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기오염조사기관 ‘에어비주얼’ 도시 오염도 조사]
3월 28일 밤 9시 고양시 대기오염 ‘세계 5위’ 수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본교에서는 실외수업을 금지하고 실내수업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라면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에서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희뿌연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시 대기 오염도는 어느 정도일까. 세계 각국 주요 5천 여 개 도시의 공기 질 자료를 받아 시간대별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에어비주얼(AirVisual)’을 일주일간 추적 조사해 보았다.(3월 26일~4월 1일 매일 저녁 9시) ‘에어비주얼’은 지난달 21일 오전 한 때 서울이 세계에서 공기 질이 나쁜 도시 2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일산 서구 한 때 오염 세계 2위 수준까지
지난달 28일 밤 9시. 고양시의 대기 오염도는 세계에서 공기 질이 나쁜 도시 5위 수준만큼 나빴다.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기준 고양시의 공기품질지수(AQI: Air Quality Index)는 157로 세계 5번째로 공기 질이 나빴던 중국 청두(156)보다 수치 1이 높았다. AQI는 수치가 높을수록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세계 오염도 1위는 터키 앙카라(231), 2위 인도 뭄바이(160), 3위 서울(160), 4위 폴란드 카토와이스(158)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앞선 27일에는 고양시의 AQI가 151로 세계 7위인 중국 상하이(146)보다 수치 5가 더 높았다. 26일에는 153으로 6위 인디아 콜카타(154)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29일은 124로 9위 터키 앙카라 보다 2가 높았다, 30일은 AQI가 134로 4위 터키 앙카라보다 수치가 3이 높았다. 특히 이날은 일산 서구지역의 공기 질이 최악이었다. 오후 5시부터 늦은 밤까지 AQI가 152까지 치솟아 2위인 인도 뭄바이(151)보다 훨씬 나쁜 대기 상태를 보였다. 31일은 오전에 137을 기록했으나 비(1.5mm)가 내리고 난 뒤 늦은 오후부터 대기 오염 농도가 옅어져 ‘보통’ 수치인 68을 기록했다. 다음날인 4월 1일도 전날에 이어 대기 질이 61로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에어비주얼의 AQI 지수란?
에어비주얼의 AQI 지수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PM 2.5), 미세먼지(PM 10),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블랙 카본(Black Carbon) 등 오염물질의 양을 종합해 산출한 자료로 수치가 높을수록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뜻이다. AQI는 0~50일 경우 ‘좋음’, 51~100 ‘보통’, 101~150 ‘예민한 그룹은 건강에 해로움’, 151~200 ‘건강에 해로움’, 201~300 ‘매우 해로움’, 301이상 ‘위험’ 수준으로 오염 정도를 구분하고 있다.
닷새 연속 공기 오염도 세계 3~9위 수준
에어비주얼은 세계 주요 도시의 대기 오염을 측정해 시간대별로 공기 질 최악의 도시 10개를 순위별로 공개한다. 주요 도시가 아닌 고양시는 순위에서 배제되나 주요 도시가 아니어도 위치기반 서비스에 의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대기 오염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www.airvisual.com) 고양시의 대기 오염 정도가 세계 어느 수준인지는 전 세계 대기 오염 최악 도시 10개의 수치와 비교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AQI 순위 사진 참조)
에어비주얼 AQI 발표 2017년 4월 3일 오후 9시 현재. 고양시의 AQI는 152이다. 2위인 중국 상하이 보다 수치가 높다.
지난달 26일부터 4월 1일까지 ‘에어비주얼’이 공개한 AQI지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양시는 31일 저녁과 4월 1일을 제외하고는 닷새 연속 세계에서 가장 공기 나쁜 도시 랭킹 3~9위 수준에 들었다. 중국 발 미세먼지의 습격 등으로 대한민국 전역이 대기오염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고양시의 공기 질 오염 정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란은 많다. 지난 2005~2016년까지 95%나 증가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생산전력량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린피스(2017.1)가 발표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현황에 따르면 전체 59개가 한반도에서 가동 중이며 이중 50% 넘는 34개 발전소가 충청도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발 미세 먼지 서해 건너 경기도 ‘상륙’
한국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는 중국 발 미세먼지의 경우 ‘에어비주얼’이 시간대별로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세계 각국 주요 도시들의 공기품질지수 지도’(Air quality AQI map)를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이 기간 중 일본과 미국, 유럽 주요 도시는 AQI 지수가 0~100내외로 ‘좋음’ 또는 ‘보통’을 유지하는 반면 중국, 인도, 한국 등 3개국은 100이상으로 ‘건강에 좋지 않음’ 상태를 유지했다. (AQI 지도 참조)
에어비주얼 AQI 지도 2017년 4월 3일 오후 9시 현재.
서해를 가운데 둔 중국과 서울 경기 일대가 ‘건강에 해로움’을 의미하는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특히 이들 세 나라의 주요도시들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3월 30일자)가 세계 3대 오염 도시로 최근 지목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AQI 지도를 보면 ‘건강에 나쁨’ 수준 지역이 매우 넓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주목할 것은 이들 지역이 우리나라 서해 건너에 집중해 있다는 것이다.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상륙, 가장 인접한 경기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AQI 지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고양시는 서울시에 인접한 관계로 대기 정체 현상까지 더해져 공기의 질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기관은 ‘보통’ 해외기관은 ‘나쁨’
지난 일주일 대기오염을 조사하는 동안 학교에서 실외활동 자제 경고 메시지를 받은 날은 실제로 3월 27일 하루에 그쳤다. ‘에어비주얼’에 나타난 공기 질 결과만을 보면 우리지역의 공기 질은 이 기간 동안 ‘건강에 해로움’ 또는 ‘예민한 그룹의 건강에 해로움’이었다. 특히 세계 주요 오염 도시와 비교할 때 고양시는 31일 저녁과 4월1일을 제외하고는 평균 3~9위 수준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들이 시민들에게 대기 오염 상태에 대한 경고를 내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와 해외 대기 질 오염 측정기관들의 대기 오염 기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3월 31일(오후 2시 30분 현재)의 경우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 중인 ‘에어코리아’가 발표한 고양시 일산 동구의 통합대기환경지수는 97로 ‘보통’ 수준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에어비주얼’이 발표한 이 지역 AQI 지수는 137로 ‘예민한 그룹은 건강에 해로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미세먼지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비해 느슨하게 책정된 편이다. 미세먼지의 경우 ‘나쁨‘ 기준은 WHO는 50㎍/㎥부터이며 우리나라는 31~80㎍/㎥를 ‘보통’으로 취급한다. 초미세먼지의 경우도 WHO는 25㎍/㎥초과부터, 우리나라는 51~100㎍/㎥부터 ‘나쁨’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대처 급선무
지난 2일 광화문에는 6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온라인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 합니다’가 중심이 되어 열린 이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미세먼지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의 대책 마련과 환경 관련 법률 제정, 예보 경보 시스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일산 서구 주엽동에 사는 구자복씨는 “하루 종일 아파트 베란다 문을 닫고 있어도 오후만 되면 목이 칼칼하고 두통까지 심해진다. 아이들은 오늘도 정부의 안일한 대책 속에 미세먼지 속에서 운동장을 뛰어다녔다”며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에어비주얼 같은 다국적 정보를 체크해 우리 가족의 건강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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