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야당역 근처 주택가에 가면 소박한 동네에 이국적 분위기 물씬 풍기는 브런치 카페가 하나 있다. 유럽의 작은 마을에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카페 외관도 외관이지만, 이 곳이 더욱 이국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카페의 주인이 다국적 부부이기 때문이다. 메인 쉐프인 한국인 아내 케일리씨와 그녀만큼이나 요리를 사랑하는 캐나다인 남편 앤디씨는 지난해부터 이 카페를 운영 중이다. 부부의 서로 다른 국적만큼이나 맛도, 분위기도 남다른 케일리 팜을 찾아가 보았다.
외국 가정집 초대 받은 분위기
주말 오후 ‘케일리 팜’에 가면 그 곳만의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주방 안에서 아내 케일리씨가 메인 요리를 만들어 내는 동안, 그녀의 남편 앤디씨는 야외 데크 그릴에서 바비큐 고기를 굽거나,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빙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가끔 음식을 나르는 캐나다아저씨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이젠 그 모습이 이 카페만의 특별함이 되어 버렸다. “평일에는 직장을 다니느라 카페에 오래 머물 수 없지만, 주말에는 아내를 돕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죠. 텃밭에서 필요한 채소도 바로 뽑아다 주고, 피자 도우도 만들어 놓고, 같이 요리도 개발하고… 제가 없으면 안 돼요. 안 돼! 하하하" 앤디씨의 목소리에 활기가 가득하다.
캐나다에서 카페 아이디어 얻다
케일리씨가 ‘케일리 팜’의 오너쉐프가 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즈음이다.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아 지난 10년 동안 발품을 팔며 여기저기서 요리 공부를 해왔어요. 그러다 몇 해 전 남편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잠시 캐나다에 들어가 살게 되는 기회가 생겼죠.” 케일리씨는 그 곳에서 서양의 다양한 식재료는 물론 식문화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양식 요리를 우리의 것과 접목한 식당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됐죠”라고 말하는 케일리씨.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녀만의 특별한 식당을 열게 되는데 그 것이 바로 ‘그로서란트’(그로서리+레스토랑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고 그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신개념 식문화 공간)를 추구한 케일리 팜이다.
한식과 서양식 최상의 퓨전을 만들다
요리를 좋아하는 동서양의 남녀가 만나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만들어 지는 요리 색깔도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케일리씨는 “기본적으로 서양요리를 다루지만 최대한 한국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려 합니다. 들깨를 이용한 파스타, 단호박 파스타, 돼지등뼈 스튜 등이 그것인데 틀에 박힌 공식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죠”라고 말한다. 그녀의 열정과 실험정신으로 만들어진 메뉴들은 다행히 지금까지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녀의 메뉴 개발 뒤에는 남편 앤디씨의 도움이 있었다. “사실 등뼈를 이용한 스튜는 감자탕을 좋아하는 남편의 아이디어에요. 저희 둘 다 음식 만드는 일에 관심이 크다 보니 신메뉴를 만들 때마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만들어 보고, 그러다 보니 좋은 퓨전요리가 탄생하는 것 같아요”라고 케일리씨는 말한다. 앤디씨도 “한국 음식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한국인들의 외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는 것 같아요. 저희는 동서양의 식문화를 접목해보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해보려 해요. 이 곳에 와서 손님들이 맛있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건강한 집 밥 같은 요리
케일리 팜의 주요 메뉴는 어느 브런치 카페와 비슷하다.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스테이크 요리인데 100% 자연 발효해 숙성시킨 피자는 이 집 대표 메뉴다. 오픈 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건강한 식자재와 맛있는 음식 솜씨로 소문이 나 이미 많은 단골이 생겼다. “날이 좋으면 쉬는 날에는 남편과 텃밭에서 채소를 재배해요. 화학조미료 없이 천연재료로만 맛을 내다보니 다들 집 밥같이 담백하다고 하네요”라고 말하는 케일리씨. 식사 외에도 식당 한 켠에 냉장고를 두고 반 조리된 요리를 비롯한 직접 만든 소스, 치즈, 빵 등을 손님들에게 판매하는데 그 것도 반응이 꽤나 크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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