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서울시과학전시관에서 열린 제25회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활동발표전국대회에서 양정고등학교(교장 김정수) 과학심층탐구반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과학적 탐구력 신장과 융합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서는 전국 17개 시‧도의 대표 팀이 본선에 진출해 과학동아리의 활동 내용을 발표하고 창의력, 문제해결력,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과학적 태도 등을 평가받았다. 올해 대회에서 양정고 과학심층탐구반은 ‘물곰의 물리 화학적 변화에 대한 생태학적 특징’을 주제로 출전해 서울시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전국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교과 과정 외 궁금한 것 연구
고교 정규교육과정에서 과학을 배우기는 하지만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 외 궁금한 것에 대해 연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모여 양정고 과학심층동아리가 올해 만들어졌다. 이 동아리는 외부대회 준비와 학술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보고서 작성을 진행한다.
올해 이 동아리에서 진행한 연구는 ‘물곰’이다. 원래는 동아리원 중 몇 명이 식물군집의 건성 천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채집한 이끼표본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다 물곰을 발견하게 됐다. 조원들은 건성 천이에 대한 연구보다 물곰에 대한 연구가 현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고, 물곰과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기가 더 용이하다고 판단하고 연구 방향을 물곰에 대한 것으로 전환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현재 국내에 물곰에 대한 선행 연구는 거의 없었다. 조원들은 다른 연구자들이 물곰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희소성 인정받아, 서울시대회 금상 수상
물곰을 연구하기 위해 물곰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목동아파트, 안양천 근처, 양천공원, 오목공원 등에서 이끼를 채집했다. 한 지역에서만 채취하면 샘플 시료에 객관성이 떨어질 것 같아 제주도로 여행을 간 동아리원에게도 시료 채집을 부탁해 다양한 지역에서 이끼를 수집했다.
문제는 이끼에서 물곰을 페트리 접시에 따로 옮겨 담는 작업이다. 현미경을 보면서 스포이트를 이용해 물곰을 이끼로부터 분리해 작은 페트리 접시로 한 마리씩 옮겨 담았다. 운이 좋으면 금방 찾지만 3시간에 1마리가 겨우 발견될 때도 있었다.
동아리원들은 연구 과정에서 물곰 배양키트와 양천구 물곰 생태지도도 제작했다. 단순히 지도에 물곰의 서식지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조건에 따른 물곰의 서식과 번성 정도를 분석했다. 이런 연구 자료는 물곰의 생태에 대해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적중했다. 서울시대회에서 연구의 희소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당당히 금상을 수상했다. 전국대회에서는 발표시간을 넘겨도 심사위원들이 제지를 하지 않을 만큼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연구보다는 동아리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결국 장려상을 수상했다. 중간고사를 바로 앞두고 자료를 정리하고 발표대회에 참여하면서 아쉬움이 많은 대회였다.
2학기 과학심층탐구반은 지난 여름 한국청소년학술대회(KSCY)에 수상에 이어 올 겨울 연구주제를 정해 대회에 한 번 더 참여하고 교내 1인 2과제 연구프로젝트에 주제별로 도전할 계획이다.
미니 인터뷰
황현태 반장
“물곰 연구과정 확립했다는데 의미 있어요”
방사성에 내성 있는 동물을 조사하다 물곰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국내 물곰 선행 연구가 전무해서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졌지만 물곰의 연구과정을 확립했다는 데에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연구가 물곰 연구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상헌 부반장
“활동발표 덜 부각돼 장려상 받은 것 아쉬워요”
서울시대회에서 15분 안에 활동 중심으로 세분화해서 연구 과정을 일일이 발표하려고 하니 연구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전국대회에서는 활동보다 성과위주로 발표하다 보니 동아리활동발표가 덜 부각되어 장려상을 받은 것이 아쉬워요.
박승훈 동아리원
“현미경으로 물곰 찾아 옮기는 작업 참여했어요”
이끼를 채취하고 페트리 접시로 물곰 개체 하나하나를 찾아 옮기는 현미경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페트리접시에 옮겼다고 생각했는데 현미경으로 물곰이 보이지 않을 때 힘들기도 했어요. 2학기에는 수학적 모델링을 통한 완보류(물곰)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요.
서준영 동아리원
“배려와 양보, 협동심 배웠어요”
이번 연구에서 물곰지도 만들기, 물곰키트 만들기와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했습니다. 함께 연구계획을 세우고 역할분담을 하면서 기한 내에 계획이 완성되고 다음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배려와 양보, 협동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