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배우의 호흡과 표정으로 전해지는 생동감과 관객이지만 배우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은 영화와는 다른 연극이 가진 매력이다.이런 연극이 주는 생명감이 좋아 한동안 대학로를 자주 찾곤 했었다.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연극이 주는 짜릿한 감동은 어느 새 일종의 사치로 분류되어 기억의 한 편으로 밀려나버렸다.
연극은 배우들만이 하는 특별한 영역이라는 생각으로 지내오던 어느 날,우리 동네의 일반인(?)들이 모여 연극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호기심과 함께 당연히 과거에 연극을 했던 경력자들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찾은 ‘극단 동동’.예상과 달리 이곳 단원들은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잊지 못할 첫 무대를 경험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1막 연극이요?
2막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매주 일요일 오후4시,수지 동천동 ‘좋은 친구센터’에서는 특별한 모임이 열린다. 2011년 3월, 16명으로 시작한 ‘극단 동동’의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서로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단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릴 때 배우를 흉내 냈던 기억 외에는 연극이 처음이었다는 한은희씨(54세·동천동)는 자랄 적 누리지 못한 문화생활에 대한 동경이 이곳을 찾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작년에 단원이 된 안연비씨(44세·고기동)는 “아이들을 키우며 저를 누르고 살아왔었던 것 같아요.우연히 극단에 대해 듣고 무언가 규정지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 호기심에 이곳을 찾게 되었답니다. 아직도 제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황당해하던 그 날의 단원들 표정이 잊혀 지지 않아요”라며 다소 파격적이었던 첫 만남을 소개했다.이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종의 돌파구가 절실한데 바로 이곳이 그런 곳이라는 김정현씨(52세·동천동)의 말에 단원들 모두는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극단을 창단한 멤버들은 연극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완전 ‘깨끗한 분’들이었어요.그저 ‘우리도 연극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한 거지요.” 지금까지 극단의 무대를 연출해온 김재형씨(57세·동천동)가 설명하는 극단 창단배경과 단원에 대한 소개다.한 마디로 이곳 단원들은 대학 때부터 끼가 가득했던 연극꾼들이 아니라 ‘연극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 열정 가득한 우리 이웃들이었던 것이다.
2막 함께 하나의 결과물 만들어가는
2막 과정이 연극의 매력이에요
사회생활이라는 조직의 굴레 탓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없는 상황과 직면하게 되는 현대인들.그저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는 장의현씨(55세·동천동)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한은희씨는 “연극을 하다보면 나를 내려놓아야 해요.처음엔 연기를 하는 것에만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 주어진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나를 내려놓아야 무엇인가를 표현해낼 수 있더라고요”라며 연극은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또한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형씨는 “연기는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작업이에요.관객들에게 느낌이 전달되는 연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는 물론 상대방 또한 좋은 연기가 이뤄질 수 있는 배려가 있어야 한답니다”라며 결코 쉽지 않은 공연 준비과정을 설명했다.지난 공연에 처음 참여한 안연비씨 또한 자신의 생각과 연출가의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단원들이 함께하기에 새롭고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주어진 배역에 몰입되는 과정은 힘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3막 지역과 함께 하는 극단으로
2막 도약 준비 중
일 년 동안 이뤄지는 ‘극단 동동’의 주된 활동은 가을 정기공연과 자유로운 형식의 봄 소공연이다.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희경씨(55세·동천동)는 “이제는 열심히 준비한 무대 외에도 마을 행사는 물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 중입니다”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려는 단원들의 생각을 전했다.
연극에 관심만 있다면 나이와 주소 불문,연기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환영한다는 단원들.실제 연기부터 스태프까지.고1단원을 비롯해 분당,서울,화성에서 이곳을 찾는 단원도 적지 않다. 연극을 올릴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전하는 고경옥씨(41세·상현동).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끈끈해지는 단원들의 유대감은 ‘극단 동동’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문의 다음카페 ‘마을극단 동동(playdongdong)’
010-3703-2103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