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입 논술전형의 가장 큰 변화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 고려대의 논술전형 폐지를 꼽게 될 것이다. 비교유형의 연세대와 더불어 대표적 대입 논술논제의 양대 산맥과도 같았던 고려대가 논술전형을 폐지한 것에 대해, 일부 호사가들은 이것이 향후 수시전형에 있어, 논술 축소 및 폐지의 서막일 것으로 섣부른 예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우선, 논술이라는 시험의 본질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논술은 과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제시문을 독해한 뒤 논제가 요구하는 방식대로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이른바 서술형 시험이다. 이는 흔히 국어 영어 수학처럼 교과명과 시험에 출제되는 범위가 일치되는‘퍼블릭 서브젝트’와의 차이점이다. 논술이라는 시험 방식 속에서 수험생의 다양한 통합교과적 경쟁력을 글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면접 구술 중심의 학생부 종합전형
따라서 평소 천명 이상의 인원을 꾸준히 논술로 선발해오며, 최근 3년간은 한국판 바칼로레아를 표방하는 양질의 문제를 출제했던 고려대가 면접 구술 중심의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회한 것은 결국 큰 틀에서의 논술 호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시험의 방식을 단지 서술에서 구술로 전환한 차이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고려대 융합인재전형에서 실제로 치러진 구술형 면접의 논제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1. 제시문 (가), (나), (다)를 활용하여 제시문 (라)의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설명하시오.
2. 제시문 (나)의 ‘말뚝이’와 제시문 (다)의 ‘그’를 비교(공통점과 차이점)하시오.
3.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익명성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시오.
4. 제시문 (가), (나), (다), (라), (마)를 최대한 활용하여 사이버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질서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자유롭게 논해보시오.
물론 제시문의 단순 분량의 길이는 논술전형보다는 짧았다. 하지만 다섯 제시문을 모두 읽고,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데 있어 2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은 체감난이도로 보았을 때, 오히려 2시간을 할애해주는 논술에 비해 훨씬 높게 느껴졌다는 것이 대다수 수험생들의 체험담이었다. 또한 제시문들을 모두 활용하여 답변을 해야 하는 3, 4번의 경우, 수험생 스스로 제시문들의 논리적 출제의도를 통해 문제의식을 추출한 뒤, 이에 대한 해결방안과 예상반론, 그리고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까지 들어 논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평소 고려대 논술 논제 유형과도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술형 면접, 체감난이도 높아져
결국, 시험의 명칭과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합교과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 사고 능력을 대학 주도적 관점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논술 과목은 중요성은 여전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특히 조르주 바타유의 ‘반자본주의적 소비와 환몽의 세계’를 제시문으로 출제한 건국대나,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을 출제한 한양대의 경우처럼, 수능최저 없이 논술실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 또한 늘어나면서, 제시문의 수준과 체감난이도 또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논술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쉽게 출제된다는 표면적 해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일산 진짜공부연구소와 함께하는
K-논술 일산센터 배유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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