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와 청정환경 보호냐, 공장 설립으로 얻는 이익이냐

“시와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해야” … “6월 안에 주민설명회 개최”

노준희 리포터 2017-06-12

아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와 박성순 아산시의원이 주최한 ‘송악면 강장리 육가공공장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5월 31일(수) 오후 4시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 스마트홀에서 주민 및 관계자 약 100명이 참석해 열렸다.
이 토론회는 송악농협이 송악면 강장리에 추진하는 육가공공장 설립 과정에서 빚어진 주민과의 갈등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송악농협은 토론회 전날 오후 지속협에 불참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송악면 강장리 육가공공장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지하수가 식수인 마을서 지하수 퍼 쓰는 공장 지으면 물 부족 누가 책임지나”

송악농협의 육가공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송악육가공공장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는 이날 공장설립을 승인해 준 아산시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반대위는 송악농협에게 지하수 고갈·오염, 농업용수 부족, 공장 오폐수와 악취, 폐기물 발생 등의 문제 해결 요구와 청정지역 보전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하수와 청정환경 보호는 주민생존권,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고 주장하는 주민 단체다. 반대위는 4월 21일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주최로 공장 설립에 따른 환경문제 진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5월 29일 농협중앙회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진행하며 공장 설립 반대를 강력히 촉구해왔다.
김종호 아산시허가담당관은 “공장설립 승인행위는 법에 따른 행위다. 재량권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행정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반대위 주민 권세은씨는 “예꽃재마을은 ‘지하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만일 물이 모자라면 이웃마을 수곡리에 관정을 파주겠다’는 각서까지 쓴 후 2015년 지금의 강장리 마을에 들어왔다. 이미 그때부터 강장리와 수곡리 일대는 물 부족을 걱정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강장리에 매일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공장이 들어서면 물 부족은 누가 책임지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반대위 주민 김상영씨는 “송악농협이 해마다 수익이 줄어드는 경제사업을 위해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공장 설립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진용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협의하지도 않고 공장 설립 공사를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반대위가 법 절차만 살피는 행정소송에 패하자마자 송악농협이 육골즙공장을 육가공공장으로 변경승인 신청한 것은 애초 의도했던 계획이며 여러 절차상 편의를 위해 부린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송악농협은 이 자리에 나와서 어떤 대안과 해결방안이 있는지 설명했어야 했고, 아산시도 법적 처리만 가지고 논해서는 안 된다. 행정이 아산시갈등심의위원회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최대한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앞 삭발식 진행 장면


이주선 농협 조합장 “주민 설명회 약속한다”

리포터는 이주선 송악농협 조합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확인했다. 이 조합장은 “토론회 불참은 이사회 논의를 통해 나가지 않기로 결정됐기에 통보한 것”이라며 “육가공공장은 주민소득 증대를 위한 사업이고 주민들이 염려할만한 피해는 없다. 정말 지하수가 부족하다면 공장 물은 사서 쓸 계획이다. 오폐수관과 환경오염, 지하수 관련 주민들 걱정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공장설립 추진과정에서 주민과 반목이 깊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법적 문제가 없기에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될 줄 몰랐다”며 “6월 안에 찬성과 반대 주민, 시민단체 모두가 참석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농경지와 녹지로 둘러싸인 가운데 붉은 선 안이 송악농협이 추진하는 약 9917㎡(3000여평) 규모의 육가공공장 설립 현장.


송악면은 어떤 마을인가

아산시 송악면 일대는 개체 수가 줄어든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보기 드문 청정지역이다. 실개천과 자연정화습지를 보존하고 있는 친환경 마을로 유명하다. 환경을 해치는 유해공장이 거의 없고, 한살림에 납품하는 유기농 농산물 생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살기 좋은 자연환경과 자연친화교육이 가능한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어 인구 유입이 부쩍 늘었다. 송남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최근 송악면은 인구가 약 18.5% 증가했으며, 이중 강장리는 6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 단위로는 보기 드문 수치다.
뿐만 아니라 육가공공장 부지 주변 600m 안에는 천년의 숲길, 충남친환경에너지자립마을(27억), 농촌체험마을(14억), 마을경관사업(5억, 실개천 살리기) 등 모두 정부보조사업으로 생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이다.
특히 패시브형 전원주택단지로 조성돼 2015년 입주한 예꽃재마을은 ‘충남친환경에너지자립마을 1호’로, 올해 3월 충남도내 대표적 친환경 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아산시는 송악면 일대를 시가 추진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부합하는 대표적 사례로 들며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지역으로 방문이 지속하고 있음을 홍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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