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공원, 체육시설 등 공공시설 중금속 오염 실태]
납 범벅 농구장서 뛰고, 중금속 산책로를 걸었다
호수공원 산책로, 농구코트, 베트민턴장, 게이트볼장 등. 하루에도 수 만 명의 고양 시민들이 건강을 위해 이용하는 관내 공공시설들이다. 고양시는 최근 이들 시설의 도로에 깔린 탄성포장재 또는 인조잔디에 대한 중금속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일부 시설에서는 기준치의 370배가 넘는 중금속이 확인됐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찾았던 이들 시설인데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우리 동네 공공시설들의 중금속 오염 현황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일산 동구 하늘공원 기준치 370배 초과
고양시는 최근 호수공원을 비롯한 관내 공원의 산책로, 체육시설, 도로 중 탄성포장재 또는 인조잔디로 포장된 공공시설 109개소에 대한 중금속 검사(납, 카드뮴, 수은, 육가크롬)를 실시했다. 대상은 공원산책로 21곳과 체육시설 69곳, 인도 14, 육교 5곳. 우레탄과 탄성 고무칩, 인조잔디, 충진재, 카페트 등으로 바닥재가 마감된 곳들이다. 검사 결과 모두 39 곳에서 납 성분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일산 동구 하늘공원은 기준치의 37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육가크롬도 25개소에서 검출됐으며 이중 주교8호 어린이공원 다목적구장은 기준치의 24배나 넘는 육가크롬이 검출됐다.
백석체육공원, 킨텍스체육공원 등 중금속 ‘빨간불’
검사 대상이었던 공원 산책로, 도로, 체육시설 중 중금속 수치가 가장 높았던 곳은 체육시설이었다. 일산 동구의 경우 백석체육공원 축구장, 지영체육공원 농구장, 백석체육센터의 농구코트와 게이트볼장, 하늘공원 배드민턴장과 농구장, 중산체육공원 게이트볼장과 파크골프장, 인라인스테이트장, 풍동 식골공원에서 각각 기준치 이상의 납성분이 검출됐다. 일산 서구의 경우 덕이동 덕이공원의 풋살트랙과 농구장, 족구장, 킨텍스체육공원의 풋살장과 농구장, 대화레포츠공원의 농구장에서 각각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덕양구의 경우 주교동 주교어린이 공원 11호 트랙과 8호 다목적구장, 화정12호 어린이공원 트랙, 서정4호 어린이공원 농구장, 원당게이트볼장 인조 잔디, 선유동체육시설의 농구장, 화수공원 농구장, 백양공원과 행신공원의 농구장, 지도공원 게이트볼장, 마상공원 농구장, 서정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과 게이트볼장, 동산동 꽃맞이 공원의 농구장과 배드민턴장에서 각각 기준치 이상의 납성분이 검출됐다.
어린이공원에서 중금속 대량 검출
덕양구 주교동과 화정동, 행신동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의 중금속 오염 정도는 심각했다. 성인보다 인체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그대로 중금속에 노출된 셈이다. 주교8호 어린이공원의 경우 다목적구장 우레탄에서 기준치의 183배가 넘는 납성분이 검출됐으며 발암물질인 육가크롬도 기준치를 24배나 초과했다. 주교11호 어린이공원 우레탄트랙에서는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납성분이 검출됐다. 화정12호 어린이공원의 트랙도 납성분이 기준치를 105배나 초과했으며 육가크롬도 기준치의 13배를 훌쩍 넘었다. 서정4호 어린이공원 농구장에서도 기준치의 87배가 넘는 납성분과 13배가 넘는 육가크롬이 검출됐다. 납은 신경계를 손상시켜 두뇌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일뿐 아니라 발암물질로서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반드시 접촉을 피해야 한다.
호수공원 산책로 기준치 13배 ‘훌쩍’
하루에도 고양 시민 수 천 여명이 이용하는 호수공원 산책로도 중금속 오염수치가 13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는 탄성 고무칩으로 포장된 9,638㎡ 규모의 산책로 10곳을 시료 채취해 이 중 3곳에서 납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포장 규모에 비해 시료 채취 범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통 100~500㎡ 포장 규모의 경우 시료 채취를 3군데 진행하며 500~1000㎡ 규모의 경우 5군데 진행한다. 하지만 포장규모가 1000㎡를 초과할 경우 그 규모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단 10곳에서만 시료를 채취, 검사 결과를 일반화한다. 고양시 관계자는 “산책로를 포장할 당시 설치 시점과 공사 진행 내용이 구간마다 다르다. 해당 구간을 구역별로 나눴는데 약 10군데로 구분되었으며 이에 따라 시료를 채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양시는 기준초과 시설에 대한 이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빠르면 올 9월부터 늦으면 내년 상반기 중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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