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수능국어영역을 강의한지도 학교와 학원을 모두 포함해서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강의법이 있었고 한 때를 풍미한 선생들이 있었으나 국어교육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이제 그동안 연구가 허상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진지한 질문들을 이제 풀어보고자 한다.
1 과연 신유형은 있는가?
매년 수능이 끝나고 서점가와 학원가에 걸리는 구호는 모두 00년도 신유형 대비이다. 과연 신유형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수능은 원래 명칭이 대학수학능력평가이다. 풀어 말하면 ‘대학을 잘 이수할 수 있는 국어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매년 대학교수들이 40여일 가량 호텔에 있으면서 내는 문제라는 것들이 매년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 신유형을 연구하고 회의를 거쳐 내는 문제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학교수들은 신유형을 만들 의지도 없을뿐더러 수능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대학교수들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연구 중에 그저 끌려온 사람들일 뿐이다.
그래서 수능은 글을 독해하고 독해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묻는 기본에만 충실하다. 그렇다면 형식을 조금 바꾸었지만 묻는 내용이 여전히 독해 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묻는 것이라면 형식을 바꾸었다고 신유형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겉으로 드러난 형식으로 신유형이라 매도되지 말고 속에 담긴 의도를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 형식으로 나누면 문제유형은 끝없이 나눌 수밖에 없고 공부는 그 많은 겉치레 유형을 공부하느라 헛된 힘만 쓰게 된다. 신유형은 수능에서 없다.
2 왜 내용영역으로 나누어야 하나?
우리는 국어를 내용별로 나누는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니 내용구분형이 수능국어 문제집의 전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과학지문을 포함해서 여러 개의 내용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마다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기 바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우리가 글을 쓸 때 인문지문은 어떻게 써야 한다는 원리가 있었던가? 기술지문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던가? 필자의 경험상으로는 없었다. 수능이 여러 내용영역을 출제하는 것은 여러 내용영역의 독해방법이 다름을 설명하려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다른 내용의 지문들이 사실 하나의 글 읽기 독해 원리로 설명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내용영역의 문제들을 내는 것이다. 여러 지문으로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지문을 독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독해 원리가 과연 없을까?
그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영역별 지문 구분법이 생겨난 걸까? 우리는 전문가와 사기꾼을 종종 혼동한다. 그리고 사기꾼의 설명이 전문가의 설명보다 좀 더 그럴듯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인문지문을 쓸 때 정말 통용되는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인문지문을 쓸 때에 법칙이 없다면 독해할 때도 법칙은 없다.
3 과연 구조적 독해란 무엇인가?
학원가와 서점가에 구조적 독해, 원리 독해란 말이 우후죽순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거나 수업내용을 알아보면 구조적 독해라기보다는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독해법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수업들이 많다. 이것은 아마 강남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킨 구조적 독해의 수업은 직접 본 적은 없으니 구조란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학원가의 오류에서 시작되었으리라 본다. 구조적 독해는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이루는 가장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글을 이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구조적 독해수업은 쉬운 내용의 지문이면 독해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고, 아무리 내용상 어려운 지문이라도 5분이면 독해가 가능하다. 고3 비문학 한 지문 설명하는데 1시간동안 설명하는 동영상 강의들이 구조적 독해의 탈을 쓰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통탄할 일이 아닌가?
비문학 지문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학생들은 비문학 지문 하나를 짧게는 5분 안에 읽고 답을 찾아야 하고 어려운 지문은 10분 안에는 읽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풀이를 설명하는 선생들은 비문학 하나를 20분에서 많게는 1시간동안 공부를 하고 설명을 하니 아이들이 그 차이를 어떻게 해도 줄일 수가 없다. 지문이 내용이 쉬울 때는 내신 수업하듯 단락별 내용정리만 하면 되었으나 내용이 어려워진 마당에 단락내용 정리연습만 한다면 독해시간을 절대 줄일 수 없다. 구조적 독해는 단락내용 정리연습에 그 핵심이 있지 않다. 글을 독해하는 단 하나의 원리. ‘원리대로 읽을 줄 아느냐’ 그것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구조적 독해의 진짜 모습이다.
4 국어영역은 내용만 어렵게 나오는 것뿐이다.
필자가 국어를 가르치며 생각한 것은 단 하나다. 좋은 수업은 국어를 자꾸 나누어서 공부할 양을 많게 하는 수업이 아니다. 나누어진 것을 묶어주고 연결해주는, 그래서 점점 공부할 것이 없어져야 좋은 수업이라 부를 만하다. 공부할 것이 많아지는 공부는 산으로 가는 공부이다. 국어는 내용이 어려워질수록 구조 독해는 더 쉬워지고 있다. 내용이 쉬울 때도 내용이 어려울 때도 과거에도 지금도 국어의 독해원리는 언제나 똑같다.
허재강 고3 대표강사
김동한 국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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