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맛집 탐방 - 하계동 전통평양냉면 ‘제형면옥’
슴슴한 평양냉면의 매력에 빠져볼까?
평양냉면 어복쟁반 평양손만두전골 등 이북식 음식, 재료 본연의 맛 즐길 수 있어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해 만든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먹는 평양냉면은 감칠맛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한 번 먹으면 무슨 맛인가 싶다가도 세 번째부터는 헤어 나오지 못 한다’는 말을 숱하게 듣는 평양냉면. 누군가 우리나라 음식 중에 유일하게 공부하고 학습해야만 진정한 맛을 깨닫게 되는 음식이 평양냉면이라 했던가? 혹자는 ‘미식의 기준은 평양냉면’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먹을수록 빠져드는 오묘함을 지닌 전통평양냉면을 먹으려면 멀리 을지로나 장충동 일대까지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굳이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대구의 전통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제형면옥’이 지난 3월 하계동에 첫 서울 직영점을 오픈, 우리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통 평양냉면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평양냉면 고유의 맛 살려 마니아층 입맛 사로잡아
하계역 을지병원 뒤편에 위치한 제형면옥 하계점은 100평 규모로 방에는 40명 가량, 그리고 홀에는 60명 정도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1층 전체를 주차장으로 사용해 주차도 편리하다. 그래서인지 유독 가족모임과 학부모모임, 혹은 회식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은편 주방 앞에 쓰인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저 밍밍하다고 할 것이고 이 심심한 걸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의아해하기 일쑤일 것이다’ 아마도 평양냉면을 처음 맛보는 사람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문구로 보인다. 실제로 평양냉면은 워낙 호불호가 갈리기에 이런 문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평양냉면 전문점의 특징 중 하나가 모두 가족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제형면옥 역시 마찬가지다. 3개의 매장 모두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 이북출신 할머님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평양식 음식을 즐겨 먹었다는 사장님. 그는 “어릴 때부터 먹었던 맛을 유지하려고 한다. 냉면이라는 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저희 제형면옥에서는 평양냉면의 특색을 외부적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맛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다.
제형면옥 하계점에서는 선별된 재료를 당일 새벽에 받아 그 날 음식을 준비한다.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손님들 식탁에 올리고 있다. 또한 균일하고도 정확하고 섬세한 맛을 내기 위해 주방에는 특히 저울이 많다.
개점한 지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입소문을 타 지역민들 뿐 아니라 멀리 강남에서 찾아오는 사람들, 심지어 경북 구미에 살면서 서울에 올 때 마다 꼭 들르는 단골도 있다고 한다.
대표메뉴인 평양냉면 외에도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은 수육과 제육 그리고 옛날불고기, 이북식 음식의 맛을 제대로 재현한 어복쟁반, 평양손만두전골, 평양손만두 등이 있다.
평양냉면, 인공적인 느낌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
평양냉면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리포터. 새콤달콤한 냉면이 아니라 슴슴한 국물의 평양냉면 맛은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이 잔뜩 일어 제형면옥의 대표메뉴인 평양냉면에 도전했다. 선육후면(先肉後麵)이라고 평양냉면과 함께 따뜻한 수육 반 접시를 시켰다. 먼저 나온 수육을 간장소스에 찍어 입안에 넣으니, 사태살이라 그런지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살아있다. 수육 몇 점을 먹는 가운데 드디어 평양냉면이 상위에 올랐다. 면을 먹기 전 먼저 육수의 맛을 느끼기 위해 그릇째 들어서 마셨다. 식초도 겨자도 없는 육수는 육향이 그리 진하지 않으면서, 동치미 국물을 넣은 것 같은 산미가 느껴진다. 평소 달고 맵고 짠맛에 익숙해 있는 내 입에 평양냉면의 첫 맛은 밍밍함이었다. 하지만 육수를 마시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기분 좋을 정도의 감칠맛이 나면서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이 느껴진다.
평양냉면은 가위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면은 메밀을 70% 이상 사용했다(날씨에 따라 메밀의 함량에 차이가 조금씩 있다)고 하는데, 이렇듯 메밀 함량이 높아서인지 면발이 기분 좋게 끊어지면서 목 넘김이 부드럽다. 평양냉면은 일체의 인공적인 느낌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사장님은 “제형면옥의 평양냉면은 처음 먹는 사람들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맛”이라며 “10시에 가게 문을 열자마자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해장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또 마니아들은 2그릇 이상을 뚝딱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평양손만두전골, 꽉 찬 만두소와 시원하면서 칼칼한 맛
엄청난 주문량을 자랑하는 인기메뉴인 평양손만두전골은 사골육수에 평양식 만두를 넣은 전골요리다. 이북식 만두는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두툼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돼지고기, 숙주, 두부를 기본으로 해 만든 꽉 찬 만두소와 만두피 모두 매일 아침 가게에서 직접 빚는다.
평양손만두전골은 사골국물로 전골을 끓여 깊고 진한 맛이 나면서, 동시에 고춧가루가 더해져 시원하면서 칼칼하다. 고춧가루 외 과도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고, 슴슴한 이북식 요리를 표방하는 가게답게 개운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어복쟁반, 입맛을 사로잡는 푸짐한 평양식 국물요리
이북 장터 상인들의 해장 겸 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겨울철 대표 평양음식인 어복쟁반은 또 하나의 별미로 인기가 많다.
놋쟁반을 불판 위에 올려놓고 맑고 진한 육수에 사태, 양지, 우설 등 소고기의 다양한 특수부위와 육전, 빈대떡, 만두, 갖은 채소를 올려 육수를 보충해가면서 양념장에 적셔 먹는다. 어복쟁반은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음식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옛날불고기, 달콤하고 깊은 맛으로 전 연령층에 인기 높아
제형면옥만의 진한 육수에 소고기, 당면, 버섯, 쑥갓 등이 들어간 말 그대로 옛날에 먹던 불고기 맛의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옛날불고기. 양념이 진하지 않고, 달콤하고 깊은 맛으로 가족단위 손님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옛날불고기 전골판을 그대로 사용하며, 생고기를 1인분에 200g을 주기에 양에 대한 만족도 또한 크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