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소통하고 공감 이끄는 예방교육 중요

충남도교육청, 학교폭력 예방 위한 ‘어울림프로그램’ 확대 … 올해 운영학교 92교 확대 지정

김나영 리포터 2017-03-27 (수정 2017-03-27 오후 11:07:31)

3월 학교에는 새로움이 가득하다. 학년이 올라가거나 입학 등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공기를 마시며 한 해를 다짐한다. 학부모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지켜본다.
관심은 그저 학습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가 1년 동안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부터다.
2011년 당시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자살과 함께 발견된 유서에 충격적인 학교폭력 내용이 적힌 것을 시작으로 교육당국과 사회는 학교폭력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스쿨폴리스(학교폭력전담경찰관), 학교폭력 상담교사 등에 대한 배치가 논의됐고, 학교폭력 대응방안과 예방대책 모색을 위해 해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통해 학교 현장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 올해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3월 20일~4월 28일 진행한다. 결과는 11월 학교알리미 홈페이지에 학교별로 공개된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폭력이 있은 후 처리보다 앞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학교폭력이 접수되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심사하고 상황이 심각할 경우 가해학생의 강제전학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을 진행하는데, 이는 문제가 생긴 후의 수습. 이보다는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 예방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산음봉중학교에서 진행한 어울림 프로그램 <사진제공 아산음봉중학교>


학교폭력예방 위해 공감과 소통 습관 되어야

이를 위해 충남도교육청은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학교를 지정,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공감을 통한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생의 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감정조절, 학교폭력 인식 및 대처 등 6개 부문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 시작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학교를 지난해 55교에서 올해 92교로 확대해 지정하며 지난달 20일 충남교육연수원에서 어울림프로그램 운영 담당교사 대상 워크숍을 개최했다.
충남에서는 어울림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아산 음봉중학교가 지난해 교육부장관상을, 아산 송남중학교가 한국교육개발원장상, 천안 직산초등학교가 교육감상을 수상했다. 아산 음봉중학교는 학급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학부모 교직원 연수 등을 통해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지원한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울림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이정배 교사는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폭력적이고 자질이 나빴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할 것을 권한다. 이 교사는 “학교폭력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며 “되짚어가다 보면 소통이 사라지고 공감하거나 공감 받지 못하는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문제나 갈등 해결의 방법을 알지 못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학력과 학습 위주 교육환경, 저출산의 영향으로 하나 또는 둘인 형제자매 관계, 맞벌이부부의 증가와 가족 해체 등 요인으로 아이들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겪지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내 아이’만을 향하는 과도한 애정도 공감을 막는 중요한 원인이다.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면 자기애와 자기존중감도 떨어지는 악순환

문제는 공감하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기애와 자기존중감도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다. 이정배 교사는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동시에 타인에게도 공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기애가 현저히 낮고, 그러한 현상이 사춘기에 감정적인 격랑을 만나면서 조절되거나 통제되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공감과 이해. 어울림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칭찬카드’나 ‘지금 친구의 마음은 어떨까’ 등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은?’ ‘나의 마음은?’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하나의 상황을 설정해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상황이라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갈등상황에 대한 해결 등 의사소통 활동까지 이어나가며 아이들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통해 ‘경청’ ‘배려’ ‘어울림’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나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어울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의사소통 활동을 진행한 후 “의사소통은 입으로 듣기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통해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점차 연령 낮아지는 학교폭력, 공감과 소통 문화 필요

최근에는 학교폭력이 초등 저학년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함을 보이고 있다. 휴대폰의 보급으로 카톡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폐해가 심해지고, 특히 초등 여학생들 사이의 따돌림 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때문에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은 초등 저학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한 학교폭력은 그저 아이들에 대한 교육만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들의 개선도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공감과 소통,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교사와 부모들이 단절과 무시 등을 보인다면 아이들에게도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 아산음봉중학교 이정배 교사는 “아산 음봉중학교의 어울림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학부모 교사들까지 참여해 공감과 소통, 이해 등의 기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고, 실제 프로그램 진행 후 학생들과 학교환경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사는 “아이들이 자라날 때는 육체적인 양식과 마음과 정신의 양식 두 부분이 필요하고 특히 사춘기로 들어갈수록 마음과 정신의 양식이 중요한데, 아이들이 이 부분에서 계속 굶주리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다그침과 꾸중이 아니라 격려와 사랑을 전하는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는 풍족한 양식이 되어 마음을 살찌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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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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