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가 세계 최악 오염 도시 5위 수준을 기록했다.(본보 4월 6일자 보도) 이에 관계 당국에선 앞 다투어 강도 높은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 공습에 시민들의 건강은 속수무책이다. 특히 건강 취약계층인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지난 12일 고양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 미세먼지 관련 대책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교육청측에 직접 요청을 해 마련된 자리로 더욱 주목 받았다. ‘고양시 미세먼지대책촉구모임’(이하 미대촉) 소속 10여명의 젊은 엄마들과 고양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함께 한 간담회 현장.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나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나쁨’ 단계 시 학교에서 공지 발송 의무화시켜주세요!”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미세먼지 ‘나쁨’일 때 야외수업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강화된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응방안은 실내 활동 자제 등 소극적인 대책에 머물고 있다. 다음은 ‘미대촉’이 제시한 대안 및 요구사항과 교육청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미대촉: ”미세먼지 기준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어떤 기준에 맞춰 일선 학교에 공지하는지 궁금하다. 일부 학교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데 학부모들에게 공지를 발송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지 발송을 의무화 해 달라“
교육청: “고양시 관내에는 현재 마두역 등 모두 4 곳에 대기오염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각 지역마다 그 수치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중 가장 오염도가 높게 나타나는 지역인 신원동의 측정치를 기준으로 해당 일의 오염치를 측정한다. 오염도가 높을 경우 학교 측에 일괄적으로 주의보 및 경보를 발령하고 이후 학교들은 학부모들에게 공지 발송하는 시스템인데 일부 학교에서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주의 조치토록 하겠다.”
“공기 나쁜 날엔 모든 학교 야외 수업 자제시켜주세요!”
미대촉: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인데 어떤 학교는 소풍을 미루었지만 다른 학교는 야외 체육수업을 강행했다. 미세먼지의 유해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야외수업 자제’에 대한 학교 측 이행여부가 교육청에 보고되는지 또한 미 이행 시 제재방안은 없는지 궁금하다”
교육청: “최근 개정된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 방안에도 ‘실외 수업 자제’ 기준은 강화되었으나 이에 대한 강제성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해당 학교에서 야외수업을 강행해도 교육청에서 간여하기 어렵다.
“공기청정기를 건강보조기구로 인정해주세요!”
미대촉: ”미세먼지 발생 시 창문을 닫고 실내에만 머문다고 해도 적절한 정화설비가 없다면 실내 공기 질 역시 바깥 못지않게 오염될 수 있다. 실제로 회원들이 간이측정기로 수치를 측정한 결과 창문이 닫힌 교실 내부 수치는 바깥 수치의 70~80% 수준이었다.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에 대한 교육청의 계획은 어떠한가. 특히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의 경우 학부모의 요청이 있을 시 공기청정기를 건강보조기구로 인정, 설치토록 해 달라.”
교육청: “공기정화장치는 신설학교부터 의무화할 계획이고 기존의 학교는 공기청정기 설치를 고려 중이다. 도교육청에서 시범학교를 선정하여 공기청정기 설치 후 공기 질 개선 검증을 검토 중인데 전기료 및 관리비용 등 더불어 검토할 사안이 많고 예산이 크게 소요되어 바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단 상비용 마스크(개당 1천원)를 학교별로 예산범위 내에서 확보할 것을 안내할 예정이다.”
“창문 필터, DIY 공기청정기 등 대체 수단 활용해 주세요!”
미대촉: 예산부족 때문에 공기청정기 설치가 당장 어렵다면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는 창문 필터와 환풍기 필터, DIY 공기청정기 등 대체제라도 활용해 줄 것을 권한다. 과학 시간 등을 이용해 학생들이 DIY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교육청: “좋은 아이디어다.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도교육청에 건의해 볼 계획이다.”
“의식전환이 최우선. 미세먼지 교육 강화시켜주세요!”
미대촉: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세먼지에 대한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학교마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 정도에 큰 차이가 난다. 교육청 지시사항이 권고 수준이다 보니 그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교사는 물론 기관장까지 모두 미세먼지 교육을 받도록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 대상의 교육도 실시해주길 바란다.”
교육청: “5월 중에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미세먼지 담당자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양시 미세먼지대책촉구모임은 무엇?
미세먼지 대책 목소리 높이는 ‘용감한 엄마들’
고양시 미세먼지대책촉구모임은 인터넷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http://cafe.naver.com/dustout)를 통해 결성된 지역 시민모임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자녀를 둔 고양시 학부모들로 현재 50여명이 활동 중이다.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미세먼지 발생원 실태를 조사하고 측정소 증설 및 미세먼지 관련 조례안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불법소각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고양시와 도교육청 등 행정기관과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구해 간담회를 성사시키면서 행정당국의 보다 효과적이고 강력한 대책 안을 촉구 또는 제안했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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