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규 원장
좋은나무사고력수학
문의 031-717-9896
미국의 시골동네에서 따분한 생활을 견디는 동생 부부를 응원한다는 것을 명분삼아 일전에 긴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네 집에 머물며 조카가 다니는 학교에 아내가 깜짝손님으로 등장해서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드디어 그 날이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교실로 찾아갔다. 옹기종기 줄을 맞춰 카펫 바닥에 앉은 아이들사이 조카는 뒷줄의 맨 오른쪽 자리. 영어를 충분히 익히지 못한 한국인 전학생. 7살 꼬맹이의 뒷모습이 왠지 처량하다. 20명 남짓한 아이들 중 동양인은 단 두 명.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담임교사 옆에 선 숙모를 알아보고 조카의 움직임이 커졌다. 벌떡 무릎으로 일어나더니 아는 체를 한다. 아이들은 임시교사의 구전동화에 귀를 기울였다. 손짓까지 섞어가며 읽어주는 동화에 아이들은 다양하게 반응했다.
마지막 순서. 자유로운 질문이나 의견발표 시간이다. 뒤쪽에서 한 학생이 제일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뒷줄 맨 오른쪽 여학생. 조카였다. 우리들은 놀라 입을 벌렸다. 아내가 반갑게 지명하자 벌떡 일어난 조카는 음~ 음~ 을 반복하더니 싱겁게 그냥 앉는 게 아닌가. “어, 까먹었어요.” 살짝 불안한 얼굴로 뒤돌아보는 딸에게 동생부부는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었다. 조카도 웃는다. 얼마 후 깜짝손님의 동화 읽어주기 시간이 끝났다.
우리는 학교를 나온 뒤에야 당황한 나머지 아무도 그 순간의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모두들 조카가 학교생활을 잘 해 나갈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렇다. 사고력수학의 핵심은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수학이라는 도구를 써서 그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다. 부모들은 질문한다. 언제까지, 왜 사고력수학을 하면 좋은가. 대략 1~2년을 추천한다. 하지만 보다 깊은 차원에서의 답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손을 번쩍 들고 의견을 발표할 수 있다면 사고력수업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이미 이뤘습니다.” 비록 질문내용을 까먹더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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