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학생들의 학부모님들과 자주 통화를 하게 됩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학생들의 커리큘럼과 선행학습에 대한 내용입니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가 빠르게 선행진도를 나가기를 원합니다. 적게는 한 학기부터 많게는 중학교 2학년까지 고등학교 과정을 빠르게 해주길 원하시죠. 문제는 그것이 학생에게 정말 그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 보다는 주변사람들을 따라 선행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잘 파악하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도 많이 있습니다. 한두 학기 정도의 선행은 잘 따라가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행을 원하시는 부모님들께 자주 듣는 내용은 “제 아이 친구들이 전부 고등학교 과정을 나가고 있으니 저희 아이도 고등학교 과정까지 선행 진도를 나가주세요”라고 하시는 말들입니다. 다른 아이들이 내 자녀보다 더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것 같으니 똑같이 선행을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죠. 학부모님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면 많이 걱정이 되신다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부모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부모님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는데 내 아이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부분만 천천히 해나가는데 다른 모든 아이들이 전부 다음 학기 내용을 끝냈다고 이야기한다면 ‘아 다음 학기에는 더 크게 차이가 나서 우리 아이는 지금 하는 것만 겨우 해나가고 다른 아이들은 쭉쭉 치고 올라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겠죠. 무엇보다 다른 학생들이 다 하는데 내 아이만 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부모님들을 부담스럽게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꼭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혹시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부분조차 어려워하지 않는지 아니면 이전 내용조차 몰라서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또는 이해력이 높아서 다른 친구들보다 학습능력이 빠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커리큘럼과 학습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거나 자녀들과 이야기 하면서 말이죠.
학생에 따라서 분명하게 선행학습이 불필요한 학생이 있고 선행을 해도 문제없이 정말 잘 이해해나가는, 더 나아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선행학습에는 분명한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선행 진도를 나가면서 더욱 상위 내용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더 낮은 학년의 내용들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하며 미리 내용을 배워 놓았으니 처음 배우는 학생보다는 같은 학년의 문제를 더 많이 풀어보거나 많은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또한 학생이 이해력도 좋고 스스로도 노력해 선행진도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죠.
심지어 학교에서도 선행이나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시험을 보게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책임하게 시험 하루 전까지 진도를 나가거나 교육과정에서 빠진 부분까지 시험에 내는 일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하면서 미리 진도를 다 나가고 많은 공부를 한 학생들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단점도 존재합니다. 빠르게 선행 진도를 나가다보면 당연히 그만큼 심화적인 부분은 많이 다루지 못하게 되고 혼자서 그 진도를 되짚어볼 시간 또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추가로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수박겉핥기 식의 공부가 되어 많은 학생들이 몇 달만 지나도 전혀 기억을 못하거나 몇몇 공식만 외우고 어떻게 적용할지조차 모르는 일들이 생깁니다. 가장 기본문제가 아닌 조금이라도 응용한 문제가 나오면 손도 대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선행은 학생에게 오히려 부담만 주게 됩니다. 또 가끔은 학생이 워낙 잘 하고 이해력도 좋다보니 부모님이 과도한 선행학습을 요구해 학생의 부담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던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 갑작스럽게 공부를 포기하거나 지쳐서 놓아버리는 경우도 자주 봐왔습니다.
이처럼 선행학습은 어쩌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어쩌면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선택하는 것은 부모님과 학생들입니다. 과도한 선행이나 무작정 시키는 선행보다는 학생에게 알맞은 그리고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미스터밥 입시전략연구소
정철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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