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의 미술매체 아트넷(Artnet)이 선정한 세계 100대 콜렉터 중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오른 씨 킴(김창일 66)이 아라리오갤러리천안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 제목은 <논(㯎)-논다놀아>. 주로 건축재료를 활용한 회화와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 70여점이 갤러리를 가득 메웠다.
시멘트 흙 나무 철 알루미늄 등 건축 재료는 갤러리와 미술관, 터미널, 외식 공간 등 수십 개의 건축물을 짓거나 재정비해 온 작가의 삶과 가장 밀접한 물질이며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예술적 모티브를 제공해준 소재다. 씨 킴은 이 재료들의 독특한 어울림이 어떤 작품으로 완성됐는지, 또 완성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씨 킴은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5월 30일 오후 2시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5층 문화홀에서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했다.
“어릴 적 자연과 나눈 이야기, 작업에 큰 도움”
씨 킴은 “미술을 비전공한 내가 작업하면 지인들은 ‘논다놀아’ 하는 말들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존 이유는 ‘아트’”라며 “어릴 적 나비, 나무 등과 끊임없이 대화했던 기억들이 작업을 구현하고 방향을 끌어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내 그림을 보며 사람들이 희망과 생명 느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제목 논(㯎)은 어리석음을 뜻한다. 4000점에 이르는 방대한 컬렉션을 지속하며 재건축이 안 되는 ‘공간’ 사옥을 매입하고 예술가로서 끊임없는 시도를 거듭하는 등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표현한, 처음엔 자신이 거부했던 씨 킴의 또 다른 수식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스케일, 부피감 중량감 등을 고루 갖춘 독특한 시도의 작품들이 많다. 가로만 3미터가 넘는 캔버스 위에 시멘트를 붓고 큰 붓으로 밀며 페인트를 섞어 서정적인 색감을 구현한 작품, 버려진 마네킹에 시멘트를 바른 다양한 몸짓의 군상들. 선 하나의 위치에 고민하며 마무리를 위해 발광하듯 캔버스를 뚫은 작품은 오히려 씨 킴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널브러진 합판 위에 시멘트와 물통 벽돌 등을 올려 먼지가 만들어낸 세월의 자국을 선명히 남긴 작품, 합판과 철판, 비닐을 겹쳐 깔아 녹이 묻어난 자국을 완성도 있게 살려낸 작품,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초점이 흐린 사진을 수채화 페인팅처럼 구현한 작품 등 그의 시도는 미술의 소재와 기법의 영역을 새롭게 확장했다. 씨 킴은 “내 주변 모든 사건 사물이 작품 소재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소재들은 사유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9번째 개인전을 거치면서 예술성을 구축해나간 씨 킴의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하지만 그는 “생각한 작업을 오롯이 완성해낼 때까진 팔기 싫다”고 말한다. 자신의 작업이 ‘아직도 실험 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미술을 위해서는 철학을 공부해야”
씨 킴은 14년째 충남예고에 장학금을 지원하며 예술 감성을 키워나가는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이날 문화홀엔 이러한 씨 킴과 인연이 깊은 충남예고 학생들과 그의 작품에 감명 받은 성인 관객들이 가득했다.
씨 킴과 즉문즉답이 가능한 자리였기에 질문은 꼬리를 물었다. 학생들을 향한 씨 킴의 대답은 경험을 통해 나온 예술가의 메시지로 전달됐다. “꿈은 산이고 산은 인생이다. 산을 오를 때 한 발짝씩 올라가는 것처럼 꿈에도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은 고통이지만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은 즐겁다는 것.
씨 킴은 자신의 작업에서 추구하는 미술은 심플(Simple)이며, 가장 중요한 단어는 ‘생명과 영혼’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생들에게 “글로벌한 세상을 마주하고 살고 있으므로 영어를 열심히 해야 하며 미술 감성을 키우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현실적인 답변을 들은 안도감(?)에 웃었다.
마무리로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목청껏 뽑은 씨 킴. 노래로 관객과 교감하려는 그의 모습에 진심어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씨 킴의 <논(㯎)-논다놀아>는 아라리오갤러리천안에서 10월 15일까지 전시한다.
문의 041-55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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