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의종군로 ‘통곡의 길’ 탐방]

이순신의 통곡이 서린 우국충정의 길 따라 걷다

노준희 리포터 2017-05-02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와 한국문인협회 아산지부(이하 아산문협)는 지난 22일(토) 아산 백의종군로 ‘통곡의 길’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충사에서 배방면 수철리 넙티고개까지 약 14km를 걷는 여정이었다.
통곡의 길은 이순신연구소가 고증 복원한 백의종군로 중 하나다. 리포터는 이날 지인들과 통곡의 길 걷기에 도전했다. 



백의종군로 ‘통곡의 길’은

통곡의 길은 현충사에서 시작한다. 곡교천을 건너 온양천변을 따라 신동을 지나고, 배방산 밑 신흥리(감태기 마을)를 거쳐 수철리 넙티고개를 잇는 옛길이다.
“통곡의 길은 백의종군하러 가는 길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맞이하게 된 이순신이 죄인의 몸으로 상을 치르지 못한 불효를 안고 떠나는 통곡이 서린 길이에요. 실제 이순신은 넙티고개에서 ‘내가 평생 충과 효에 전념하였건만 오늘에 이르러 허사가 되었다’며 통곡했다고 합니다.” 임원빈 이순신연구소장은 “통곡의 길은 충무공이 인생에서 가장 좌절하고 극도의 고통 속에 떠난 길”이라고 설명했다.
막연히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잠시 쉴 때마다 임 소장의 해설을 들으며 걸으니 이순신 정신을 이해하고 되새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날 운 좋게 꽃과 나무에 해박한 지인이 함께 했다. 길에서 마주친 나무, 남의 집 담벼락 밖으로 풍성히 핀 꽃을 볼 때마다 무슨 식물이냐고 묻곤 했다. 신통방통하게 거의 모든 꽃과 나무 이름을 알려주었다. 설명까지 곁들이니 새롭게 꽃과 나무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통곡의 길엔 수많은 꽃과 나무가 있었다. 이순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이 모두를 위한 자연스런 생태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신동마을에서 ‘캔아트 전시장 체험학습장’을 만났다. 버려진 캔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학습장이다. 일부러 찾아가는 체험장이 통곡의 길에 있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이 길을 찾아 걸을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백의종군로 복원의 의미

임원빈 소장은 “백의종군로 고증·복원의 의미는 매우 크다. 묵묵히 인내하며 뜻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다 다시 역량을 펼쳐낸 이순신의 도전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며 후손들이 걸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백의종군로에 이순신의 스토리텔링을 함께 조성해 놓으면 역사적인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박사 지인은 “이순신을 나라와 가정과 개인의 처지에서, 왕과 신하의 관계에서,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고뇌한 흔적 등 여러 갈래로 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곡의 길을 걸으면서 리포터는 5년 전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이 떠올랐다. 지금의 이 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평지를 걷고 민가를 지나 언덕을 오르고 산길을 걸어 내려오는 소박한 길이었다. 그럼에도 지리산이나 제주도는 ‘둘레길’ ‘올레길’이란 이름으로 걷는 길을 개발해 관광명소를 만들었다.
백의종군로는 남한을 종단할 만큼 긴 길이며 걸어야 할 의미와 명분이 뚜렷한 길이다. 국토종단을 해야 한다면 백의종군로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지역마다 특색에 맞게 개발할 경우 새로운 역사적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세계적으로 알릴 가치가 있는 길로도 거듭날 것이다.
단지 역사의식 고취만을 위해 걷는 길이 아니다. 옛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우리의 시골과 도시, 자연을 더욱 가깝게 보게 하고 그 곳에서 만난 문화와 사적에 관심 갖게 한다. 지금껏 무심히 스쳤던 풍경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했다. 


이정표·안내판 전혀 없어…지자체 관심 필요

자타공인 저질체력이라 넙티고개를 오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넙티고개에 당도하자 ‘백의종군의길’이라는 비석을 발견했다. ‘이순신백의종군보존회’에서 세운 기념석이다.
동행한 다른 지인은 “백의종군로는 아산시민 모두가 걸어야 할 길인데 여기까지 오면서 어떻게 이정표 하나 없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4km를 걷는 길 중엔 제대로 된 이정표나 안내판이 전혀 없었다. 인도하는 사람이 없으면 알아서 가기 어렵다.
민수영 아산문협 지부장은 “이순신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일본의 이름으로 살았을지 모른다. 이순신축제가 화려한 행사보다 이순신 정신을 일깨우고 철학을 살려내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아산에는 이순신의 애국애민 가치를 되새기는 백의종군로가 있다. 더불어 아산시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산시 문화관광과 최욱진 주무관은 “현재 백의종군로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마친 상태”라며 “백의종군로 구간 내에서 어떤 사업을 할지 충남도와 협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순신 백의종군 여정을 들으며 도착한 넙티고개를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요즘 같은 시국에 더욱 강조되는 이순신의 정신. 가슴에 깊이 새기고 돌아왔다. 


<사진제공 임재룡 사진작가>


■ 백의종군로는 … 이순신이 임금의 명령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가 백의종군 처분을 받고 1597년 4월 1일부터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기 전날인 1597년 8월 2일까지 서울 경기 충남 전북 전남 경남까지 121일간 걸었던 여정이다.
이순신연구소는 2014년 5월 해군역사기록관리단과 손잡고 국내 처음 국가차원의 ‘이순신 백의종군로’ 전 구간 고증에 착수했다. ‘난중일기’를 기초로 고지도와 현재 지도 비교 검토를 통한 이동로 확인, 답사를 통한 옛 지명 현재 위치 고증 등에 가장 근접한 백의종군로를 2015년 1월 최종확정했다.
전국을 잇는 백의종군로 중 아산에는 크게 4개 코스가 있다. ‘들어오신 길(평택·둔포 접경(노성교)~현충사)’과 이순신연구소가 확정한 ‘충의 길(현충사~이충무공 묘소 7km)’ ‘효의 길(현충사~인주 해암리 개바위 14km)’ ‘통곡의 길(현충사~넙티고개 13.7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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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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