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함께 두드려 더 신명 나는 젬베폴라들의 모임 ‘알젬’]

젬베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

지역내일 2017-05-27

젬베 : ①13세기 무렵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래된 절구통 모양의 전통 타악기 ②단단한 나무 속을 파내어 공명을 만들고 여기에 염소 가죽을 씌워 끈으로 꼬아 고정시키면 완성 ③북처럼 가죽을 맨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막명(膜鳴)악기
어쿠스틱 기타와 합주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주목을 받게 된 타악기 ‘젬베(djembe)’에 대한 설명이다. 젬베로 하나 되어 매주 행복한 이들이 모여 있다는 음악동호회 ‘알젬’의 정기 연습현장을 찾아가 봤다. 



타악밴드 회원들, 젬베로 통∙하∙다!
 남성 듀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가 BGM으로 흐르는 가운데 11명의 젬베폴라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젬베를 두드리며 합을 맞추는 ‘알젬’ 연습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광경이다.
 2015년 10월 ‘알젬’을 처음 결성해 지금까지 회장 겸 사부 역할을 하고 있는 최진성씨는 무형문화재 제7-9호 호남우도농악 이수자로, 현재 타악 밴드를 운영 중인 타악 전문가이다.
 “우연한 기회에 젬베를 접했고 두드려보니 꽤 재밌더라고요. 독학을 통해 어느 정도 연주에 자신감이 붙어서, 젬베에 관심을 보이는 타악 밴드 회원 8명과 함께 배워가며 놀아(?)보려고 동호회를 만들게 됐죠. 지금은 총 15명의 회원이 서로 어울려 열심히 두드리고 있습니다.”
 ‘알젬’은 ‘l love djembe’의 줄임말로, 아프리카 전통 젬베 주법이 아닌 퍼커션 주법으로 연주를 하는데 최근엔 최 회장이 만든 프리스타일 연주곡을 열심히 연습 중이다.  


젬베로 나누는 우정과 온정
 서아프리카에서 주술, 제례 등 의식 때 흥을 돋우는 악기로 사용된 젬베(djembe)의 어원을 살펴보면 ‘dje’는 모이다, ‘be’는 평화를 뜻한다. 모두가 평화롭게 모이자는 단어 의미 그대로 여럿이 함께 연주하는 기쁨이 더 큰 젬베의 연주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알젬’ 최고령 회원 김성용(61세, 행신동)씨는 원년 멤버이자 현재 총무를 맡고 있는 이주희씨 소개로 10개월 전 ‘알젬’에 가입했다. ‘수요일을 기다리는 남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그만큼 젬베의 매력에 푹 빠져 있고, 활력 넘치는 ‘알젬’ 회원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고 전했다.
‘알젬’엔 부부회원도 있는데 최수철∙김화심(화정동)씨가 바로 그 주인공. 남편 최수철씨가 지난해 2월에 먼저 ‘알젬’에 가입했고 4개월 후 부인이 합류했다. 부부가 아파트 옥상에서 함께 연주를 하다가 주민들의 항의도 받았다면서 부창부수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여가의 많은 부분을 젬베로 공유하다 보니 부부간에 대화가 많아져 금실도 더 좋아졌단다.
‘알젬’ 회원들의 요즘 최대 화두는 6월 24일로 잡힌 첫 봉사공연이다. 경기도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의 일환인 ‘고양시 정신장애우와 함께하는 예술친구 교실’이라는 행사에서 젬베 공연을 선보일 예정.
 “애니골에 있는 카페 ‘라벤하임’에서 열릴 ‘알젬’ 최초 봉사연주를 위해 매주 2시간씩이던 연습시간을 늘려 알차게 준비할 생각이에요. 이번 공연을 시발점으로 해서 기회가 닿는 대로 좋은 일 많이 하는 착한 ‘알젬’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사부 최진성씨의 각오가 유난히 다부지게 느껴진다.                                                                                                                                                                                                                            
 #젬베폴라(djembefola) : 아프리카 말린케 부족의 말로 ‘젬베 연주자’를 의미


Mini Interview 

▶ Q : 내게 있어 젬베는 OO이다 

이주희(운정 가람마을) 알젬 총무
A : 젬베는 ‘끈’ 이다.

무료한 일상생활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싶을 때 처음 만난 악기가 젬베였어요. 젬베에서 통나무와 가죽을 연결해주는 끈이 중요한데요, 우리 ‘알젬’이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도 회원들은 이미 끈으로 탄탄하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박창근(성석동)씨
A : 젬베는 ‘일상탈출’이다.

나라는 존재를 잊고 가장으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살다가 젬베를 치는 순간만큼은 일상에서 탈출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으니 ‘알젬’에서의 시간이 정말 소중합니다. 회원들과 함께 정기 연습을 고작 두 번 하고 나서 혼자 용감하게 거리공연을 나서봤습니다. 그 뒤로 자신이 좀 붙었고요. 내 안에 숨어있는 흥을 잘 끌어내야 하는 게 젬베 연주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성미경(장항동)씨
A : 젬베는 ‘소통’이다.

젬베로 함께 연주를 하면서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악기라는 걸 바로 깨닫게 됐습니다. 음악과 나 자신과의 소통은 물론, 회원들과 매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만나도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선경(중산동/43세, 최연소 회원)씨
A : 젬베는 ‘힐링’이다.

악기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젬베를 접하면서 처음 느껴본 진동으로 인해 오히려 피로가 풀리고 치유되는 느낌이었어요. 스트레소 해소에도 딱 좋은 젬베, 그리고 우리 ‘알젬’ 회원분들 모두 사랑합니다^^

   

송영은 리포터 athena2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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