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년 하반기부터 지방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신규직원 채용 시 블라인드 방식을 도입하여 시행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1940년대 말 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오디션에서 처음 실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디션을 받는 사람은 커튼 뒤에서 연주를 하고 면접관들은 연주실력만 듣고 평가해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평소 여성의 합격률은 5% 미만이었지만 블라인드 채용방식으로 바꾸니 합격률은 30%까지 올라갔다. 이후 블라인드 채용방식이 확대되어 1970년대 5%에 불과했던 오케스트라 단원의 여성비율은 25%까지 올라갔다. 편견을 장막에 가리고 능력만을 평가한 결과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오케스트라 단원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여성들이 많이 채용되었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더욱 훌륭한 화음을 얻게 되었다.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입사지원서나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지역이나 학교, 신체조건, 가족관계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가리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채용 방식이다. 지원자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통해 가장 최적의 지원자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원자에게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제공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제도의 취지에 맞게 평가자의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은 삭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평가자의 편견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인적 사항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출신지역, 가족관계, 학력은 물론, 키와 체중, 용모(사진부착 포함) 등 신체적 조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다. 다만, 신체적 조건이나 학력은 채용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면접위원에게 지원자의 인적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면접 시 인적사항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공정한 실력 평가를 위해 채용대상 직무의 분석을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입사지원서는 채용 직무와 관련된 사항 즉, 교육·훈련, 자격, 경험 등의 항목으로 구성하고, 면접 시에도 면접관에 대한 사전교육을 의무화해 체계적이고 공정하게 면접이 실시되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기업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 북을 제공하고 채용수요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개선, 직무분석을 통한 직무기술서 및 면접도구 개발을 지원하는 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해 사회전반에 블라인드 채용 방식 즉,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이라는 공감대를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취업지원자들은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에서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학력, 출신지역, 연령, 성별 등 편견을 유발하는 내용을 배제하고 직무능력으로 선발하게 됨으로써,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된 지원자들은 이직률이 낮고 직무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채용하기 위해 지원자를 가렸던 그 허름하고 낡았던 커튼은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관객으로 가득 채운 공연장의 화려하고 웅장한 커튼으로 돌아 왔다. 편견에 눈을 감고 능력에 눈을 뜬 보답이다.
양승철 천안고용노동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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