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어를 거의 한마디로 못한다. 성인이 되어서 영어로만 진행된 수업을 2시간 정도 들은 경험이 있다.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시간은 왜 이리 느리게 지나가는지...
강사가 나를 지목할 때 마다 죽을 맛이었다. 얼굴은 빨개지고 호흡은 가빠지고, 재촉하는 강사가 미워지고, 주변에서 뭐라고 뭐라고 영어로 지들끼리 떠들어 대는 이들이 얄밉기도 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불유쾌한 시간들이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교과진도 잘 따라잡는 소수의 학생들이 대접받는 사회
우리 중고생들을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에 대한 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교과지식을 잘 이해하고, 그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이 중심이 되고 인정받는 구조이다.
10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보니 교과지식을 습득하고, 그에 맞는 시험을 잘 보는 학생들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반대로 머리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교과학습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의외로 많다.
문제는 중학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3~4시까지, 고등학교는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청소년 시기의 가장 중요하고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러다보니 교과지식을 잘 수행하는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교과 평가를 상대평가로 하니 소수의 주인공과 다수의 들러리인 구조가 짜여지게 된다.
음악을 잘하고, 연극을 잘하고, 운동을 잘하고, 발표를 잘하고, 시를 잘 쓰고, 사회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는 학생들이 좀 목소리를 내서 칭찬도 받고 좀 우쭐하면 안 되는 것인지.... 그런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아예 없거나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교과 능력 외에도 다양한 능력 가진 학생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생활에서 정해진 교과학습만 잘하는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전형이 아니다. 어떤 과목의 특정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중심이 되는 전형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그래서 다향한 매력을 지닌 이들이 그나마 학교에 정을 붙이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전형인 것이다. 그래서 환영한다. 그래서 유지되어야 한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1, 2등이 아닌 16등, 17등, 18등 혹은 뒤에서 몇 등으로 불린 아이들. 입시가 다가오면 등수는 등급으로 바뀔 뿐. 3등급, 4등급, 5등급이라는 꼬리표를 받아 본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심지어는 등급이라는 숫자로 자신의 인격까지 평가 받는다는 기분을 느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과연 1, 2등급짜리 학생에 비해 5, 6등급짜리 학생의 꿈은 가치가 떨어질까?
다양한 매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사회를 위하여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지필평가를 잘 본 학생들은 당연히 칭찬 받아야 한다. 그리고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 진로탐구활동, 봉사활동, 학교축제에서 매력적인 역량을 보여준 이들에게도 온당한 평가와 칭찬이 마구 쏟아지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반 1. 2등만 인정받는 학교 환경이 이젠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최소한 25명 중 15명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진학 등의 기회에서 훨씬 열려져야 하고, 나머지 10명에게도 가려진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의 평가 방식이 바뀌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
SKY가 기득권을 다 독점하고 대기업이 다 가져가고 승자가 다 독식하는 사회는 얼마나 불안하고 불행한 사회인가? 내 아들, 딸과 우리 학생들을 더 이상 이런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어른들은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한 이유가 국영수 점수로 무장한 전문가 집단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분야의 매력을 지닌 이들이 창의적인 ‘무엇가’를 만들어 내는 사회를 꿈꾼다.
운정 열린고등부학원 고수남 원장
파주 열린학원 대표이사
문의 031-94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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