기도 한다.
하루 방문객 70여 명, 카페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봉사 신청자가 없어 서인숙 회장이 여기저기 부탁해서 자리를 메우기도 하고, 혼자서 온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자가 기다릴 만큼 인기 좋은 봉사처가 됐다. 서 회장은 “회장 이전에 봉사자다. 봉사자들 간에 나이 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서로 소통하며 봉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감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면 카페에 방문해서 직접 신청하면 된다.
미니 인터뷰
심경임 자원봉사자
“봉사만으로 장학금 줄 수 있어 기뻐요”
자원봉사만 열심히 했는데 연말에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긍지가 생겼습니다. 녹색가게, 서울시 노인복지센터에서 봉사하는 데 봉사를 한다는 그 자체가 자신에게 뿌듯한 거 같아요. 갑자기 약속이 생기기도 하고, 봉사를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기더라도 이런 유혹을 뿌리치고 봉사를 하기 위해 먼저 달려옵니다.
정인숙 봉사자(목동)
“봉사하기 위해 더 부지런해집니다”
아침마다 부지런히 수영을 마치고 봉사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제 봉사 그만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라고 권하지만 저는 봉사가 즐거워요. 일주일에 4일을 봉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지만, 힘들고 지치기보다 봉사하러 갈 곳이 있어 행복하고 봉사하러 가기 위해 더 부지런해집니다.
정상금 봉사자(목동)
“20년 봉사 생활, 봉사가 먼저입니다”
해가 빨리 지는 겨울은 오후 6시까지 봉사를 위해 자리 지키는 것이 어려워요. 하지만 정해진 시간까지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합니다. 밥퍼봉사를 시작으로 밑반찬 만들기, 카페 봉사까지 멋모르고 시작한 봉사가 벌써 20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다른 일이 있어도 봉사가 먼저인 진정한 봉사인이 됐어요.
김정숙 봉사자(신정동)
“봉사, 지금이 전성기입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음식 준비, 배식, 설거지, 어르신복지관에서 설거지, 북카페 봉사, 단지 내 어르신 사랑방 봉사까지 8년째 봉사가 삶의 일부분이 됐어요. 지금이 제일 전성기인 거 같습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봉사하는 것 좋아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봉사를 찾아서 하니 그것보다 더 살아있는 교육은 없는 것 같아요.
안경신 봉사자(신정동)
“마음만 먹으면 봉사 시작할 수 있어요”
신정6동 통장을 하면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봉사를 하니 나 자신에게 뿌듯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처음엔 봉사를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무엇으로 시작해야 될지 몰라 막막했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으니 장애인복지관 설거지 봉사, 의용소방대 활동, 북카페 봉사 등 봉사처가 많이 생겨나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황막연 봉사자(신정동)
“시집간 딸과 함께 북카페에서 봉사해요”
공원 산책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가입하게 된 주부환경연합을 시작으로 15년 봉사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봉사는 생활의 활력소가 됩니다. 매일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다는 게 즐거워 다리가 아파 시술을 했는데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집간 딸도 함께 봉사에 참여하고 있어 더 즐겁게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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